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의 기다림’ 최예림 “2등 9번 했으니 통산 10승 목표”
입력 2026.09.06 18:50
수정 2026.09.06 18:50
최예림. ⓒ KLPGA
지독했던 ‘준우승 잔혹사’가 드디어 끝났다. 최예림(휴온스)이 정규투어 데뷔 9년, 239번째 출전 만에 마침내 첫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최예림은 6일 경기도 포천시 아도니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OK저축은행 읏맨 오픈’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2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 10언더파 206타를 적어낸 최예림은 막판까지 거세게 추격한 임희정(9언더파 207타)을 한 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1억8000만원이다.
2018년 정규투어에 데뷔한 뒤 8년 넘게 우승을 기다려온 최예림에게 가장 뼈아팠던 기억 중 하나는 지난 6월 맥콜·모나 용평 오픈이었다. 당시 김민솔과 연장 승부까지 갔지만 또다시 우승을 놓쳤다.
이번에는 달랐다.
최예림은 우승 직후 “9년 만에 처음 우승하게 됐는데 너무 기쁘고 지금은 얼떨떨한 마음밖에 없다”고 했다.
긴 기다림을 끝내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의외로 ‘스코어를 보지 않는 것’이었다. 최예림은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전날부터 스스로에게 반복해서 ‘자기 최면’을 걸었다고 했다. 경기 중에도 스코어보드를 의식적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괜히 보게 되면 남은 홀에 집중이 안 될 것 같아서 최대한 스코어를 안 보려고 노력했다”며 “캐디에게도 계속 ‘편하게 쳐도 되죠?’라고 이야기했고, 캐디도 계속 ‘편하게 쳐’라고 이야기해줬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예림은 전반 9개 홀에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다. 아이언 샷의 정확도를 앞세워 전반에만 버디 3개를 잡아냈고, 9번 홀(파5)에서는 약 3.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집어넣었다.
한때 2위 그룹과의 격차가 6타까지 벌어지면서 일찌감치 우승을 굳히는 듯했다.
최예림. ⓒ KLPGA
그러나 후반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페어웨이를 놓치는 장면이 나왔고, 임희정이 거세게 추격했다. 결국 14번 홀(파4)에서 나온 보기로 격차가 2타까지 좁혀졌다.
16번 홀에서는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았다. 티샷이 흔들리면서 세 번째 샷 만에 그린에 올렸고, 약 4m 거리의 파 퍼트마저 놓치면서 한 타를 더 잃었다.
선두가 한 타 차까지 좁혀진 상황. 과거였다면 최예림의 경기력이 흔들릴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끝까지 버텼다.
18번 홀에서도 티샷이 오른쪽 러프로 향했지만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며 위기를 넘겼다. 결국 2퍼트로 마무리하면서 더 이상 타수를 잃지 않았고, 동료 선수들의 물세례와 함께 생애 첫 우승을 만끽했다.
최예림과 OK금융그룹 최윤 회장. ⓒ KLPGA
최예림은 그동안 수없이 경험했던 준우승이 오히려 이번 우승의 밑거름이 됐다고 돌아봤다. “2등을 9번 했는데 10번 한다고 뭐가 달라지나”라는 생각을 했다는 그는 “연장까지 갈 정도면 나도 우승했다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예림은 연장 승부를 세 차례 경험했고 모두 패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감이 생겼다.
과거에는 ‘나는 우승을 할 수 없는 선수인가 보다’라고 생각했지만, 연장전에 진출할 정도로 꾸준히 우승 경쟁을 펼치면서 ‘나도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선수’라는 확신을 얻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확신을 현실로 바꿨다. 기술적으로 가장 큰 변화로는 퍼트를 꼽았다. 드라이버 비거리나 아이언 정확도 자체는 지난해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퍼트에 대한 자신감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2주 전부터 호흡을 맞춘 이시우 코치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최예림은 “제가 좀 많이 불안한 편이라면 프로님은 안정형이어서 그런 게 도움이 많이 됐다”며 “항상 ‘잘한다, 잘한다. 원래 너 잘하는 선수였어’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고 밝혔다.
퍼트 레슨을 새롭게 받으면서 자세를 다듬고 라인을 읽는 방법까지 교정한 것이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퍼트에 대한 불안감은 최예림에게 오랫동안 남아 있던 숙제였다. 2년 차였던 당시 넥센·세인트나인 대회에서 마지막 홀 쇼트 퍼트를 놓치면서 연장 진출 기회를 날린 뒤 퍼트에 대한 자신감이 크게 떨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졌다. 중요한 순간마다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오히려 자신감을 쌓았고, 이번 대회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그 감각이 이어졌다.
최예림. ⓒ KLPGA
첫 우승을 차지한 최예림은 이제 목표를 더욱 크게 잡았다. “앞으로 우승을 많이 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그는 구체적인 목표를 묻자 주저 없이 “10승”을 외쳤다.
남은 시즌에는 메이저 우승에도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이 열리는 블루헤런은 첫 스폰서와 인연이 있고, 과거에도 많이 연습했던 코스라며 “블루헤런에서는 꼭 한번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체력과 비거리 향상도 과제로 꼽았다. 최근 KLPGA 투어 코스가 전반적으로 길어지고 까다로워지는 만큼 올겨울 체력 훈련에 집중해 더 많은 우승 기회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무엇보다 최예림에게 이번 우승이 남긴 가장 큰 변화는 마음의 짐을 덜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전 우승 경쟁에서 아쉽게 정상에 오르지 못한 뒤 밤잠을 설쳤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내가 이 홀에서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에 며칠씩 잠을 못 잤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두 달 정도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은 9년 동안 가슴 한편에 남아 있던 첫 우승에 대한 갈증을 끝내 해소한 최예림다운 소감이었다.
첫 승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라고도 했다. “한 번 우승한 것에 만족하지 않고 우승을 많이 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며 10승을 향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최예림. ⓒ KLPG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