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제품만 팔지 않는다”…LF푸드, 셰프 레시피로 B2B 공략
입력 2026.09.16 07:00
수정 2026.09.16 07:00
메종드구르메 1층 쇼룸·2층 세미나실…글로벌 식재료 체험 거점
월 2~4회 B2B 세미나…수입 식재료 활용법·메뉴 아이디어 제안
리뉴얼 후 매출 월 평균 10% 성장…‘티네’ 1~8월 매출 70%↑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메종드구르메 2층 세미나실에서 알렉시 부이에 셰프가 크리스마스 롤케이크 시연을 진행하고 있다.ⓒLF푸드
“진한 갈색의 케이크를 원하면 200도, 밝게 구우려면 180도에 구워주면 됩니다.”
세계적인 파티시에의 ‘비밀 레시피’가 눈앞에서 쏟아졌다. 재료를 넣는 순서와 속도, 오븐에서 꺼내는 순간까지. 사소해 보이는 선택 하나하나가 케이크의 맛과 식감을 갈랐다. 셰프의 손끝을 거치며 하나의 디저트로 완성되는 과정은 마치 재료 속 가능성을 하나씩 끌어내는 듯했다.
세미나실의 35개 좌석은 빈틈없이 채워졌다. 참가자들은 펜을 든 채 셰프의 손끝과 자료집을 번갈아 바라보며 중요한 대목마다 메모를 이어갔다. 구체적인 레시피와 조리법 설명이 시작되자 휴대전화를 꺼내 시연 장면을 영상으로 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메종드구르메 2층 세미나실의 모습이다. 현장에서는 올 겨울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디저트 메뉴 시연이 진행됐다. 카페와 베이커리에서 실제 활용할 수 있는 메뉴가 잇따라 소개됐다. LF푸드가 B2B(기업 간 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마련한 자리다.
기자는 이날 오후 1시께 현장을 찾았다. LF푸드가 운영하는 메종드구르메는 다양한 수입 식재료 판매와 미식 경험을 결합한 ‘그로서테리아(Groceteria)’다. 지난 3월 이전·확장하면서 단순 판매 공간을 넘어 브런치와 디저트 등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역할을 넓혔다.
메종드구르메의 공간은 두 개 층으로 나뉜다. 1층에서는 ▲프랑스 프리미엄 유제품 브랜드 ‘이즈니 생메르’ ▲과일 퓨레 브랜드 ‘폰티에’ ▲프리미엄 HMR 브랜드 ‘메종 띠리에’ 등 글로벌 식재료가 진열‧판매되고, 2층에서는 이를 메뉴로 구현해 소개하는 세미나 공간으로 쓰인다.
이 가운데 올해로 17회째를 맞은 이번 세미나는 유제품 브랜드 ‘이즈니 생메르’와 과일 퓨레 브랜드 ‘폰티에’를 활용한 페이스트리 시연으로 꾸려졌다. 메뉴 시연에는 지난 2011년 세계 제과대회 우승 경력을 지닌 알렉시 부이에(Alexis Bouillet) 셰프가 직접 나섰다.
알렉시스 부이에(Alexis Bouillet) 셰프는 2011년 런던 월드스킬스 제과·제빵 부문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프랑스 출신 파티시에다. 파리의 특급호텔 플라자 아테네에서 2005년 제과월드컵 우승자이기도 하다. 그는 세계적인 셰프들과 협업하며 국제 무대에서 경력을 넓혀왔다.
이날 부이에 셰프는 이즈니 생메르의 프로마쥬 블랑과 폰티에 과일 퓨레를 주재료로 활용해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디저트 4종을 선보였다. 여기에 이즈니 카라멜과 폰티에 계열 브랜드 PCB Creation의 초콜릿 토핑과 몰드 등을 더해 각 제품의 활용법을 소개했다.
세미나는 약 2시간 동안 체계적으로 진행됐다. LF푸드와 활용 제품 브랜드에 대한 소개로 배경을 짚은 뒤, 동시통역을 통해 셰프의 조리 노하우를 전달했다. 즉석 시식과 자유로운 질의응답까지 이어지면서 참가자들은 제품 특성과 활용법을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메종드구르메 2층 세미나실에서 참석자들이 셰프의 디저트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LF푸드
그렇다면 LF푸드가 식재료 판매에 체험을 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최근 미식 소비의 기준이 한층 세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완성된 메뉴뿐 아니라 어떤 제품을 활용하는지 까지 따지는 소비자가 늘면서 미식 전문가를 통한 메뉴 활용법 제안으로 차별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번 세미나는 LF푸드의 B2B 전략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해외에서 발굴한 식재료를 단순히 국내에 유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문 셰프를 통해 실제 메뉴로 구현한 뒤 카페·베이커리 등 거래처에 활용법까지 제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LF푸드는 세미나를 통해 제품 판매에 목적을 두기보다는 제품의 특성과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고 참가자들이 새로운 메뉴와 레시피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통해 자사 제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세미나 역시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 관계자에 따르면 메종드구르메에서는 월 2~4회 세미나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앞서 알렉시스 리 셰프가 진행한 이즈니 브랜드 세미나의 경우 해외 경력과 호텔 협업 이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 신청이 활발했다.
국내에 들여오는 브랜드도 까다롭게 선별하고 있다. 차별성과 현지 검증력, 공급 안정성, 국내 시장 적합성 등이 주요 기준이다.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희소성이나 대체하기 어려운 독창성을 갖췄는지, 원산지에서 충분한 업력과 신뢰를 쌓았는지 등을 살핀다.
이 같은 전략은 소비자·업계 접점 확대와 함께 실적 성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리뉴얼 오픈 이후 메종드구르메 매출은 월평균 약 10%씩 성장했다. 여기에 올해 1~8월 LF푸드가 수입·유통하는 주요 유럽 식품 브랜드인 ‘티네’의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했다.
LF푸드는 향후에도 다양한 세미나를 통해 우수한 식자재를 소개하고, 카페·베이커리 종사자들에게 새로운 레시피와 활용법을 제안해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요리 인사이트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다음 세미나는 오는 10월 20~21일 열리며, 스위스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셰프 파비앙 라페이너(Fabien Raffeiner)가 밀라(Mila) 마스카포네를 활용한 메뉴를 선보일 예정이다. 자세한 일정과 신청 방법은 메종드구르메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LF푸드 관계자는 “메종드구르메를 통해 새로운 글로벌 브랜드와 식재료를 국내에 지속적으로 소개하는 동시에 각 브랜드가 지닌 식문화까지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메종드구르메를 글로벌 식문화를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쇼룸이자 테스트베드로 키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메종드구르메 1층에 LF푸드가 수입·유통하는 글로벌 식재료가 진열돼 있다.ⓒLF푸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