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억 들인 송도 워터프런트, 관광은 어디에?…“농수로 전락” 우려
입력 2026.09.06 08:00
수정 2026.09.06 08:00
“물길만 연결한다고 관광명소 되나”…당초 마리나·레저 청사진도 흐릿
인천 송도국제도시 워터프런트 전경 ⓒ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인천 송도국제도시 워터프런트가 당초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본뜬 물의도시’라는 청사진과 달리 방재와 수질 개선에 치우치면서 정작 관광 기능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역사회에서는 거대한 수로를 만들어 놓고 관광 콘텐츠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을 경우 워터프런트가 ‘관광 명소’가 아니라 사실상 ‘대형 농수로’처럼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6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송도 워터프런트는 지난 2012년부터 추진된 대형 프로젝트다.
당초 계획상 총사업비 6215억원을 들여 송도 내 수로와 유수지를 ‘ㅁ’자 형태로 연결하고, 수면적과 수로를 활용해 해양생태도시와 관광도시를 조성한다는 구상이었다.
현재 인천시는 총연장 21.17㎞ 규모의 수로를 단계적으로 구축하는 사업으로 설명하고 있다.
규모만 놓고 보면 결코 작은 사업이 아니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1-2단계에는 2252억원이 투입된다. 6공구 호수에서 아암호수까지 이어지는 1.03㎞ 연결수로를 비롯해 차도교 2개소, 보도교 2개소, 수문 1개소, 호수 준설 등이 핵심이다.
친수스탠드와 수변로드, 친수공간 등도 포함됐지만 사업의 중심축은 결국 수로와 수문, 준설 등 기반시설에 맞춰져 있다.
인천시가 강조하는 효과도 치수와 수질 개선에 상당 부분 집중돼 있다.
워터프런트가 완성되면 하루 두 차례 약 240만 톤의 해수를 끌어들여 수질을 개선하고, 집중호우 때는 약 1000만 톤의 담수능력을 확보해 100년 빈도의 강우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 같은 방재 기능이 과연 수천억원 규모의 워터프런트 사업이 지향해야 할 최종 목적이냐는 것이다.
치수와 수질 개선은 송도에 필요한 도시 기반시설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사업의 핵심이라면 굳이 ‘세계적 워터프런트’나 ‘해양관광도시’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붙일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과거 인천시의 사업계획에는 인공해변, 수상터미널, 마리나, 해양스포츠 체험장 등 관광·레저시설이 주요 콘텐츠로 제시됐다.
지난 2016년 사업계획에도 수문과 갑문뿐 아니라 인공해수욕장, 마리나, 수변가든, 예술·문화시설 등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관광 콘텐츠보다 수로 연결과 방재시설 확보가 먼저 부각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인천경제청은 향후 마리나와 수상레저 스포츠시설 등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왔고, 2단계 사업에도 마리나 등 해양관광 기반시설을 조성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시설과 투자 규모, 운영 주체, 관광객을 끌어들일 핵심 콘텐츠가 얼마나 현실화될지는 불투명하다.
결국 지금의 워터프런트는 ‘관광을 위한 수변공간’이라기보다 ‘물을 관리하기 위한 대규모 기반시설’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송도에는 이미 센트럴파크라는 대표적인 수변공간이 있다.
워터프런트마저 산책로와 녹지, 친수공간 중심으로 조성된다면 두 공간의 차별성을 어떻게 확보할지도 숙제다.
관광객이 송도 워터프런트를 찾아와야 할 이유가 필요하다.
단순히 물길을 걷고 사진을 찍는 공간을 만드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마리나와 수상레저, 수변 상업시설, 야간 콘텐츠, 문화공연, 체험시설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한다.
사람들이 잠시 들렀다 가는 곳이 아니라 먹고, 즐기고, 머물며 소비하는 관광거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1.17㎞에 달하는 거대한 수로가 완성되더라도 시민들의 평가는 냉정할 수 있다.
“6000억원을 들여 만든 것이 결국 물길 아니냐”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일각에서 제기하는 ‘농수로 전락’이라는 비판 역시 행정이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실제 농수로라는 의미가 아니라,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든 수로가 배수와 수질관리 기능에 머물고 관광·레저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 붙게 될 수 있는 상징적인 평가이기 때문이다.
워터프런트의 성패는 수로의 길이에 달린 것이 아니다.
21.17㎞의 물길을 얼마나 멋지게 만들었느냐보다 그 물길 주변에 무엇을 채우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찾아와 얼마나 오래 머무르게 하느냐가 핵심이다.
인천경제청이 이제 답해야 할 질문도 송도국제도시 워터프런트는 방재시설인가, 관광시설인가에 있다.
송도국제도시 6공구에 거주하고 있는 김 모(여·33)씨는 “방재 기능은 이미 충분히 강조됐다”면서 “이제는 관광과 레저, 문화와 상업을 어떻게 결합해 송도만의 수변관광 경쟁력을 만들 것인지 구체적인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천억원을 들여 만든 물길이 ‘농수로’라는 조롱을 듣지 않으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수로가 아니라 사람을 끌어들일 콘텐츠다.
송도 워터프런트가 ‘물을 담는 시설’로 끝날지, ‘사람을 담는 관광공간’으로 완성될지는 결국 앞으로의 콘텐츠 투자와 행정의 선택에 달려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