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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지사 박원근 작품인 줄 알았는데"...친일파 작품이었다

전기연 기자 (kiyeoun01@dailian.co.kr)
입력 2026.09.07 14:38
수정 2026.09.0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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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에 애국지사 박원근(1912~1950)의 글씨로 소개됐던 유묵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의 작품으로 확인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7일 보도자료를 통해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 전시한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 유묵을 조사한 결과 박중양의 작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일반시국은'은 '한 그릇의 밥도 다 나라의 은혜다'라는 뜻으로 임진왜란 당시 승병을 일으킨 영규대사의 말로 알려진 문구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돼 있던 '일반시국은' 유묵.ⓒ국립중앙박물관

해당 작품은 '한인(韓人) 박원근'이라고 적힌 족자 형태로, 박물관은 개인 소장가로부터 대여해 독립운동가 박원근의 글씨로 소개했다. 이후 유족이 전시품 앞에서 오열하는 모습이 공개되며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8월 10일 '박원근'이 박중양이 과거 사용했던 이름이라는 제보가 접수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박물관은 해당 유묵을 전시장에서 내린 뒤 서예·근현대사·고문헌·보존과학 분야 전문가 7명에게 검증을 의뢰했다.


조사 결과, 유묵의 필적과 인장을 분석한 결과 박중양의 작품으로 판단됐다. 특히 작품에 찍힌 두인(頭印)에는 1932년 말 서예가 김태석(1874~1951)이 박중양에게 새겨준 것으로 알려진 인장 문구와 일치하는 내용이 확인됐다.


작품에 적힌 '한인'이라는 표현 역시 대한제국 시기 일본을 방문하거나 유학한 조선인이 일본인 앞에서 국적을 밝힐 때 사용했던 표현으로 조사됐다. 박중양은 1896~1903년 일본에 유학한 것으로 확인돼 작품의 표현과 시기적 정황도 맞아떨어진다고 박물관은 설명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뉴시스

박물관은 "비슷한 서체와 도장을 가진 박원근의 작품도 확인했지만, 일본인을 위해 휘호한 사례 등이 박원근의 독립운동 행적과 맞지 않는다는 점도 박중양의 작품이라는 판단을 뒷받침한다"고 짚었다.


앞서 이 유묵은 경매에 출품될 당시에도 박원근의 작품으로 소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물관은 "박원근 지사의 유족에게 조사 경위와 결과를 설명하고 거듭 사과하겠다"며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전시품 사전 검증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유홍준 관장도 "역사적 인물에 대한 정확한 사실 확인은 박물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며 검증이 미흡했던 데 대해 사과하고 전시품 검증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기연 기자 (kiyeoun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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