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수첩 속 '서울시장 후보 정청래'發 민주당 계파 갈등 재점화하나
입력 2026.09.11 05:30
수정 2026.09.11 05:30
김민석 메모에 '정적 제거' 해석 나와
정청래 "불쾌" 김민석 "거론된 분 적은 것"
친청 "鄭 매장하려고 수첩 노출 의도한 듯"
친석 "큰 의미 없는 메모에 확대해석 난무"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당대표 취임 후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청래 전 대표를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검토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전당대회 이후 잠복했던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김민석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에서 막판까지 당권을 놓고 경쟁했던 정 전 대표를 민주당의 상대적 험지인 서울시장 선거 후보군에 올린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정적 제거'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데일리안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촬영한 김 대표의 수첩에는 '서울시장 후보'라는 문구 아래 '훈식·원식·청래'로 읽히는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우원식 전 국회의장, 정 전 대표를 적은 것이 맞다고 밝혔다.
당대표가 내년 보궐선거가 점쳐지고 있는 서울시장 후보군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중량급 인사들의 이름을 적어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정 전 대표의 이름이 포함됐다는 점은 당내에서 적잖은 파장을 낳고 있다. 정 전 대표가 김 대표와 당권 경쟁을 벌였던 인사인 데다, 두 사람 사이에는 전당대회 과정에서부터 이어진 정치적 긴장감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당대회가 끝난 뒤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양측의 감정 싸움도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표면화되는 모습이다.
정 전 대표는 전날 수첩 사진이 공개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번 워크숍 때는 마이크 잡고 농락하더니 이번에는 수첩으로 때리냐"며 "불쾌하다"고 적었다. 이어 "전당대회 때 네거티브로 그렇게 때렸으면 됐지 전당대회가 끝났고 이겼으면서도 진 사람을 왜 자꾸 때리냐. 너무 잔인하다"고 김 대표를 공개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은 서울시장의 꿈을 꾸다가 낙선한 김민석, 송영길 등이 좋은 후보이니 수첩에 적어 놓으시라"고 비꼬았다.
전당대회 이후 두 사람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 대표는 지난달 28일 인천에서 진행된 워크숍에서 당의 중도 확장을 강조하며 정 전 대표와 차별화했고, 이에 정 전 대표는 "제 실명을 김 대표 자신의 논리전개의 도구로 사용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김 대표의 수첩 속 메모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이유는 정 전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선거는 민주당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승부가 쉽지 않은 선거로 꼽힌다. 정 전 대표가 출마를 선택할 경우 현역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만약 선거에서 패배하면 정치적 타격은 물론 2028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여부까지 불투명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경쟁했던 정 전 대표에게 서울시장이라는 어려운 선거에 출마하도록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정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를 약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정적 제거'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현역 의원직을 내려놓게 한 뒤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차기 총선 공천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점에서 김 대표의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수첩에 적힌 메모를 살펴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다만 김 대표는 이날 '민주당 TV'에 출연해 "(서울시장 후보로) 새롭게 거론되고 여러 분이 저한테 얘기한 것을 적어놓은 것"이라며 "서울시장 선거와 강릉의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99.99% 한다고 보고 있다. 총선과 보궐선거에 대한 책임을 제가 지고 있어서 그 준비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친청계에서는 김 대표의 수첩 노출 자체에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했다. 한 친청계 의원은 "의원들은 공개된 자리에서 수첩이나 휴대전화 등을 볼 때 '카메라에 찍힐 수 있겠구나'라고 충분히 생각하는데 김 대표가 수첩을 활짝 펼친 것을 보면 의도된 연출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부동산 문제 등으로 대통령 지지율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장 선거는 보나마나 어려운 상황이니 정 전 대표를 출마시키고 그 책임을 정 전 대표에게 뒤집어 씌워 정치적으로 매장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적 죽이기'를 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며 "정청래의 세력을 제거하거나 약화시키기 위해 계속 고민했던 것의 결과물이자 시작점이 수첩 속 메모"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를 곧바로 '정적 제거'로 규정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는 반론도 있다. 정 전 대표는 민주당 내에서 높은 인지도와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인사인 만큼 서울시장 후보군에 포함되는 것 자체가 자연스러운 검토 과정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서울시장은 민주당이 늘상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중요한 자리로, 당내 모든 전력을 투입하는 선거인 만큼 전당대회에서 경쟁했던 인사를 핵심 승부처에 투입해 당의 외연을 넓히고 계파 갈등을 봉합하는 카드로 활용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사실 민주당이 어려운 시기에 국면을 돌파하고 승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카드로서 검토된다는 것 자체는 그렇게 나쁜 건 아니다"라면서 "긍정적으로 보고 과연 그런 상황이 오면 정치적 선택과 결정은 본인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메모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한 친석계 의원은 "김 대표의 해명대로 내년 보궐선거가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군을 검토하면서 여러 사람의 이름을 적어놓은 것일 뿐인데, 정 전 대표라는 이름 하나만 가지고 '정적 제거'라고 해석하는 건 너무 나간 것 같다"며 "오히려 당내에서 경쟁했던 사람까지 후보군에 포함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전당대회는 이미 끝났고 이제는 다음에 있을 선거 승리가 중요한 만큼 계파 갈등으로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