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픽’인 줄 알았더니…11년 만에 증명한 미미의 ‘마이웨이’ [D:PICK]
입력 2026.09.04 08:53
수정 2026.09.04 08:54
개인 활동 적던 시절 직접 촬영·편집한 ‘밈PD’로 자신만의 캐릭터 구축
‘뿅뿅 지구오락실’이 발견한 건 이미 꾸준히 쌓아온 미미의 세계
데뷔 11년 만의 첫 솔로 ‘비시 배시 보시’…예능 넘어 음악으로 넓힌 자기 색
그룹 오마이걸(OH MY GIRL) 미미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프로그램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 tvN ‘뿅뿅 지구오락실’이다. 알아듣기 어려운 특유의 발음부터 예측할 수 없는 오답, 거침없는 먹방까지. 2022년 처음 방송된 ‘지구오락실’에서 미미는 기존 걸그룹 예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캐릭터로 단숨에 주목받았다. 자연스럽게 ‘나영석 PD가 발견한 예능 원석’이라는 이미지도 따라붙었다. 그러나 미미의 지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누군가 자신을 발견하기 훨씬 전부터 미미는 스스로 카메라를 들고 자신의 캐릭터를 세상에 보여주고 있었다.
2015년 오마이걸의 메인 래퍼로 데뷔한 미미는 팀 안에서 확실한 음악적 색깔을 가진 멤버였다. 허스키한 목소리와 개성 강한 랩은 오마이걸 특유의 몽환적이고 밝은 음악 사이에서 대비되는 질감을 만들었다. 그러나 팀의 이름이 커지는 동안에도 개인으로서 미미가 대중에게 자신을 보여줄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미미가 택한 방법은 기다리는 대신 직접 판을 만드는 것이었다. 2019년 연 개인 유튜브 채널 ‘밈PD’는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다. 첫 브이로그 ‘리얼한 미현이의 세상’에서는 자다 일어난 민낯까지 거리낌 없이 공개했다. 먹고 싶은 것을 먹고, 혼잣말을 하고, 일상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초기에는 촬영부터 편집, 자막까지 직접 했다. ‘걸그룹 미미’에게 요구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인간 김미현의 취향과 일상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꺼내놓는 공간이었다.
미미 ⓒRBW, DSP미디어
‘지구오락실’ 제작진이 발견한 것도 바로 그 모습이었다. 나영석 PD는 한 인터뷰에서 미미의 캐스팅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당시 제작진이 약 50명의 후보를 검토했는데, 미미의 유튜브를 본 뒤 “현실에 발 붙이고 살면서 내 길을 개척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좋았다고 했다. 이후 관련 없는 사람들에게서도 그의 이름이 반복해서 나오자 캐스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발견된 미미는 예상보다 훨씬 강력했다. 모르는 문제 앞에서도 좀처럼 기죽지 않고 자신 있게 답을 던지고, 아이돌이라는 이유로 먹는 모습을 숨기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웃기려고 만들어낸 캐릭터처럼 보이지 않았다. ‘밈PD’에서 수년간 보여줬던 김미현의 모습이 방송으로 무대만 옮겼을 뿐이었다. ‘지구오락실’ 이후 여러 예능과 MC 자리에서 꾸준히 러브콜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한 프로그램에서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니라 이미 오랜 시간 축적된 자신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미미가 지난달 데뷔 11년 만에 처음으로 솔로 가수로 나섰다. 첫 싱글 ‘비시 배시 보시’(Bish Bash Bosh)는 그동안 대중이 알던 ‘예능인 미미’와 오마이걸 안에서 보여준 ‘가수 미미’ 사이에 놓여 있던 간극을 좁히는 결과물이다. 미미는 작사와 작곡은 물론 곡 전반의 프로듀싱에 직접 참여했고 퍼포먼스와 비주얼에도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취미로 시작해 3년 동안 꾸준히 배운 디제잉 역시 무대 위로 가져왔다.
미미 ⓒRBW, DSP미디어
그동안 미미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자신만의 방식’이었다. 개인 활동이 많지 않을 때는 직접 유튜브를 만들었고 그곳에서 아이돌에게 기대되는 정제된 모습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보여줬다. 그렇게 만든 캐릭터가 예능에서 통하자 이번에는 디제잉을 배우고 음악을 만들어 자신의 영역을 다시 넓혔다. 미미에게 예능은 본업과 멀어지는 우회로가 아니라 자신의 취향을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게 만든 통로였다.
데뷔 11년 만에 나온 첫 솔로 앨범이 유독 미미답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미는 처음부터 가장 많은 기회를 받은 멤버도, 단숨에 개인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멤버도 아니었다. 대신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자신의 공간을 만들었고 그 안에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를 끊임없이 보여줬다.
누군가에게 발견되기 위해서는 먼저 발견할 만한 자신만의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미미는 그걸 남이 만들어주기 전에 스스로 만들어놓았다. ‘나영석의 픽’으로 대중에게 발견된 지 4년, 이제 미미는 예능이 아닌 음악에서도 온전히 자신의 이름을 내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