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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쥐’ 설경구, ‘한계’를 깨는 ‘변주’ [인터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09.14 00:44
수정 2026.09.14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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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출신 흥신소 사장 노자 역

“설경구는 항상 똑같다고? 나도 느껴…매 작품 고민하게 되는 지점”

사채업자지만, 마냥 거친 면모를 드러내며 무게를 잡지 않았다. 캐릭터의 입체감, 작품 전체의 조화를 생각한 배우 설경구는 ‘들쥐’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새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힘들다”며 ‘한계’를 언급했지만, 늘 변주를 멈추지 않으며 시청자들에게 의외의 재미를 선사 중이다.


설경구는 의문의 존재 들쥐에게 이름, 얼굴,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소설가 문재(설경구 분)와 잃어버린 돈을 회수하려는 사채업자 노자의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들쥐’에서 노자 역을 맡아 류준열과 함께 들쥐의 정체를 쫓았다.


들쥐의 정체를 둘러싼 비밀이 베일을 벗는 과정에서 문재, 노자, 형사 순용(이규형 분)의 얽히고설킨 관계가 드러나며 긴장감이 고조된다. 설화 ‘손톱 먹은 들쥐’를 모티브로 한 ‘들쥐’는 추적 스릴러의 긴장감과 함께 진짜 나로 사는 삶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설경구 역시 ‘들쥐’의 매력적인 서사에 매료돼 작품을 선택했다.


‘들쥐’ 설경구ⓒ넷플릭스

“시나리오를 재밌게 봤다. 재작년 가을 시나리오를 받았다. 처음 4회까지 받고 보는데, 뒷이야기가 궁금하더라. 로드무비 같은 매력도 있고. 또 노자 캐릭터도 자유로워 보였다. 갇히지 않은 캐릭터라 연기하면 재밌을 것 같았다.”


노자의 ‘자유로움’은 설경구의 해석이었다. 사채업자로, 들쥐를 쫓는 과정에서 고난도의 액션도 선보인다. 그럼에도 거칠고, 강인한 면모 뒤 빈틈을 마련해 완급을 조절했다. 캐릭터의 재미는 물론, ‘들쥐’의 전체적인 분위기까지 고려한 선택이었다. 설경구의 깊이 있는 분석에 ‘들쥐’의 다채로운 재미가 완성될 수 있었다.


“작가님과 이야기를 해보니 묵직한 느낌을 원하셨던 것 같다. ‘내가 너무 가볍게 갔나’ 싶었다. 그런데 저는 문재도 암울한데, 노자까지 무거우면 안 될 것 같더라. 문재를 만나 동행하면서부터는 캐릭터를 조금 틀고자 했다. 가볍다기보다는, 조금의 틈이 있는 인물이길 바랐다. 상황에 따라 변주를 하면 더 재밌을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문재와의 동행이 재미가 없을 것 같더라. 숨구멍을 열어주고자 했다.”


의뭉스럽고, 답답한 문재를 보며 자연스럽게 리액션이 나오기도 했다. 들쥐의 정체를 둘러싼 비밀이 궁금증을 유발하지만, 함께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문재-노자의 케미도 ‘들쥐’의 또 다른 재미였다. 설경구는 조폭 출신 흥신소 사장의 거친 면모와 문재 앞에서 드러내는 인간적인 모습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색다른 ‘브로맨스’를 선보였다.


“류준열과 같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부분이 있었다. 문재를 보면 답답하고, 한 대 때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나. 그런데 때리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매번 그럴 수가 없다. 한 대 쥐어박듯이 표현하려고 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나오는 대로 해봤다. 하나하나 계산하지는 않았다. 다행인 건 노자는 주먹으로 승부를 보는 정통 싸움꾼은 아니었다. 옆에 있는 삽으로 때려 버리거나 무기를 활용하곤 한다. 그래서 더 잔인해 보이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류준열과는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작품을 함께 완성해 나갔다. “자기 것만 고민하는 게 아니라 씬 전체를 보는 배우”라고 류준열을 칭찬한 설경구는 후배들에게도 ‘열린’ 선배였다. “아닌 건 아니라고 한다”고 말하면서도 류준열을 향한 칭찬을 거듭하며 그를 향한 애정을 내비쳤다.



‘들쥐’ 설경구ⓒ넷플릭스

“현장에선 선후배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엔 차 씬이 많다 보니, 촬영 준비를 할 때 차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류준열과 더 편해진 것 같다. 사실 선배가 의견을 내기 더 편하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어렵다. 선배 이야기를 후배 입장에서 거부하기가 어렵지 않나. 나는 후배들의 의견을 차단하는 사람은 아니다.”


이렇듯 열린 자세로, 변화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설경구의 원동력이기도 했다. 여러 캐릭터를 소화해 온 설경구지만, “어떻게 이 얼굴이 매번 바뀔 수 있겠나”라며 자신이 느끼는 한계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럼에도 늘 변주를 멈추지 않는 그의 노력이 설경구의 꾸준한 활약을 가능케 하고 있었다.


“차별점도 있겠지만, 겹치는 부분도 많을 것이다. 노자의 ‘츤데레’ 같은 모습은 ‘불한당’과도 조금 닮았을 수도 있고. 여러 작품 속 내 모습이 섞여 있을 것 같다. 매번 아는 맛을 살짝 트는 것 같다. 한계는 이미 내게 왔을 것이다. 그저 조금씩 변주를 하려고 한다. 대중은 몰랐던 얼굴이 튀어나오면 ‘새 얼굴’이라고 좋아해 주시지 않나. 그러다가 작품이 거듭되면 ‘똑같다’는 반응을 얻곤 한다. 저만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설경구는 항상 똑같다’, ‘지겹다’고 말하시는 분도 계신데, 저도 느낀다. 애는 쓰지만,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이야기에 매달리기도 하고. 매 작품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다. 스태프들도 함께 (변화를 위해) 노력을 해주신다.”


할 수 있는 노력을 하며, 다가올 터닝포인트를 기다리고 있다. 물론, 억지로 만들어낼 생각은 없다. ‘지천명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해 준 ‘불한당’의 인기도 예상한 건 아니었다. “이제는 이순 아이돌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지천명 아이돌도 팬들이 지어준 거다. 나 스스로 그러고 다니면 미친놈”이라고 농담한 그는 욕심 없이 연기에 충실하겠다는 소신을 전했다.


“‘불한당’도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하며 한 건 아니었다. 관객들이 만들어주신 것이다. 저도 놀랐다. 아마 의도를 했다면, 안 됐을 것이다. 영화 ‘박하사탕’도 그랬다. 그 작품은 이오히려 무서워서 도망을 다녔던 작품이다. ‘목숨 걸고 하겠다’고 해야 상황에서 도망을 다녔다. 경험도 없는데, 작품 하나를 책임진다는 게 무서웠다. 그러다가 ‘이거 안 되면 영화배우 안 하면 되지. 내가 무슨 영화냐’라는 생각을 하며 했었다. 그런데 그게 또 나의 터닝포인트가 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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