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소명의식 내팽개치고 돈벌이"…유영하 발언에 의료계 반발
입력 2026.09.03 15:32
수정 2026.09.03 15:33
유영하 의원, 복무기간 단축 두고 ‘돈벌이·로비’ 발언
의협 “제도 개선 요구 악의적 매도…현장 현실 외면”
서울시의사회도 항의 시위…“젊은 의사 헌신·명예 훼손”
황규석 서울특별시의사회 회장은 3일 오전 9시 국회 1문 앞에서 군의관·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 현실화 요구를 ‘돈벌이’로 표현한 유영하 국회의원의 발언에 항의하는 1인 시위와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군의관·공중보건의사(공보의) 복무기간 단축 요구를 두고 “소명의식을 내팽개치고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3일 정례브리핑에서 “의료계의 정당한 정책 제안을 ‘돈벌이’와 ‘집단 이기주의’로 폄훼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군 의료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농어촌·도서벽지 등 의료취약지역의 공공의료 공백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요구”라며 “군의관과 공보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제도 개선 요구를 악의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현장의 현실을 외면할 뿐만 아니라, 군 의료와 지역 공공의료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유 의원은 지난달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군의관·공보의 복무기간을 24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에 대해 “의사가 소명의식을 내팽개치고 돈을 벌기 위해 복무기간을 단축해 달라는 것”이라며 “국가가 해당 주장을 받아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의사협회에서 국방위 의원들에게 굉장히 로비가 심하게 들어오고 있다”며 “‘당신들에게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붙이는 국민들을 생각해야 한다. 마냥 돈벌이할 생각만 갖지 말라’고 의협 측에도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의료계의 합리적인 문제 제기를 왜곡하고 폄훼한 발언을 철회하고 군의관·공보의 수급 위기에 대한 국방위의 책임 있는 논의에 임해주기를 촉구한다”며 “국회도 현재 발의된 군의관·공보의 복무기간 현실화 관련 법률 개정안을 조속히 심사·처리해 실질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도 이날 유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1인 시위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군 장병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복무해 온 군의관들이 소명의식을 내팽개쳤느냐. 의료취약지역 주민 곁에서 지역 공공의료를 담당해 온 공보의들이 돈만 좇았느냐”며 “현역병보다 현저히 긴 기간 국가의 부름에 응해 복무한 젊은 의사들의 희생이 ‘돈벌이’라는 말로 평가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유 의원의 발언은 젊은 의사들의 헌신과 명예를 훼손했을 뿐 아니라 노동의 가치를 비하하고 노동자와 의사 간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이 의료계의 국회 정책 활동을 ‘로비’라고 표현한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황 회장은 “의료계가 국회를 찾아 현장의 문제를 설명하고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로비’가 아니다”라며 “국회의원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입법과 정책을 심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이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를 방치한 채 그 책임을 의사 개인의 헌신과 희생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