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이 20년 전 제거한 '독소조항', 용산공원 지켜낸 원칙 됐다
용산공원 특별법 통과 당시 '용도변경' 독소조항 삭제
본체부지 주택공급 위해선 특별법 개정 필수 조건
오세훈 "본체부지 일부라도 개발되면 확산 막기 힘들어"
용산공원 전경.ⓒ오세훈 서울시장 SNS
오세훈 서울시장이 2006년 취임 첫해 용산 미군기지 반환 부지의 용도변경 가능 조항을 반대한 결정이 현재까지 용산공원 본체부지의 주택개발을 막는 제도적 장치로 남아 있다. 서울에서 귀한 '도심 녹지'인데다가, 이 곳을 상업적으로 개발하게 되면 발생하게 될 각종 이권을 둘러싼 엄청난 갈등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였다는 평가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2006년 당시 노무현 정부는 용산 미군기지 반환에 맞춰 '용산 민족·역사공원' 조성을 추진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반환부지 전체를 공원으로 만드는 데는 동의했지만, 특별법에 포함될 '용도변경' 조항을 두고 입장이 갈렸다. 정부는 건설교통부 장관이 공원부지의 용도지역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자는 입장이었으나, 서울시는 이를 상업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조항으로 간주했다.
오 시장은 2006년 8월 추병직 당시 건설교통부 장관을 직접 만나 용도변경 조항 삭제를 요구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오 시장은 같은 달 24일 열린 '용산기지 공원화 선포식'에도 불참하며 항의 의사를 표명했다. 서울시는 전체 부지의 공원화 약속과 별개로 법에 용도변경 가능성을 남기면 개발을 막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20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만나 주택공급 관련 사안을 논의했다.ⓒ국토교통부
수개월에 걸친 논의 끝에 2007년 4월 서울시와 정부, 건설교통부는 본체부지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하고, 논란이 됐던 용도지역 변경 조항을 삭제하기로 합의했다. 같은 해 6월 국회를 통과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에는 용도지역 변경 조항이 빠졌고, 국가가 본체부지를 임의로 용도변경하거나 매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서울시는 당시 "용산 반환부지 81만평 전체의 공원화가 확정됐다"고 평가했다.
이후 특별법은 본체부지는 '용산공원조성지구'로, 유엔사·수송부·캠프킴 등 주변 산재부지는 상업·업무·주거·문화시설 등이 들어설 수 있는 '복합시설조성지구'로 구분했다. 본체부지와 주변 산재부지 사이에 법적 구분이 명확히 그어졌다.
최근 정부가 용산공원 본체부지에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20년 전 마련된 이 조항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행 특별법이 유지되는 한 본체부지에 아파트 건설은 불가능하며, 이를 추진하려면 국회에서 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는 특별법 개정안도 본체부지가 아닌 주변 산재부지의 공원·녹지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에 그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0차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세미나 '미국의 대전략과 한국의 선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오 시장은 2026년에도 용산공원 본체부지의 주택공급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용산공원은 역사성과 자연성을 보존해 미래세대에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하며, "미래세대의 몫인 용산공원을 훼손하는 일은 1cm라도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기존 군인아파트와 장교숙소가 있는 부지를 주택공급에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해당 지역은 본체부지로 복원 대상이므로 개발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오 시장은 본체부지 일부에 주택을 짓기 시작하면 다른 구역까지 개발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그는 "지금 서울시민의 여론을 보면 3분의 2 정도가 용산공원의 일부라도 아파트 부지로 사용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며, "적어도 용산공원만큼은 온전하게, 원래 예정대로 공원으로 만들어 달라는 시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용산공원의 일부라도 아파트 부지로 바꾸는 데 찬성한다면 두고두고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는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