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2026] 주인공 자린 내줬지만…TV, 中 장악 LCD서 'RGB·칩' 반격
입력 2026.09.05 00:00
수정 2026.09.05 06:26
AI홈·로봇에 전시장 앞자리 내줬지만 프리미엄 경쟁은 계속
LCD 주도권 中에 내줬지만 프리미엄 RGB 기술은 韓이 승부
3일(현지시간) 메세 베를린 LG전자 부스에서 백선필 LG전자 디스플레이 CX담당 상무가 LG TV 대표 프로세서인 알파(α) AI 프로세서 관련 이미지를 설명하는 모습. ⓒ임채현 기자
한때 IFA 전시장의 얼굴은 단연 TV였다. 전시장 입구를 가득 채운 초대형 화면과 화질 경쟁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지만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4일(현지시간) 메세 베를린에서 개막한 'IFA 2026'에서는 TV 대신 AI홈과 로봇이 전시의 중심에 섰다. 주요 업체들은 개별 TV의 화질과 크기 경쟁보다 집 안의 여러 기기를 연결하는 AI홈과 휴머노이드·컴패니언 로봇 등 피지컬 AI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시장 곳곳에서도 대형 TV보다 로봇 시연과 AI 기반 생활 경험에 관람객이 몰리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TV가 IFA의 주인공 자리에서는 한발 물러났지만 기술 경쟁까지 잦아든 것은 아니다. 올해 TV 시장에서 새롭게 부상한 화두 중 하나는 RGB다. 기존 프리미엄 LCD TV가 블루 LED 백라이트와 퀀텀닷 등을 활용해 색을 구현해왔다면, RGB 계열 TV는 빨강(R), 초록(G), 파랑(B) 광원을 백라이트 단계에서 각각 활용해 색 순도와 밝기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메세 베를린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프리미엄 TV 전시는 여전히 강한 존재감을 보였다. 하이센스는 RGB MiniLED를 전면에 내세웠다. R·G·B 광원을 직접 활용하는 백라이트에 자체 영상처리 프로세서 'Hi-View' 계열 칩을 결합해 색과 밝기, 명암 등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IFA 2026 하이센스 부스 내부에 자체 영상처리 프로세서 'Hi-View'에 대한 설명이 있다.ⓒ임채현 기자
현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TV를 살펴보던 백선필 LG전자 디스플레이 CX담당 상무는 RGB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광원 자체보다 이를 얼마나 정교하게 다루느냐라고 설명했다.
백 상무는 R·G·B 광원 제어를 속도가 서로 다른 세 사람이 나란히 달리는 상황에 빗댔다. 세 색의 발광 특성과 필요한 광량이 각각 다른 만큼 원하는 색과 밝기를 만들려면 각 광원을 동시에 정교하게 맞춰줘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R·G·B LED를 각각 사용하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세 색을 정확하게 맞춰 제어하는 게 어렵다"며 "결국 핵심은 이를 조종하는 메인 SoC 칩과 그 안에 들어가는 화질 알고리즘"이라고 말했다.
물론 중국 TV 업체들의 추격도 이제 패널과 백라이트에 머물지 않는다. 하이센스가 자체 Hi-View 계열 프로세서를 프리미엄 TV에 적용하는 등 자체 영상처리 칩과 알고리즘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도 이같은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다만 오히려 LG전자가 아직 경쟁력을 자신하는 부분도 이 지점에 있다. 백 상무는 LG전자가 OLED TV를 개발하면서 10년 넘게 자체 칩과 화질 알고리즘을 축적해왔다고 강조했다.
메세 베를린 밖 삼성전자 전시에서도 비슷한 평가가 나왔다. 삼성전자는 이번 IFA에서 '마이크로 RGB' TV를 선보였다. 100㎛ 이하 크기의 빨강·초록·파랑 LED를 백라이트에 촘촘히 배열하고 각 광원을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방식이다. 전용 AI 엔진을 통해 영상에 맞춰 색과 밝기, 화질을 실시간으로 보정한다.
현장에서 최성민 삼성전자 독일법인 CE리테일담당은 RGB 기술 자체보다 이를 구현하는 칩과 AI 처리 역량이 경쟁력을 가른다고 봤다. 최 담당은 "RGB는 업체마다 구현 방식이 달라 기술명만으로 우열을 가르기는 어렵다"며 "결국 자체 칩을 갖고 있느냐, 그리고 그 칩을 기반으로 AI와 화질 기술을 얼마나 정교하게 구동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마이크로 RGB를 앞세워 프리미엄 LCD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115형 마이크로 RGB TV를 처음 출시한 데 이어 올해 55·65·75·85·100형으로 라인업을 확대했고, 130형 모델도 추가로 공개했다. LG전자 역시 올해 첫 플래그십 RGB TV인 'LG 마이크로 RGB 에보'를 선보이고 글로벌 시장에 순차 출시하고 있다.
이는 중국 업체들이 강세를 보여온 프리미엄 LCD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고급 제품군을 앞세워 다시 존재감을 키우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올해 1분기 TCL·하이센스·샤오미 등 중국 브랜드의 미니LED TV 합산 점유율은 54%에 달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미니LED TV 출하량은 전년 동기보다 200% 이상 늘었고, LG전자 역시 올해 미니LED TV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시장에서는 'RGB'라는 이름이 눈에 띄었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공통으로 강조한 것은 이를 실제 화질로 구현하는 칩과 알고리즘이었다. 중국 업체들이 패널과 백라이트에 이어 자체 영상처리 기술까지 빠르게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도 마이크로 RGB를 앞세워 프리미엄 LCD 시장의 주도권을 다시 노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