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원대 G바겐, 연료비만 '바겐세일'…벤츠 'G 580' [시승기]
입력 2026.08.31 06:00
수정 2026.08.31 06:00
메르세데스-벤츠 첫 순수전기 G클래스 G 580 시승기
일반 2억1470만원, 70대 한정 에디션 원 2억4260만원
587마력·4개 전기모터로 큰 덩치에도 거침없는 주행성능
전기차 전환 후 장거리 주행비 부담은 의외로 가벼워져
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에디션 원.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찰칵.'
신호를 잠시 대기하는데 횡단보도 건너편 사람이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는 게 보인다. '뭐야, 우리 찍는 거 아냐?'라는 생각에 순간 신경이 곤두섰다. 저쪽에서 길을 건너던 사람도, 옆 차선에 서 있던 사람도 다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 같았다.
운전자를 하루아침에 스타병 걸린 연예인처럼 만드는 이 차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첫 순수전기 G클래스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다.
이 차는 한마디로 '나 여기 있다'를 숨길 생각이 없다. 큼직하고 각졌고 색도 강렬하다. 그런데 막상 도로에 올라서면 정숙한 전기차답게 조용하다. 눈으로는 화려한데 귀로는 차분하다. 이 대비가 G 580을 더 고급스럽게 느끼게 한다.
지난 6월 말 서울에서 춘천까지 왕복하며 G 580을 300km 넘게 몰았다. 시승차는 국내 70대 한정으로 출시된 '에디션 원'이다.
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에디션 원의 전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에디션 원의 전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처음 시승차를 찾으러 주차장에 들어섰지만 평소처럼 차키를 눌러 '삐빅' 소리를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멀리서부터 차가 먼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시승차는 마누팍투어 사우스 씨 블루 마그노 색상으로, 선명한 푸른색이 각진 차체와 묘하게 잘 어울렸다.
전장 4865mm, 전폭 1985mm, 전고 1990mm. 숫자로 봐도 크지만 각진 차체와 높은 차고가 더해지니 실제로는 더 우람하게 느껴진다. 주차장에서는 다른 차와의 간격이 계속 신경 쓰일 정도다.
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에디션 원의 측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에디션 원의 측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마주하자마자 감탄할 새도 없이 사진부터 수십장을 찍었다. 가격은 2026년식 일반 모델이 2억1470만원이며 2025년식 시승차인 에디션 원은 2억4260만원이다. 감성보다는 이성이 먼저 반응하는 숫자다. '이거 정말 조심해서 타야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차에 작은 흠집이라도 날을까 차에 오르내릴 때마 괜히 차체를 한 바퀴 더 둘러보게 됐다. 좁은 주차 통로에 들어설 때는 탁송기사까지 "좁다"고 할 정도여서 엑셀을 밟기보다 브레이크를 살살 놓으며 움직였다.
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에디션 원의 버튼식 도어 핸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외관뿐만 아니라 문을 여는 방식에서도 묘한 감성이 느껴진다. 버튼식 도어 핸들을 누르자 '딸칵'하고 명쾌한 소리가 난다. 요즘 유행하는 기계식 키보드의 키캡을 누르는 것처럼 짧고 확실한 손맛이 있다. 문 하나 여는 일인데도 괜히 한 번 더 눌러보고 싶어진다. 별것 아닌 문 하나 여는 동작에서도 G바겐 특유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느껴진다.
차에 오르려면 옆에 달린 사이드 스텝을 밟아야 한다. 한 발 올리고 몸을 들어 운전석에 앉으니 SUV라기보다 마차에 올라타는 기분이다. 그런데 이 과정부터 묘하게 귀한 대접을 받는 기분이다.
오프로더라고 하면 차와 함께 탑승자까지 거칠게 다룰 것 같지만 G 580은 그렇지 않다. 험한 길을 갈 능력은 충분히 갖췄지만 사람까지 굳이 험하게 다룰 생각은 없어 보인다.
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에디션 원의 운전석.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에디션 원의 운전석과 센터페시아.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에디션 원의 주차 보조 화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흔히 '지바겐(G바겐)'이라 불리는 G클래스는 1979년 크로스컨트리 차량으로 태어난 뒤 특유의 각진 디자인과 강인한 이미지로 하나의 장르가 된 차다.
첫 순수전기 모델인 G 580 역시 이 성격을 버리지 않았다. 대신 엔진 대신 4개의 전기모터를 넣고 118kWh 배터리를 품어 최고출력 587마력을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7초면 충분하다.
실제로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체 크기가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앞으로 나간다. 고속도로 합류나 추월처럼 순간적으로 힘이 필요한 구간에서도 답답함이 없다. 전기모터 특유의 즉각적인 반응이 2m에 가까운 차체와 의외로 잘 어울린다.
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에디션 원의 뒷좌석.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승차감은 기대만큼 압도적이지 않았다. 2억원이 넘는 가격을 생각하면 노면의 굴곡까지 모두 지워줄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차체가 크고 묵직한 만큼 노면의 느낌도 어느 정도 전달된다.
그래도 장거리에서는 꽤 편했다. 높은 시야 덕분에 앞이 시원하게 보이고 차체 움직임도 안정적이다. 300km 넘게 서울과 춘천을 오가는 동안 '큰 차를 몰고 있다'는 부담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에디션 원의 후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거대한 차체를 보면 유지비 역시 만만치 않을 것 같지만 예상 밖의 반전이 있다. 십분 단위로 짧게 두 차례 급속충전으로 장거리주행을 했는데도 실제 충전비는 모두 합쳐 1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G바겐 특유의 압도적인 몸집과 달리 전기차가 된 뒤 지갑에 남기는 부담은 의외로 가벼웠다.
G 580을 300km 넘게 몰고 나니 처음 차를 마주했을 때의 부담감도 조금은 옅어졌다. 크고 비싸고 눈에 띄는 차지만 운전까지 어렵게 만들지는 않았다. 승차감에서 아쉬움은 남았지만 장거리에서 느껴지는 안정감과 여유는 충분했다. 무엇보다 전기차로 바뀌면서 주행비 부담까지 줄었다는 점은 예상 밖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에디션 원의 후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물론 이 차를 두고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2억원대이라는 가격은 여전히 높은 장벽이고 차체 크기도 일상에서 마냥 편한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는 이런 계산을 모두 뛰어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디서든 한눈에 알아보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고, 운전할 때마다 내가 특별한 차를 타고 있다는 기분을 주는 것. G 580이 파는 건 결국 이런 경험에 가깝다.
좋은 차는 많지만 꿈꾸게 만드는 차는 많지 않다. G바겐은 오랫동안 그런 몇 안 되는 차 가운데 하나였다. 이번 G 580도 마찬가지다. 전기차가 됐다고 해서 '드림카' 지위에서는 내려오지 않을 듯 하다.
▲타깃
-노래도, 춤도 못추지만 하루쯤 연예인처럼 시선 받고 싶은 당신
-큰돈 쓸 용기는 있는데 매달 새는 돈은 못 참는다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만, 이 차는 보기부터 배부르다
▲주의할 점
-승차감까지 '억' 소리 나길 기대하지 않는다면
-차를 모는 건지, 모시는 건지 헷갈릴 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