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속도전인데…TP·에너지 떼인 산업부 ‘손발’이 없다
입력 2026.09.12 07:00
수정 2026.09.12 07:01
TP 중기부 이관…지역 현장 연결고리 약화
日 8개 지방경제산업국서 기업 밀착 지원
에너지·AI 기능 분산…부처 협업도 숙제
숙련공 고령화·은퇴…암묵지 확보 ‘골든타임’
생성형 인공지능(AI) Chat지피를 활용해 만든 이미지.
정부가 제조업 인공지능 전환(M.AX)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지역 제조현장을 직접 챙길 집행조직은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테크노파크(TP) 소관이 중소벤처기업부로 넘어간 데다 에너지와 AI 기능도 여러 부처로 나뉘면서 현장 지원과 정책 조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숙련공 은퇴로 제조 현장의 암묵지가 빠르게 사라지는 만큼 공장별 여건을 살피고 AI 도입부터 실증·운영까지 이어지는 지원체계를 서둘러 갖추는 것이 정책 확산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지역 현장 둘러볼 여력 없는 산업부…日은 8개 지방조직이 챙긴다
11일 업계와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M.AX 추진 과정에서 지역 제조기업의 AI 도입과 공정별 실증을 지원할 집행조직 확보가 과제로 꼽힌다.
M.AX는 제조 현장에 AI를 접목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제조업 AI 전환 정책이다. 내년 예산안에는 제조 암묵지 AI 솔루션 2900억원, 풀스택 AI 팩토리 1200억원, 제조 데이터 라이브러리 1158억원 등이 포함됐다.
문제는 산업 전반에 AI를 확산할 집행조직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가 M.AX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현장 집행역량 부족이 정책 확산을 제약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통상부에는 지역 산업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지방청이 없다. 스마트공장 사업도 중소벤처기업부가 주도하고 있다. 지역 기업과 산업부를 연결하던 테크노파크(TP)도 2017년 중기부 출범과 함께 소관이 넘어간 상태다.
산업부 내부에서는 지역 현장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조직이 사실상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정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TP와 일부 정책 협력은 이어지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M.AX에 속도를 내고 싶어도 ‘현장 손발’이 부족하다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연신 M.AX의 ‘신속한 확산’을 주문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정책 체감도가 높지 않은 데에는 이 같은 현장 지원 여건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관측이다.
산업부도 지역별 ‘MINI 얼라이언스’를 통해 과제를 발굴하고 실증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선도기업을 넘어 영세한 2~4차 협력업체까지 AI를 확산하려면 공장별 사정을 지속해서 살필 조직이 필요하다. 설비와 전력·통신 환경부터 설치 비용, 운영인력까지 여건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Chat지피를 활용해 만든 이미지.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 AI연구원 연구교수는 “실행 조직이 없으면 현장 상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며 “2차에서 4차 벤더 정도는 굉장히 영세하기 때문에 그 환경에 맞게 전략을 실제로 수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력도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하고 통신 모듈도 작동해야 하며 설치 이후 담당자가 누군지도 봐야 한다”며 “이런 것들은 실행기관이 작동해야만 알 수 있는 문제”라고 부연했다.
결국 제조 AI 확산을 위해서는 교육·설비·운영 지원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현장 체계를 갖추는 게 관건이라는 얘기다.
반면 일본은 지역 단위 산업정책을 담당할 상설 조직을 두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홋카이도·도호쿠·간토·주부·긴키·주고쿠·시코쿠·규슈 등 8곳에 지방경제산업국을 운영한다. 이 지방 조직들은 중앙 산업정책을 지역에서 집행하면서 기업별 애로와 인력·기술·사업화 수요를 파악해 필요한 지원과 연결하는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에너지·AI 나뉜 부처 칸막이 숙제…숙련공 은퇴 전 암묵지 확보해야
지역 집행조직뿐 아니라 부처 간 역할 조율도 M.AX의 과제다. 산업부의 핵심 에너지 정책 기능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옮겨가면서 제조업 육성과 전력·에너지 정책을 함께 설계하기 위한 부처 간 협업 필요성이 커진 것이 대표적이다.
AI 정책 역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역할이 맞닿는 부분이 있어 정책 추진 과정에서 조율이 필요한 영역으로 꼽힌다.
산업부는 기존 제조업 지원 정책에 AI를 접목하는 방식으로 M.AX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제조와 AI를 각각 담당하는 부처가 나뉜 만큼 사업 범위와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가 향후 정책 속도와 실행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해원 카이스트(KAIST) 교수는 부처 간 협업을 바탕으로 관련 정책을 지속적으로 끌고 갈 추진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장에서 체감하기에는 최근 휴머노이드와 제조 AI 관련 정책 논의가 다소 잦아든 것 같다”고 말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Chat지피를 활용해 만든 이미지.
부처 간 조율에 시간을 끌 상황도 아니다. 제조 현장의 숙련공이 빠르게 고령화하면서 '암묵지 확보'의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숙련자가 현장을 떠나기 전에 수십 년간 축적한 경험과 판단을 데이터로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연말까지 제조 현장의 암묵지 100개 과제를 선정하고 내년 초 관련 용역에 착수할 계획이다. 다만 제조 현장을 이해하는 AI기업이 많지 않아 실제 사업을 수행할 기업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로 남아 있다.
최 교수는 “숙련공은 대부분 고연령자이고 은퇴에 가까워 암묵지가 사라지고 있는 상태”라며 “이를 가져가려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 전역의 제조업을 대상으로 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중국과 경쟁하는 하이테크 제조업에 우선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제조업 기반이 살아 있는 점을 잘 활용하면 전 세계에 없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