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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국내 유일 크루즈, 해양금융 업고 ‘기적’을 쓰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6.09.10 12:01
수정 2026.09.1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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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크루즈 여객선 ‘미라클호’

해진공 정책금융 바탕 지난해 취항

수영장·카지노 등 다양한 즐길거리

1년간 부산~오사카 약 5만 명 이용

부산과 일본 오사카를 오가는 팬스타 미라클호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2만2000t. 국내 유일 크루즈 페리. ‘팬스타 미라클호(이하 미라클호)’에 관한 설명이다. 지난해 4월 13일 취항한 미라클호는 길이 171.2m, 폭 25.4m, 최대 승선인원 399명 규모로 부산에서 일본 오사카를 오가는 대형 크루즈선이다. 우리나라 조선사에서 건조해 총 102개 선실을 갖춰 5성급으로 분류된다.


지난 6일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미라클호에 올랐다. 오후 1시 30분쯤 승선해 2인 1실 방을 안내받고 짐을 풀었다. 참고로 미라클호는 편도 요금 기준 120만원짜리 2인실(1개)부터 18만원짜리 8인실(4개)까지 총 6개 등급 102개 객실을 운영한다. 취재진이 묵은 방은 편도 50만원 ‘발코니 스위트’로 3등급짜리다.


발코니 스위트 객실은 육상 호텔과 비교하면 비좁았다. 다만 1인용 두 개를 붙여둔 침대는 성인 남자 2명이 잠자기에 불편함이 없었다.


객실에는 대형 TV와 세면용품, 전화기 등이 있었다. 객실 와이파이를 통해 바다 한가운데서도 인터넷 사용에 문제가 없었다. 욕실과 화장실은 한 명씩 쓰기 적당한 크기였다. 객실 외부에는 작은 테라스도 있었다. 미라클호 내부 모든 가구는 국내 대기업 제품을 쓴다고 관계자가 설명해 줬다.


짐을 풀고 객실 외부를 둘러봤다. 미라클호에는 VIP라운지부터 로얄 스위트(2등급) 객실 이상 쓸 수 있는 별도 식사 공간(무궁화&체리블라썸)과 모든 승객에게 개방된 운동공간(GX룸)이 있었다. GX룸에서는 요가와 줌바댄스 강습도 진행한다.


또 다른 시설로는 사우나와 스파&테라피가 눈에 들어왔다. 사우나는 최대 10인 정도가 쓰기에 적당했다. 찜질방과 함께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욕조가 이색적이었다.


팬스타 미라클호 객실 '발코니 스위트룸(3등석)' 내부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이 외에도 미라클호는 ‘현해탄’이란 이름의 야외 수영장과 포장마차, 고급 초밥 식당, 회의실(심포지움), 면세품 판매점, 카지노&게임바, 키즈클럽도 즐길 수 있다. 단 날씨에 따라 수영장 등 야외 시설은 이용을 제한하기도 한다. 카지노 또한 객실 요금 일부를 포인트로 받아 가상 게임머니로만 즐길 수 있다. 현금화는 불가능하다.


취재진이 탑승한 6일에는 기상이 좋지 않았다. 최고 파고가 4.5m에 달했다. 출항 후 높은 파도로 몸을 가누기 힘든 순간도 많았다. 수영장 등은 이용할 수 없었다.


미라클호 관계자는 “그나마 6m 길이 최신 스테빌라이저(균형을 잡는 장치) 덕분에 다른 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흔들림이 작은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거친 파도로 미라클호를 제외한 배들은 부산항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미라클호에는 최신 스테빌라이저뿐만 아니라 배가 고장나면 자동으로 귀항(부산)하는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다. 메인 조타실에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 별도로 두 곳의 예비 조타실도 있다. 이런 안전성 덕분에 미라클호는 취항 후 한 번도 출항 일정에 차질을 빚은 적이 없다고 한다.


