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미국서 안 만들면 대가"…靑, 美 '반도체 표적 관세' 압박에 '셈법' 복잡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입력 2026.09.03 21:30
수정 2026.09.03 21:30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美러트닉 상무장관 "미국서 생산하면 관세 안 낸다"

관세 감면 조건으로 삼성·SK하이닉스에 美 투자 압박

靑 "구체적인 상황 확정 안돼…韓 기업 불이익 없도록 협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채플힐에서 열린 G20 혁신장관회의에 참석해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미국 상무부 장관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여부와 관세를 연계하는 '반도체 표적 관세'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세 감면을 조건으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대미 투자를 더욱 강하게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를 두고 미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정부의 셈범이 한층 더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청와대는 미국의 움직임이 아직 실질적인 조치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힐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혁신장관 회의 도중 CNBC 방송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반도체 관세와 관련해 "표적화되고(targeted) 신중한(thoughtful) 반도체 관세 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여기(미국)서 생산하면 관세를 내지 않지만 생산하지 않으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대가(관세)를 치를 각오를 하라'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관세 대상 품목에 노트북, 게임 콘솔, 데이터센터 서버 등 반도체가 들어가는 주요 완제품도 포함된다는 미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러트닉 장관은 "정확히 맞다"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서 생산하면 관세가 없다'고 계속 말해왔다"며 "미국에서 공사를 시작할 의향이 없다면 세계 최대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사회자가 "(반도체 관세는) SK나 삼성 입장에선 경고를 받은 것처럼 여겨진다"고 질문하자, 이에 호응하면서 "그들이 이곳에 공장을 짓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지난 7월 마이크론의 뉴욕주 공장 콘크리트 타설 기념식에서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데려와 공장을 짓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월에는 "메모리 반도체 제조 기업에는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3일 미국 정부의 '반도체 표적 관세' 추진에 대해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는 관련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우리 기업에 불리한 영향이 없도록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미국의 반도체 표적 관세 추진이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에 견지해 온 정책인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그간 진행해 온 대미 투자를 일부 조정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기업은 이미 미국에 투자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370억 달러(약 50조원) 이상을 들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단지를 조성하고 있고, 올해 말 두 번째 파운드리 공장(테일러 팹2) 착공을 계획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40억 달러(약 5조원)를 투입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으며, 추가 투자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D램과 HBM 등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은 현재 미국 내에 없다.


두 기업의 투자 규모와 분야 등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반도체 관세 감면 범위에 적용될 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지난해 한국과 미국은 무역 협상을 타결하면서 대부분의 한국산 상품에 15%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지만, 반도체 관세 계획은 확정하지 않았다. 반도체 부문의 경우 대만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는다'는 원칙적인 내용만 합의됐다. 대만의 경우 당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대만 TSMC 같은 기업은 미국에 공장을 짓고 현지 생산 능력의 2.5배, 완공 후에는 신규 생산 능력의 1.5배까지 반도체 품목 관세를 면제받기로 했다.


두 기업은 최근 호남권에 총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발표한 상황이라 미국에 추가 투자를 요구받는다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한편 G20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현지에서 러트닉 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가 논의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반도체 표적 관세 등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지 주목된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