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1'로 기운 자문사 권고…고려아연 감사위원 1석, 남은 변수는
입력 2026.08.31 14:27
수정 2026.08.31 15:25
주요 의결권 자문사 8곳 중 7곳 백인규 추천…KCGS는 박유경 지지
회계·감사 전문성 앞세운 백인규 vs 경영진 견제 독립성 강조한 박유경
3%룰로 대주주 의결권 제한…기관·주요 주주 표심이 변수로
대법원 SMC 판단에 영풍·MBK 독립 감사위원 필요성 강조…공방 확대
영풍 사옥(왼쪽), 고려아연 사옥 전경. ⓒ각사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가 다음 달 9일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1석을 둘러싼 주주 설득전에 나섰다. 현재까지 공개된 의결권 자문사 권고에서는 고려아연 측 백인규 후보가 7대1로 우세한 상황이다.
다만 자문사 권고가 실제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데다 감사위원 선임에는 3%룰이 적용돼 기관투자자와 주요 주주의 표심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의 감사위원 후보 권고가 속속 공개되면서 백 후보와 박 후보의 경쟁 구도가 구체화되고 있다. 백 후보는 회계·감사·내부통제 분야 전문성을, 박 후보는 기관투자와 기업지배구조 분야 경험을 각각 앞세우고 있다.
자문사 7대1…같은 후보 놓고 평가 기준은 엇갈려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집중투표제로 독립이사 4명을 선임하고 이와 별도로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1명을 분리선출한다. 고려아연 측은 백인규 후보를, 영풍·MBK는 박유경 후보를 각각 추천했다.
백 후보는 한국·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을 보유하고 딜로이트안진에서 회계감사와 재무자문 업무를 수행한 경력을 갖고 있다. 박 후보는 주식 리서치 업무를 거쳐 글로벌 자산운용사 APG에서 기업 실적과 자본배분, 재무정책, 기업지배구조 등을 평가한 경력을 갖고 있다.
양측이 후보의 강점으로 내세우는 부분은 다르다. 고려아연은 백 후보의 회계·감사·내부통제 전문성을 강조하고 영풍·MBK는 박 후보의 기관투자·지배구조 경험과 경영진에 대한 독립적인 감시 역량을 앞세우고 있다.
의결권 자문사들의 판단은 백 후보 쪽으로 기울었다. ISS·글래스루이스·이건존스 프록시서비스·PIRC·서스틴베스트·한국ESG연구소·한국의결권자문 등 7곳이 백 후보 선임에 찬성을 권고했고 한국ESG기준원(KCGS)은 박 후보를 추천했다.
백 후보를 추천한 자문사들은 회계·감사·재무·내부통제 분야 전문성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ISS는 백 후보의 회계·감사·내부통제 전문성이 감사위원회의 주요 과제에 직접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서스틴베스트도 회계·감사·내부통제 전문성과 이사회 전체 구성, 중장기 주주가치 등을 종합해 백 후보를 추천했다. 특히 두 후보의 독립성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KCGS는 감사위원의 역할 가운데 경영진과의 이해상충을 감시하고 회사 자금 사용을 견제하는 독립성에 더 무게를 뒀다.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등을 지배구조상 쟁점으로 보고 박 후보를 추천했다.
KCGS는 백 후보의 과거 딜로이트 경력과 고려아연 관련 업무도 독립성 판단에 반영했다. 반면 한국ESG연구소는 외부감사·회계처리·내부통제 분야에서 장기간 실무 경험을 쌓은 백 후보의 전문성이 감사위원 직무에 보다 직접적으로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현재까지 공개된 자문사 권고만 보면 백 후보가 우세한 상황이다. 다만 이는 자문사들의 권고 결과로 실제 주총에서의 의결 방향과는 별개다.
이런 가운데 31일 대법원 판단을 놓고도 양측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대법원은 2025년 1월 임시주총과 관련해 고려아연의 호주 계열사 SMC를 우리 상법상 주식회사와 동종 또는 가장 유사한 회사로 보기 어렵다고 본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SMC를 근거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조치가 위법하다는 판단이 확정됐다.
영풍·MBK는 이번 판단을 최윤범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 과정에 대한 사법부의 제동으로 규정하며 독립적인 감사위원 선임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해당 판단이 2025년 1월 임시주총 당시 SMC의 법적 성격에 관한 것일 뿐 현재 경영체제와 지배구조의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2025년 3월 정기주총에서 SMH를 근거로 한 영풍 의결권 제한은 대법원에서 적법성이 인정됐다는 게 고려아연 측 설명이다.
감사위원 1석이 중요한 이유…3%룰에 외부 주주 변수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집중투표제로 독립이사 4명을 선임하고 이와 별도로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1명을 분리선출한다. 독립이사 4석은 양측이 각각 2명씩 추천해 나눠 가질 가능성이 높지만 감사위원은 백인규 후보와 박유경 후보 가운데 한 명만 선임된다. 양측이 감사위원 1석에 집중하는 이유다.
감사위원은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경영진의 업무집행을 감독하는 동시에 재무보고와 내부통제, 외부감사 관련 업무 등을 맡는다.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는 고려아연에서는 어느 후보가 감사위원이 되느냐에 따라 현 경영진에 대한 감시·견제의 성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영풍·MBK가 이 자리를 확보하려는 것도 이사회 내 견제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크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윤범 회장 측 9명과 영풍·MBK 측 5명 등 14명으로 구성돼 있다. 독립이사 4명이 양측에 2명씩 배분된다고 가정하면 11대7 구도가 된다.
여기에 백 후보가 감사위원으로 선임되면 12대7, 박 후보가 선임되면 11대8로 달라진다. 박 후보가 선임될 경우 영풍·MBK 측의 이사회 내 견제력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셈이다.
표 계산에서 중요한 변수가 '3%룰'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에서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3%까지만 인정한다. 양측의 전체 지분율이 그대로 표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기관투자자와 주요 주주, 외국인·소액주주 등 외부 주주의 표심이 상대적으로 중요해진다.
특히 국민연금이 주요 변수로 거론된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5%대를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면서 주주권 행사 가능성도 커졌다.
한화와 LG화학도 양측이 공을 들이는 주요 주주다. 영풍·MBK는 최근 두 회사에 주주서한을 보내 박 후보 지지를 요청했다. 대주주 지분만으로 결과를 결정하기 어려운 만큼 주요 주주들을 상대로 지지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주총이 가까워질수록 기관투자자와 주요 주주의 의결 방향이 공개되면서 현재 자문사 권고와 실제 표심 간 간극도 구체화될 전망이다. 양측 역시 남은 기간 후보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앞세워 외부 주주 설득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