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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연수원 14기 84명 "대통령의 대법관 재제청 요구, 헌법 경계 허무는 일"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입력 2026.09.02 22:04
수정 2026.09.02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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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인사권 분산은 권력분립 핵심 장치 강조

대법원장 제청권은 사법부 독립 위한 독립 권한

정치권 대법관 인선 정쟁화 중단과 법률 개정 반대 촉구

성기문 S&L Partners 대표 변호사(좌) 강민구 법무법인 도울 대표변호사(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S&L Partners, 법무법인 도울

사법연수원 14기 출신 법조인 84명이 2일 청와대의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 제청 반려와 재제청 요구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가 헌법의 경계를 허무는 일이라고 주장하며,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헌법에 근거 없는 대법관 재제청 강요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성기문 S&L Partners 대표 변호사가 회장을 맡고 강민구 법무법인 도울 대표변호사(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등이 참여한 '사법부 독립 수호를 위한 사법연수원 14기 법조인 84인'은 '헌법의 경계를 넘지 말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대법관 인사권 분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대법원장, 국회, 대통령에게 대법관 인사권을 분산한 것은 권력분립의 핵심 장치로, 어느 한 권력도 최고법원의 구성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있다고 해서 후보자 선택권까지 있는 것은 아니며,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대통령 임명권을 보조하는 하위 권한이 아니라 사법부 독립을 위해 헌법이 직접 부여한 독립적 권한임을 분명히 했다. 대법관 후보 제청 전 사전 협의가 관행이었더라도, 헌법이나 법률이 요구하는 제청의 효력 요건은 아니라는 점도 지적했다. 만약 대통령이 특정 후보자를 선호해 그 사람이 제청될 때까지 다른 후보자를 거부한다면, 이는 사실상 대통령이 제청권과 임명권을 함께 행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대통령 제청 반려권 신설' 등 입법 움직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직접 부여한 권한을 법률로 축소할 수 없으며, 사후적으로 법률을 변경하는 것은 권력배분을 흔드는 입법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사법개혁과 사법장악은 구별되어야 하며, 진정한 개혁은 어떤 대통령이나 정당도 사법부를 마음대로 지배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대통령의 헌법에 근거 없는 재제청 강요 중단, 국회의 대법원장 제청권 축소 입법 중단, 여야 정치권의 대법관 인선 정쟁화 중단 등을 요구사항으로 제시했다. 대법원장에게는 정치적 압력에 흔들리지 말고 사법부 독립을 지킬 것을 촉구하며, 거부 사유가 헌법상 정당하지 않거나 아예 거부 사유 제시가 없을 경우 이를 국민에게 알리고 재제청 요구에 불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 사람의 대법관을 얻기 위해 헌법의 경계를 허문다면 잃게 되는 것은 대한민국 사법부의 독립과 권력분립,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라며, "헌법의 경계를 넘지 말라"고 거듭 경고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헌법의 경계를 넘지 말라>


-사법부 독립 수호를 위한 사법연수원 14기 법조인 84인 성명서


우리는 사법연수원 14기 수료자로서 오랜 세월 법치주의의 현장을 지켜온 법조인들이다. 오늘 우리는 특정 정파의 이해를 떠나 대한민국 헌법질서와 사법부 독립이 중대한 시험대에 서 있다는 우려를 국민 앞에 밝힌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대법관 인사권을 대법원장·국회·대통령에게 분산하여 어느 한 권력도 최고법원의 구성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한 권력분립의 핵심 장치다.


그런데 대법원장이 7개월여 기간 동안 사전협의가 이루어지지 못하여 부득이 서면으로 제청하였다는 대법관 후보자에 대하여, 절차적 완결성 미비를 이유로 대통령이 그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다른 후보자의 재제청을 요구하였다면 이는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있다고 하여 후보자 선택권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의 임명권은 대법원장이 제청한 사람을 대상으로 행사되는 권한이다. 대법원장의 제청권 역시 대통령의 임명권을 보조하는 하위 권한이 아니라 헌법이 사법부 독립을 위하여 직접 부여한 독립된 권한이다.


대통령이 국민의 직접선거에 의하여 선출되었다고 하여도 다르지 않다. 국민주권은 선출된 권력에게 무제한의 권한을 주는 원리가 아니다. 오히려 모든 국가권력이 헌법이 정한 범위 안에서 행사되어야 한다는 원리다.


대통령과 대법원장 사이의 사전 협의가 관행이었다 하더라도 헌법이나 법률이 요구하는 제청의 효력요건은 아니다. 더구나 대통령이 특정 후보자를 선호하여 그 사람이 제청될 때까지 다른 후보자를 거부한다면 이는 사실상 대통령이 제청권과 임명권을 함께 행사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사태를 계기로 대통령의 제청 반려권을 법률에 신설하거나 기존 후보군에서 재제청하도록 강제하려는 입법 움직임에도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직접 부여한 권한을 법률로 축소할 수는 없다. 이미 이루어진 제청을 무력화하고 특정한 인선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하여 사후적으로 법률을 변경한다면, 이는 제도개선이 아니라 헌법상 권력배분을 흔드는 입법권 남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대통령과 국회 다수세력이 동일한 정치적 기반에서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더욱 엄격한 자기절제가 필요하다. 정치권력이 결합하여 대법원 구성까지 좌지우지하기 시작한다면 권력분립은 껍데기만 남게 된다.


사법개혁은 필요하다.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도 확대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법개혁과 사법장악은 엄연히 다르다. 진정한 개혁은 어느 대통령도, 어느 정당도, 어느 대법원장도 사법부를 마음대로 지배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엄중히 요구한다.


첫째, 대통령은 대법원장의 헌법상 제청권을 존중하고 헌법에 근거 없는 재제청 강요를 중단하라.


둘째, 국회는 대통령의 제청 거부를 사후적으로 정당화하거나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실질적으로 축소하는 입법을 중단하라.


셋째, 대법원장은 어떠한 정치적 압력에도 흔들리지 말고 헌법이 부여한 제청권과 사법부 독립을 단호히 지켜라.


이번 대법관 제청 거부 사유가 헌법상 정당한 사유라고 볼 수 없거나 아예 거부사유 제시가 없으면, 대법원장은 이를 국민들에게 상세히 공지하고 이를 이유로재제청 요구에 불응하여야 한다. 사법권 독립은 적당히 타협해서는 지켜지지 않는다.


넷째, 여야 정치권은 대법관 인선을 정쟁과 정치적 이해관계의 대상으로 삼지 말라. 민주주의는 선거에서 승리한 권력이 원하는 일을 모두 할 수 있는 체제가 아니다. 선거에서 승리한 권력조차 넘을 수 없는 경계를 세워 둔 것이 헌법이며, 그것이 입헌민주주의다.


대통령도, 국회도, 대법원장도 헌법 위에 있지 않다.


국민이 권력자에게 맡긴 것은 백지수표가 아니다. 헌법을 지키라는 조건 아래 맡긴 공적인 신임이다.


한 사람의 대법관을 얻기 위하여 헌법의 경계를 허문다면 잃게 되는 것은 한 자리의 인사권이 아니다. 대한민국 사법부의 독립, 권력분립, 그리고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걱정하는 법조인으로서 다시 한번 요구한다.


권력은 절제되어야 한다.

헌법의 경계는 지켜져야 한다.

사법부의 독립은 어떠한 정치권력도 침범하여서는 안 된다.


헌법의 경계를 넘지 말라.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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