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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관세 10조에 곳간 5조 줄었다…부품사에 번지는 관세 청구서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09.29 18:23
수정 2026.09.2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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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조 이어 올 상반기 3조 관세 인식

합산 EBIT 24조→16조, 순현금성자산 5조 감소

관세 납부 주체는 부품사…환급 제도로 충격 흡수

신평사 "구매가 결정 과정서 단가 반영 가능성"

현대차·기아 순현금성자산 및 영업수익성 추이. ⓒ나이스신용평가

현대자동차·기아가 미국 관세로 현금 여력이 줄면서 그 부담이 부품 납품 단가로 옮겨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동안 국내 부품사들은 관세를 직접 납부하면서도 미국의 환급 제도와 완성차의 단가 보전으로 충격을 비켜왔지만, 이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진단이다.


홍세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29일 열린 하반기 e-세미나에서 "관세로 인한 완성차 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확대된 만큼, 향후 부품 구매 가격 결정 과정에서 관세 비용의 일부가 납품 단가에 반영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홍 연구원은 이날 '완성차기업의 수익성 둔화 국면, 주요 자동차 부품사들의 대응력은?'을 주제로 발표하며 현대트랜시스와 현대위아, HL만도, 한온시스템 등 주요 부품사 4곳의 대응력을 비교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이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면서 합산 약 7조원의 관세 비용을 인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관세 비용이 3조원을 넘어섰다. 그 여파로 양사 합산 EBIT(이자·법인세 차감 전 이익)은 2024년 24조원에서 지난해 16조원으로 줄었고, 순현금성자산도 약 5조원 감소했다.


수익성 자체가 무너진 것은 아니다. 홍 연구원은 "최근 영업수익성 자체는 2021년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라며 "문제는 현금흐름"이라고 짚었다. 관세 부담에 더해 전동화 투자와 배당금 지급 등 자금 수요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양사의 자금수지는 2024년 이전 수준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다.


관세 청구서, 실제 수령인은 부품사


정작 관세를 납부하는 주체는 부품사다. 국내에서 생산한 부품을 자사 미국 법인으로 보내 완성차에 납품하는 구조에서는 수입업자인 부품사의 미국 법인이 관세를 낸다. 연결 기준으로 부품사가 관세 비용을 인식하고 그만큼 수익성이 깎이는 셈이다.


그럼에도 부품사들의 실적 변동 폭이 크지 않았던 것은 미국의 관세 환급 제도 덕분이다.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에 한해 판매가(MSRP)의 3.75%만큼 관세를 돌려받는 구조로, 현대차가 부품 관세 환급을 총괄해 신청하고 이를 납품 부품사들의 관세 부담을 덜어주는 데 활용하는 방식이다.


홍 연구원은 "3.75%가 굉장히 작다고 볼 수도 있지만, 미국에서 완성차가 생산된 것 중에는 현지 조달로 부품 관세를 내지 않는 것도 있기 때문에 전체 판매가에 3.75%를 적용하면 상당 부분이 실제로 차감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부품 단가 협상 과정에서 완성차가 단가를 보전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1월 1차 협력사가 대미 관세로 부담한 비용을 소급 적용해 전액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협력사가 미국 생산법인에 부품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실제 부담한 관세를 매입 가격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제도 자체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당초 연도별로 상계 비율을 축소할 계획이었으나, 지난해 하반기 백악관이 2030년까지 3.75% 비율을 유지하겠다고 공식 발표하면서다. 홍 연구원은 "제도 변경으로 인한 관세 부담이 크게 변동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말했다.


압박 강도는 부품사별로 갈려


국내 완성차 업체별 협력업체 현황 및 완성차·부품사 영업수익성 추이. ⓒ 나이스신용평가

국내 부품업계는 이 변화에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국내 1차 협력업체 1430곳의 납품금액 71조6590억원 가운데 현대차가 52.3%, 기아가 38.0%를 차지한다. 양사 비중만 90%를 넘는다. 자동차산업은 국내 제조업 출하액의 약 15%를 차지하는데, 완성차 업체는 사업체 수로는 1%에도 못 미치면서 출하액은 151조원으로 절반 이상을 점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2017년 사드 사태로 현대차·기아의 중국 판매가 급감했을 당시 부품사 수익성도 동반 하락했고 특히 고객 다변화가 제한적인 중소형 부품사의 저하 폭이 더 컸다.


다만 압박의 강도가 모든 부품사에 같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 연구원은 "긴밀성이 높은 부품사가 장기간 사업 및 재무 기반이 훼손될 경우 공급망 안정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부품 단가 조정 강도나 지속성 등은 현대차그룹과의 긴밀성에 따라 차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긴밀성은 공동개발·양산 경험과 공급망 내 중요도, 대체 가능성, 지분 관계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주요 자동차 부품사별 신용도 하향 트리거 및 재무 대응력. ⓒ 나이스신용평가

회사별 흡수 여력도 갈린다. 현대트랜시스는 현대차그룹향 매출 비중이 90%를 넘는 가운데 올해 6월 말 기준 EBIT마진 2.1%, 부채비율 190.1%로 등급 하향 트리거(EBIT마진 2% 미만 또는 부채비율 200% 초과)에 근접했다. 북미 신규 공장과 TMED-Ⅱ 투자로 잉여현금흐름 적자도 이어지고 있다. 반면 HL만도는 그룹향 매출 비중이 50% 수준으로 다변화된 가운데 EBIT마진 4.2%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위아는 순현금 구조를, 한온시스템은 최근 재무구조 개선을 각각 완충 요인으로 갖췄다는 평가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들 4개사 모두 회사별 완충 요인을 바탕으로 원가 관리 강화에 중단기 대응이 가능하다고 봤다. 현대트랜시스의 경우 자체 재무 여력은 제한적이지만 그룹 내 높은 중요도와 긴밀성이 신용도를 보완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홍 연구원은 "완성차 업체들의 원가 관리 강화가 장기화돼 부품사들의 영업실적과 재무안정성이 구조적으로 저하될 경우 신용도 하방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며 "현대차·기아의 원가 관리 강도와 지속 기간, 회사별 핵심 모니터링 요인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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