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월 12회로 제한?…쿠팡 배송기사 97.7% “반대”
입력 2026.08.31 09:23
수정 2026.08.31 09:24
쿠팡CLS 영업점 소속 배송기사 3319명 긴급 설문
ⓒ쿠팡CPA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가 야간배송 작업을 월 최대 12회로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에 대해 택배기사의 소득 감소와 직업 선택권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CPA는 쿠팡의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쿠팡CLS)와 배송 계약을 맺고 지역별 배송을 담당하는 영업점들로 구성된 단체다.
CPA는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소속 영업점 택배기사 3319명을 대상으로 '택배기사 작업시간 제한 관련 긴급 의견조사'를 실시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 대한 현장 의견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97.7%가 야간배송을 월 최대 12회로 제한하는 방안에 반대했다.
주당 작업시간을 최대 30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97.4%가 반대했고, 택배기사의 작업시간을 법으로 일괄 제한하는 데 부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95.9%였다.
야간배송 기사만 놓고 보면 반대 비율은 더욱 높았다. 야간배송 월 12회 제한에는 98.7%, 주당 작업시간 제한에는 98.4%가 각각 반대했다.
CPA는 개정안에 담긴 작업시간과 연속휴식 규정을 함께 적용할 경우 야간배송 기사가 실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주당 28시간 안팎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배송 물량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택배기사의 업무 특성상 근무일과 작업시간이 줄면 소득 감소로 직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7.1%가 작업시간 제한이 시행되면 소득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득 감소 시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51.2%가 택배업을 그만두고 다른 일자리를 찾겠다고 답했다. 택배 일을 유지하면서 다른 직종을 병행하겠다는 응답도 48.8%에 달했다.
CPA는 이에 따라 작업시간 규제가 휴식시간 확대로 이어지기보다 택배기사의 겸업이나 숙련 인력 이탈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기사들이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다른 택배업체나 화물운송, 대리운전 등의 업무를 추가로 맡을 경우 전체 노동시간을 줄이겠다는 법안 취지가 제대로 구현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개별 사업장에서의 작업시간만 규제해서는 여러 일자리를 합친 실제 노동시간이나 피로도를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주간배송 기사에게 업무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야간배송의 업무시간과 근무일 제한으로 일부 배송 물량이 주간으로 옮겨갈 경우 응답자의 67.5%는 주간배송 기사의 과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답했다.
택배기사들이 선호하는 건강권 보호 방안 역시 작업시간 규제와는 차이를 보였다.
복수응답 결과 '자유로운 휴무'가 65.1%로 가장 높았고 주 5일 업무제 58.1%, 건강검진비 지원 55.5% 등이 뒤를 이었다. 작업시간 제한을 선택한 비율은 2.7%에 그쳤다.
CPA는 일률적으로 근무시간을 제한하기보다 기사들이 원하는 시기에 쉴 수 있도록 휴무 체계를 확대하고 주 5일 근무제와 건강검진 지원 등을 강화하는 방식이 현장의 요구에 더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CPA 관계자는 “택배기사는 근무시간과 배송물량에 따라 소득이 달라지는 개인사업자인 만큼 기사들의 선택권과 소득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작업시간 제한은 신중해야 한다”며 “건강권 보호를 명분으로 당사자의 일할 권리까지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작업시간을 줄이는 것만으로 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자유로운 휴무와 대체배송 체계, 건강검진 지원 등 실질적인 보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PA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국회와 정부에 전달하고, 작업시간과 근무일수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에 반대 의견을 낼 계획이다.
현장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안이 추진될 경우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과 전국 단위의 반대운동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