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샘플 40% 줄였다…의류 벤더 3사, ‘3D 샘플’ 전환 가속
입력 2026.09.17 07:38
수정 2026.09.17 07:38
공급망 불확실성에 3D 샘플링 확대…개발 속도가 수주 경쟁력으로
한세실업·세아상역 개발기간 단축…영원무역도 바이어 제안 강화
비용·폐기물 줄이지만 촉감·착용감 한계…“실물 샘플과 병행”
ⓒAI로 생성한 이미지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서 의류 벤더들의 경쟁축도 생산능력에서 개발 속도와 디지털 대응력으로 넓어지고 있다. 3D 가상 샘플링이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주요 벤더들의 관련 투자와 활용도도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은 지난해 4월 발표 이후 불과 수개월 사이 부과와 유예, 국가별 세율 재조정을 거듭했다. 의류 벤더 입장에서는 생산국에 따라 비용 조건이 수시로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WTO와 IMF가 개발한 무역정책활동지수(TPA)는 올해 초 2010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1~5월 평균은 2024년의 약 2배, 지난해 평균보다 약 25% 높았다. 최근 지수 상승은 관세 인상과 수입 금지, 수량 제한 등 무역 제한 조치가 주도했다.
이처럼 원단·부자재 조달과 생산 일정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제품 개발 단계에서 시간을 줄이는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조달이나 생산 과정에서 차질이 발생하더라도 전체 납기를 맞추려면 상대적으로 통제가 가능한 개발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의류 벤더 3사(한세실업과 세아상역, 영원무역)를 중심으로 3D 가상 샘플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단순히 실물 샘플 제작 비용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상품 개발기간을 단축하고, 바이어에게 제품을 먼저 제안하는 수단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
3D 가상 샘플은 실제 원단의 색상과 질감, 두께, 신축성 등 물성 정보를 데이터화해 컴퓨터상에서 의류의 디자인과 핏, 실루엣을 구현한 것이다. 개발 기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원단과 부자재 사용량, 국제 운송 부담도 줄인다.
3D 기술이 원단 수급이나 생산기지 문제 자체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산에 들어가기 전 디자인과 샘플 개발, 바이어 승인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 공급망 변동에 대응할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한세실업 직원들이 3D 디자인 기술로 구현한 가상 샘플과 실물 샘플을 피팅하고 있다.ⓒ한세실업
실제로 업계 1위 한세실업은 3D 가상 샘플링을 통해 제품 개발 효율을 높이고 있다. 2019년부터 3D 디자인 전담 조직을 구축하고 의류 개발 전 과정에 가상 샘플링을 적용 중이다. 3D 도입 이후 연간 실물 샘플 제작 규모는 약 50만장에서 30만장 수준으로 약 40% 감소했다.
상품 개발 기간도 짧아졌다. 3D 샘플링을 정규 개발 프로세스로 활용하는 브랜드의 경우 기존 약 4주가 걸리던 개발 기간이 6~10일 수준으로 단축됐다. 실물 샘플 제작에 사용하는 원단과 부자재가 줄면서 폐기물 저감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아상역도 2019년 3D VTD(Virtual Technical Design)팀을 공식 출범하고 가상 샘플 활용을 확대해왔다. 과거에는 원단을 수배하고 실제 샘플을 제작·발송하는 데 통상 2주 이상 걸렸지만, 3D 활용 이후 개발 기간은 약 5일 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과거 글로벌 브랜드가 디자인을 확정한 뒤 벤더에 제작을 맡겼다면, 최근에는 벤더가 3D 샘플을 선제적으로 제안하며 제품 개발 초기부터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순 생산능력을 넘어 제품 제안 속도와 완성도가 수주 경쟁력으로 떠오른 것이다.
영원무역도 글로벌 바이어의 3D 가상 샘플 요구가 늘고 있다. 영원무역은 매년 자체 원·부자재와 트렌드를 반영한 디자인을 3D 가상 샘플로 만들어 바이어에게 제안하는 등 제품 개발 과정에서 3D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원단 소싱과 샘플 제작 전 과정을 디지털로 대체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원단의 촉감과 착용감, 미세한 광택이나 자연스러운 주름 등은 디지털 데이터만으로 정확히 구현하기 어려워 여전히 실물 검증을 병행해 리스크를 낮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3D가 실물 샘플을 대체하는 범위가 계속 확대될 전망”이라며 “글로벌 브랜드의 디지털 활용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디자인을 얼마나 빠르게 구체화하고 바이어의 의사결정을 앞당길 수 있느냐가 의류 벤더의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