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MBK가 장관 저지"?… 후보자 결함 가리려 기업을 방패 삼나 [데스크 칼럼]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입력 2026.09.08 09:31
수정 2026.09.08 09:49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풍문으로 엮은 'MBK 배후설'… 후보자 의혹에 대한 정직한 소명이 먼저

기업을 제물 삼은 여당의 비호…검찰개혁 대의까지 훼손

ⓒ김현정 의원 페이스북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은 가볍지 않다. 코로나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서 민원을 전달한 일, 브로커와의 관계, 가족이 근무한 발달장애인 돌봄센터를 둘러싼 논란까지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할 사안이 쌓여 있다. 장관 후보자라면 의혹마다 사실관계와 자신의 책임을 차분히 밝히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현정 의원은 지난 6일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 페이스북에 '수상한 MBK, 김승원 후보자 흔들기? 즉각 중단하십시오'라는 글을 올려 MBK파트너스가 김 후보자 임명을 저지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글의 출발은 스스로 인정했듯 "이야기가 들린다"는 풍문이었다. 김 의원은 "단순한 소문일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으면서도, 곧장 김광일 MBK 부회장의 김앤장 근무 이력, 김앤장에 영입된 전직 검사들, MBK 정관의 주요 인력 유죄 판결 시 조항을 차례로 꺼냈다. 김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MBK 관련 수사와 기소 여부 판단이 빨라지고, 경영진 책임 규명도 진전될 수 있으며, 그 결과 펀드 운용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소문을 뒷받침하는 직접 증거를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왜 그런 의혹이 제기됐는지를 설명할 '인적 연결과 이해관계의 구조'를 제시한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법조계와 금융투자업계의 현실을 외면한 '설익은 꿰맞추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우선 대형 로펌의 통상적인 전관 영입을 두고 'MBK가 김승원 후보자를 저격하기 위해 김앤장과 결탁했다'는 식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실체적 물증은 전무하다.


더욱이 현재 김앤장은 MBK·영풍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 측을 대리하고 있어, 김앤장과 MBK를 한 묶음으로 엮는 설정 자체가 현실의 대립 구도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김 의원이 언급한 정관 조항도 그 자체로는 특정 경영진의 유죄나 해고, 펀드 운용 차질을 뜻하지 않는다. '주요 인력이 1심에서 중대한 법령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라는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그 조건이 김병주 회장 등 누구에게 적용되는지, 어떤 법적 효과가 실제로 발생하는지, 펀드 운용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는 별도의 자료와 검증이 필요하다.


법무부 장관의 권한을 지나치게 직선으로 그린 대목도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사무를 일반적으로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한다. 장관이 특정 기업 사건의 수사팀에 "빨리 수사하라"거나 "기소하라"고 직접 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장관 취임이 특정 기업의 수사·기소를 자동으로 빠르게 만든다는 식의 전제는 법적 권한과 실제 수사 절차를 너무 단순화한 것이다.


이 조문마저 다음달이면 사라진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공소청법과 중대범죄수사청법이 10월 2일 시행되면서 78년 만에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한다. 공소청 검사에게는 공소 제기·유지와 영장 청구 권한만 남고 직접수사권은 사라진다. 부패·경제 등 6대 중대범죄의 직접수사는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인 중대범죄수사청이 맡는다.


김 의원이 거론한 MBK 관련 사안은 경제범죄에 해당하고, 그 수사는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에서 벗어난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법무부 장관의 손이 개별 수사에 닿지 않도록 한 것이 이번 검찰개혁의 취지다. 그 입법을 주도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이고, 김 후보자는 올해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를 맡았다.


김 의원 자신도 글 첫머리에 그 사실을 적었다. 자신들이 만든 제도가 시행을 코앞에 둔 시점에, 그 입법의 당사자가 장관이 되면 특정 기업 수사에 속도가 붙는다고 주장한 셈이다.


김 후보자 자신의 해명도 이 대목에서 함께 볼 필요가 있다. 그는 제넨셀 관련 기소유예 논란에 대해 "윤석열 정부였고 심우정 검찰총장이었는데,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이 어떻게 검찰에 압력을 가해 기소유예를 만들 수 있겠느냐"고 했다. 당시 자신의 정치적 지위로는 검찰의 수사·기소 판단을 움직일 수 없었다는 취지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과거 사건에서는 검찰에 개입할 수 없었다고 읍소하는 사이, 여당 내부에서는 그가 법무부 장관이 되면 특정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와 기소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가 흘러나온다. 장관의 인사권과 지휘·감독권을 특정 사건의 처리 속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인식하는 당내 시각에 김 후보자가 선을 긋지 않는다면, 그가 과거 비판해 온 '정치 검찰'의 작동 방식을 이번에는 장관의 권한으로 되풀이하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김 후보자가 할 일은 청문회 의혹을 정치공세나 자료 유출 논란으로만 돌리는 것이 아니다. "민원을 신중하게 했어야 한다"고 인정한 만큼, 누구의 요청을 받아 식약처장에게 어떤 내용으로 연락했는지, 그 뒤 어떤 접촉이 있었는지, 후원금 시도와는 무관했는지를 문서와 기록으로 설명해야 한다. 가족 급여 논란도 실제 근무 내용과 채용·보수 결정 절차를 투명하게 밝히면 될 일이다.


김현정 의원 역시 정말 김승원 후보자를 돕고 싶었다면, 근거가 불분명한 '낙마 공작설'보다 국민이 가진 의문을 풀 자료를 요구했어야 했다. 검증해야 할 의혹이 많은 후보자를 지키는 길은 의혹을 제기한 상대의 배후부터 찾는 데 있지 않다. 설명이 부족한 대목을 채우고, 잘못이 있으면 인정하는 데 있다. 판단은 청문회와 국민의 몫이다.


MBK는 후보자 임명 저지 활동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김 의원이 다른 사실을 알고 있다면 이제는 "이야기가 들린다"는 표현을 넘어 구체적 근거를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글은 김 후보자를 지키려다 오히려 후보자 검증의 본질을 흐린 정치적 무리수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