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언노운’ 황금사자상·이창동 심사위원대상…제83회 베니스 영화제 폐막
입력 2026.09.13 04:42
수정 2026.09.13 04:42
마이 엘투키 ‘우먼 언노운’ 여우주연상까지 2관왕
유일한 여성 감독 경쟁작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가 마이 엘투키 감독의 ‘우먼 언노운’에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안기며 막을 내렸다. 24년 만에 베네치아 경쟁 부문으로 돌아온 이창동 감독은 ‘가능한 사랑’으로 은사자상 심사위원대상을 거머쥐었다. ‘우먼 언노운’의 마틸드 아르셀은 볼피컵 여우주연상까지 받으며 작품에 2관왕을 안겼다.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에서 열린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우먼 언노운’이 경쟁 부문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올해 경쟁 부문에 진출한 21편 가운데 여성 감독의 작품은 ‘우먼 언노운’이 유일했다.
‘우먼 언노운’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덴마크를 배경으로 한다. 독일 점령기 독일군 병사와 관계를 맺었던 과거를 숨긴 채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마리의 이야기를 그린다. 당시 독일군과 관계를 맺었다는 이유로 여성들이 부역자로 낙인찍혀 사적 보복과 공개적인 모욕의 대상이 됐던 역사를 바탕에 두고 여성의 몸과 사회적 낙인을 들여다본 작품이다.
메이 엘투키 감독ⓒ뉴시스/AP
마이 엘투키 감독은 수상 무대에서 ‘우먼 언노운’을 “여성의 몸이 전쟁터이자 공적인 문제가 되는 이야기”라고 설명하며 “동시에 보이지 않고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영그는 영화 제작 과정에 대해서는 재정적·물리적·감정적으로 쉽지 않았다고 돌아보며 작품을 세상에 내놓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자신을 움직였다고 밝혔다.
여성 영화인에게 주어지는 기회의 불균형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특히 올해 심사위원장을 맡은 매기 질렌할이 영화산업 내 여성 감독의 기회 부족을 지적한 데 감사를 표했다.
올해 베네치아 경쟁 부문이 21편 가운데 여성 감독 작품을 단 한 편만 선정하면서 성비 불균형을 둘러싼 논란이 일었고, 질렌할 역시 영화제 기간 여성 창작자들이 자금을 확보하는 단계부터 구조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우먼 언노운’은 연기상까지 품었다. 마리를 연기한 마틸드 아르셀이 볼피컵 여우주연상을 받으면서 황금사자상과 여우주연상 2관왕에 올랐다. 베네치아영화제는 원칙적으로 한 작품에 경쟁 부문 공식상을 중복 수여하지 않지만 연기상은 예외적으로 다른 상과 함께 수여할 수 있다. 황금사자상 수상작에 연기상을 함께 줄 경우 심사위원 전원의 만장일치가 필요하다.
이창동 감독ⓒ뉴시스/AP
한국영화도 폐막식의 중심에 섰다.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이 황금사자상에 이은 주요상인 은사자상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무대에 오른 이 감독은 먼저 “귀한 상을 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영화를 함께 완성한 이들에게 공을 돌렸다. 한동안 내려놓았던 이야기를 다시 꺼내 자신과 함께 새로운 작품으로 발전시킨 공동각본가 오정미 작가에게 감사를 전했다.
배우들에게도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이 감독은 “현장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 배우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을 차례로 호명한 뒤 “이 상은 여러분들의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 자신이 영화감독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곁을 지켜준 가족에게도 감사와 사랑을 전했다.
수상소감의 마지막에는 ‘가능한 사랑’을 만들며 품었던 질문을 꺼냈다. 이 감독은 “노동이 사라져 가는 시대,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끊어져 가는 시대에 저는 영화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영화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질문하기 위해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의 남편 등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계기로 만나 각자의 삶과 숨겨진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 출연했으며 이 감독과 오정미 작가가 공동으로 각본을 썼다. ‘버닝’ 이후 이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장편 영화다.
이번 수상으로 이 감독은 ‘오아시스’ 이후 24년 만의 베네치아 경쟁 부문 복귀를 본상 수상으로 마무리했다. ‘오아시스’로 베네치아 감독상을 받은 데 이어 2010년 ‘시’로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고, ‘밀양’에서는 전도연이 2007년 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버닝’은 2018년 칸 경쟁 부문에 진출해 국제비평가연맹상을 거머쥐었다. 여기에 ‘가능한 사랑’의 베네치아 심사위원대상까지 더해지면서 긴 공백에도 이어진 이창동의 국제적 위상을 다시 확인했다.
은사자상 감독상은 ‘다우’를 연출한 일리야 크르자노프스키에게 돌아갔다. 크르자노프스키 감독은 수상의 영광을 우크라이나에 돌렸다. 심사위원특별상은 유발 아브라함과 레이철 쇼르 감독의 ‘나자’가 받았다. 가자지구를 둘러싼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나자’는 영화제 기간 정치·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 중 하나였다.
각본상은 ‘어 굿 리틀 솔져’의 스테판 브리제, 코랄리 아메데오, 올리비에 고르스가 수상했다. 볼피컵 남우주연상은 ‘와일드 호스 나인’에서 노년의 CIA 요원을 연기한 존 말코비치에게 돌아갔다.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 신인배우상은 ‘15/18’의 말루 케비지가 받았다.
지난 2일 개막한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는 이날 폐막식을 끝으로 11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주요 수상작(자)
▲황금사자상=‘우먼 언노운’(감독 마이 엘투키)
▲은사자상 심사위원대상=‘가능한 사랑’(감독 이창동)
▲은사자상 감독상=일리야 크르자노프스키(‘다우’)
▲심사위원특별상=‘나자’(감독 유발 아브라함·레이철 쇼르)
▲각본상=스테판 브리제·코랄리 아메데오·올리비에 고르스(‘어 굿 리틀 솔져’)
▲볼피컵 여우주연상=마틸드 아르셀(‘우먼 언노운’)
▲볼피컵 남우주연상=존 말코비치(‘와일드 호스 나인’)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 신인배우상=말루 케비지(‘1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