저녁 7시쯤 일본에 가까워지면서 파도는 한층 약해졌다. 미라클호가 세토내해로 들어섰을 때는 파도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파도가 잠잠해지자, 갑판 위로 일본 혼슈와 시코쿠, 규슈의 야경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미라클호는 세토내해를 가로질러 오사카까지 계속 달렸다. 다음 날 오전 8시쯤 목적지에 도착한 미라클호는 250여 명의 여행객과 화물을 육지에 내리고 다시 출항 준비를 시작했다.


참고로 미라클호는 부산에서 화요일과 목요일, 일요일 출항한다.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오후 4시, 일요일에는 3시에 출항한다. 반대로 오사카에서 부산으로 오는 배는 월요일과 수요일, 금요일 오후 5시 배가 뜬다.


팬스타 미라클호 내 카지노 시설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팬스타 미라클호 내 면세점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944억원짜리, 정부 보증 덕분에 189억원으로 건조


미라클호는 국내 조선소에서 만든 7050만 달러짜리 배다. 10일 현재 환율 기준 약 944억원 정도다. 배 주인인 ‘팬스타 그룹’은 배를 만들 때 전체 건조 비용의 20%인 1410만 달러(약 189억원)를 부담했다. 나머지 금액은 선순위 금융, 즉 대출을 통해 조달했다.


미리클호 대출에는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가 핵심 역할을 했다. 선순위 금융 5640만 달러의 95%에 달하는 5358만 달러를 해진공이 보증을 섰다. 팬스타 그룹으로서는 해진공 보증 덕분에 저금리 선순위 대출로 배를 만들 수 있었다.


해운업계 설명으로는 그동안 여객선 시장은 보통 해외에서 중고 선박을 사서 운항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신조선 건조는 중소·중견 기업들에는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신조 비용이 1000억원 가까운 미라클호도 해진공 선박 지원 사업이 없었다면 중고 배를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중고선을 구매했을 때 이번과 같은 날씨에 정상 출항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특히 미라클호에 대한 금융지원은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해진공은 지난달 미라클호에 대한 ‘엔화(일본 화폐 단위)’ 보증을 위한 금융을 다시 지원했다. 달러로 체결했던 약정 보증을 엔화로 바꾼 것이다.


팬스타 미라클호 내 야외수영장 모습. 이날은 파도가 높아 운영을 하지 않았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팬스타 미라클호 승무원 모습. ⓒ팬스타 제공.

이는 환율을 고려한 조처다. 약 700억원의 남은 대출액을 엔화로 바꾸면 금리를 2.5%p 낮출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미라클호는 연간 약 17억원을 아끼게 된다. 보증 기간이 4년이므로 70억원 이상 절감하는 셈이다.


김성진 해진공 선박금융부장은 “이번 사례 핵심은 해진공이 한 번 돈을 빌려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라며 “배를 만들 때 선박 건조 자금을 지원하고, 운항을 시작한 뒤에는 선사의 영업과 매출 등을 고려해 좋은 조건에 맞춰서 다시 금융 설계를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진공 보증으로 국내 최초 크루즈 페리의 신조 금융 문턱을 낮췄고, 취항한 이후에도 선사가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했다”며 “특히 엔화로 벌어서 엔화로 갚는 구조를 만들어서 선사의 비용과 환 위험을 함께 줄였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미라클호는 부산과 오사카를 연결하는 여객 운송을 넘어 해상 관광과 물류를 결합한 사업 모델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1년여 동안 약 9만 명에 달하는 이용객이 배에 올랐다. 화물은 약 5만TEU를 실어날랐다.


미라클호는 정책금융이 기업의 사업 기회를 어떻게 현실로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향후 해운·조선산업의 동반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해진공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명하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장은 “미라클호는 정책금융을 통해 중소 선사의 신조선 활보를 지원하고 국내 조선소의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로 연결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중소·중견 선사의 신조선 확보와 신규항로 개척을 위한 맞춤형 금융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팬스타 미라클호에서 바라본 일본 전경.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팬스타 미라클호에서 바라본 세토내해 관문대교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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