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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과 OTT, 엇갈린 성적표…달라진 영화 흥행 셈법 [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9.14 13:24
수정 2026.09.1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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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는 OTT·해외 판매로 손익 방어…극장은 여전히 ‘관객 수’

홀드백·상영 전략에도 영향

제작사가 손익을 맞췄다고 극장도 함께 웃는 것은 아니다. 해외 선판매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주문형비디오(VOD) 등 극장 밖에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창구가 늘면서 한 편의 영화를 두고 제작·배급사와 극장이 받아드는 성적표가 달라지고 있다. 제작·배급사는 극장 흥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다른 시장에서 손실을 줄일 수 있지만, 극장은 여전히 얼마나 많은 관객이 객석을 채웠느냐가 중요하다.


영화의 손익분기점이 오랫동안 관객 수로 표현돼온 것도 극장이 수익 회수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관객이 지불한 티켓값은 극장과 투자·배급 측이 나누고, 여기에서 배급 수수료 등을 제외한 금액이 제작비 회수에 쓰인다. 때문에 제작비 규모가 커질수록 이를 극장 매출로 회수하기 위해 필요한 관객 수도 함께 늘어난다.


하지만 극장 관객 수와 영화의 최종 손익을 동일하게 보기 어려운 사례가 늘고 있다. 제작·배급사는 국내 극장 매출뿐 아니라 해외 판권과 OTT·VOD 판매 등을 통해 수익을 거둘 수 있어서다. 극장에서 당초 예상한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시장에서 추가 수익을 확보해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와일드 씽' ·'실낙원' 포스터ⓒ롯데엔터테인먼트·CJ ENM

반대로 극장에는 이 같은 후속 수익이 직접 돌아오지 않는다. 제작·배급사의 손익 계산에 포함되는 시장이 넓어지면서 같은 영화의 성적을 판단하는 기준도 갈라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극장과 OTT에서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든 작품들이 이를 보여준다. ‘와일드 씽’은 극장에서 133만여 명을 동원해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200만명에 미치지 못했다. 이후 넷플릭스에 공개되면서 작품을 소비할 수 있는 시장은 극장 밖으로 이어졌다. 극장에서는 기대만큼 객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제작·배급 측에서는 OTT 판매라는 후속 수익 창구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휴민트’ 역시 극장과 OTT의 온도 차가 컸다. 극장에서는 약 198만명의 관객을 모은 뒤 넷플릭스에 공개됐고, 이후 1100만 시청 수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비영어 영화 부문 글로벌 1위에 올랐다. 한국을 포함한 14개국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극장에서 만난 관객 규모를 넘어 해외 이용자까지 접점을 넓혔다.


두 작품의 OTT 성과가 극장에서의 성적을 뒤집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같은 영화가 플랫폼에 따라 다른 성적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극장에 걸리기 전부터 제작·투자 측의 위험을 낮추는 경우도 있다. 연상호 감독의 ‘실낙원’은 오는 10월 21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해외 선판매를 통해 순제작비를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관객을 만나기도 전에 제작비 부담을 덜어낸 것이다.


연 감독의 ‘군체’ 역시 순제작비가 약 170억원으로 극장 매출만 따지면 500만명 이상을 동원해야 했지만, 해외 선판매 수익을 반영하면서 실제 손익분기점은 약 300만명으로 낮아졌다. 극장 관객이 몇 명이냐가 여전히 중요하지만 제작·투자 측에서는 국내 티켓 매출 하나에 모든 수익을 걸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처럼 극장 밖 수익이 제작·배급사에는 새로운 안전망이 되고 있지만 극장의 사정은 다르다. 영화 한 편이 해외에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거나 OTT에서 인기를 얻어도 극장의 해당 작품 매출이 뒤늦게 보전되는 것은 아니다. 극장은 결국 개봉 기간 관객이 티켓을 구매하고 객석을 채워야 수익을 얻는다. 같은 작품이 제작·배급사에는 손익을 방어한 영화가 되면서도 극장에는 기대만큼 관객을 끌어오지 못한 영화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극장 입장에서 관객 동원이 확실한 작품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제작·배급사는 극장 밖에서 손실을 만회할 여지가 있지만 극장은 한정된 스크린과 상영 회차를 실제 관객으로 채워야 한다.


이에 따라 흥행 가능성이 높은 대작이나 이미 관객 동원력을 입증한 작품에 상영 기회가 집중되고, 상대적으로 흥행을 예측하기 어려운 중소 규모 영화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작·배급사와 극장의 달라진 셈법은 홀드백에서도 맞부딪힌다. 홀드백은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한 뒤 OTT·IPTV 등 후속 플랫폼으로 이동하기까지 두는 기간이다. 극장에는 일정 기간 작품을 독점적으로 상영하며 관객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지만, 제작·배급사에는 투자금 회수 시기와 연결되는 문제다.


극장 성적이 좋지 않은 작품일수록 양측의 이해관계는 엇갈릴 수 있다. 극장은 OTT 공개까지 일정한 간격을 확보해 관객이 극장을 찾을 이유를 유지하려 한다. 반면 제작·배급사 입장에서는 관객이 붙지 않는 작품을 극장에 오래 묶어두기보다 OTT·VOD 등 다음 시장으로 이동시켜 추가 수익을 확보하는 선택지가 있다. 최근 극장 개봉 이후 비교적 빠르게 OTT로 이동하는 작품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률적인 홀드백 적용을 두고 업계의 입장이 갈리는 배경이다.


물론 극장 밖 수익이 모든 영화에 똑같은 안전망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감독이나 배우가 참여한 작품, 해외 판매 경쟁력이 높은 장르 등은 선판매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OTT 역시 작품별 판매 금액과 계약 조건이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극장 부진을 얼마나 만회했는지 외부에서 최종 손익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극장은 여전히 영화가 대규모 관객과 처음 만나 화제성을 만들고 작품의 시장 가치를 확인하는 핵심 창구다. 다만 해외 판매와 OTT 등 극장 이후에도 작품의 수익과 소비가 이어지는 만큼 흥행을 극장 관객 수만으로 재단하기도 어려워졌다. 영화의 성과를 바라보는 기준 역시 달라진 유통 환경에 맞춰 보다 다각화될 필요가 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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