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룸’ 이어 ‘옵세션’ 국내 극장가 상륙…공포 흥행 바통 이을까 [영화 뷰]
입력 2026.09.10 10:19
수정 2026.09.10 10:20
75만 달러 저예산으로 글로벌 흥행…국내서도 초반 상승세
‘백룸’의 뒤를 이을 공포영화가 국내 극장가에 들어왔다. 북미에서 저예산 흥행 신화를 쓴 ‘옵세션’이다.
지난 2일 개봉한 ‘옵세션’은 국내에서도 초반 흥행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옵세션’은 9일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며 누적 관객 수 27만724명을 기록했다.
개봉 첫 주말인 4~6일에는 13만8439명을 모아 주말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했다. 장기 흥행 끝에 50만 관객을 넘어선 ‘서브스턴스’가 개봉 33일째 20만명을 돌파한 것과 비교하면 초반 관객 유입 속도도 빠르다.
‘옵세션’은 오랜 친구 니키를 짝사랑하는 베어가 소원을 이뤄준다는 나뭇가지를 손에 넣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베어는 니키가 자신을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고 바라던 사랑을 얻지만, 니키의 감정은 걷잡을 수 없는 집착으로 변한다.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할 법한 ‘짝사랑이 이뤄진다면’이라는 소원을 현실로 만든 뒤, 그 결과를 로맨스가 아닌 공포로 밀어붙인다.
'옵세션' 스틸ⓒ유니버설 픽쳐스
국내 개봉 전 ‘옵세션’은 이미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성을 입증했다. 제작비 75만 달러(약 10억원)로 만들어져 전 세계에서 약 5억570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특히 북미에서는 개봉 2주 차 흥행 수입이 첫 주보다 30% 증가하며 입소문을 타고 흥행 규모를 키웠다.
올여름 북미 호러 시장에서 ‘옵세션’과 함께 주목받은 다크호스가 ‘백룸’이다. 약 2주 간격으로 개봉한 두 영화는 대형 프랜차이즈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제작비 약 1000만 달러가 투입된 ‘백룸’은 전 세계에서 약 3억94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유명 IP나 스타 배우를 앞세우지 않은 두 작품이 각각 약 5억570만 달러와 3억9400만 달러의 글로벌 흥행 수입을 기록한 셈이다.
두 영화에는 흥행 성적 외에도 닮은 지점이 있다. ‘옵세션’의 커리 바커와 ‘백룸’의 케인 파슨스 모두 기존 영화계보다 유튜브에서 먼저 관객을 만난 Z세대 감독이다. 1999년생 바커는 단편영화와 코미디 영상을 만들며 감각을 익혔고, 파슨스는 10대 때 유튜브에 공개한 ‘백룸’ 영상으로 이름을 알렸다. 장편영화에 앞서 온라인에서 자신의 콘텐츠를 직접 선보이고 관객의 반응을 경험한 창작자들이 극장으로 무대를 옮겼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다만 공포를 만드는 방식은 다르다. 파슨스는 인터넷에서 확산된 ‘백룸’ 괴담을 바탕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노란색 공간과 그 안에 갇힌다는 리미널 스페이스의 불안을 영화의 중심에 놓았다. 온라인에서 이미지와 영상으로 소비되던 공포를 장편영화의 세계관으로 확장했다.
반면 바커의 ‘옵세션’은 일상적인 감정에서 출발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욕망을 실제로 이뤄준 뒤, 사랑이 과도해질수록 관계가 얼마나 끔찍해질 수 있는지를 파고든다.
짝사랑과 연애라는 익숙한 소재에 집착과 스토킹의 공포를 결합하고, 바커가 유튜브 코미디 영상에서 쌓은 감각도 녹였다. ‘백룸’이 인터넷 세대에게 익숙한 공간의 불안을 극장으로 옮겼다면 ‘옵세션’은 익숙한 관계와 감정을 비틀어 공포를 만들어낸 셈이다.
북미에서 나란히 성과를 낸 두 작품 가운데 국내에서는 ‘백룸’이 먼저 관객을 만났다. 지난 5월 개봉한 ‘백룸’은 누적 121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제 ‘옵세션’이 ‘오디세이’와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등 대형 블록버스터가 상위권을 지키는 가운데 박스오피스 2위까지 올라서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서로 다른 소재를 자신들 세대에 익숙한 방식으로 공포로 변주한 두 Z세대 감독의 영화가 북미에 이어 국내에서도 연달아 관객의 선택을 받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