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잔GO] 증시 피로감에 금리 인상까지…다시 예금으로?
입력 2026.09.01 07:07
수정 2026.09.01 07:07
5대 은행 예금 1000조 사상 첫 돌파
증시 피로감에 예탁금 40조 대이동
"금리 더 오른다…만기 분산해야 유리"
ⓒ데일리안
시중은행 정기예금에 다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수신금리가 매력적인 수준까지 올라선 데다, 최근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피로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은행 예금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1000조9647억원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10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정기예금 잔액의 증가세는 완만했다.
지난해 12월 말 939조2863억원이던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올해 6월 말 949조3998억원으로 6개월 동안 10조1135억원(1.1%)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7월과 8월 두 달 동안 정기예금 잔액은 무려 51조5649억원(5.4%) 급증했다. 상반기 전체 증가 폭의 5배가 넘는 자금이 단기간에 은행으로 몰린 셈이다.
이 같은 자금 쏠림은 정기예금 금리 매력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 한국은행이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후 연이어 금리를 상향조정하자 주요 은행들의 수신금리도 오름세다.
현재 이들 은행의 대표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20~3.25%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이 나란히 연 최고 3.20%를 제공한다.
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은 연 3.25%로 가장 높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5대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2.90~2.95% 수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상승세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1000조9647억원으로 집계됐다.ⓒ연합뉴스
반면 주식시장을 비롯한 위험자산 시장에서는 자금 이탈 현상이 뚜렷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매수하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둔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28일 기준 96조7091억원까지 급감했다.
지난 6월 초 140조원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두 달여 만에 40조원 넘는 자금이 증시 주변에서 빠져나갔다.
증시 변동성 확대가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31일 코스피 지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 등 대외 불확실성 여파로 전 거래일 대비 175.30포인트(2.58%) 하락 출발한 뒤 장중 하락 흐름을 지속했다.
연초 이후 이어진 증시 랠리 속에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조정 국면이 나타나자 원금 손실 우려가 커진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은행권의 예금금리가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7월과 8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어서다.
금융권에선 오는 10월 금리 동결을 통해 숨 고르기에 들어간 뒤, 11월에 추가 인상 여부를 저울질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후 내년 1분기 추가 인상을 거쳐 기준금리가 3.5%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향후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자금 묶임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정교한 자산 배분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정점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만기가 긴 단일 상품에 자금을 모두 묶어두기보다 3~6개월 단위의 단기 정기예금이나 회전식 정기예금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시중금리 추이를 지켜보며 만기를 분산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