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네로’ 박명성, ‘보이첵’ 윤호진, ‘개츠비’ 신춘수…K-뮤지컬 1세대 글로벌 승부수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8.26 14:00
수정 2026.08.26 14:00

'네로' 11월 2일~12월 5일 런던 공연

'프란츠 앤 마리' 9월 28일~11월 14일 런던 공연

한국 뮤지컬 시장을 일군 1세대 대표 제작사들이 일제히 영미권 본토 무대에 직접 진출하고 있다. 과거 해외 라이선스를 수입하거나 단순 지분 투자자로 참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한국 프로듀서가 기획과 제작의 전권을 쥐고 현지 창작진을 이끄는 ‘글로벌 리드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식이다.


공연제작사 신시컴퍼니는 신작 뮤지컬 ‘네로’(NERO)의 트라이아웃(시범) 공연을 오는 11월 2일부터 12월 5일까지 영국 런던 사우스워크 플레이하우스 엘리펀트 홀에서 선보인다.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이 메인 프로듀싱을 맡았으며,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스티븐 세이터(극작)와 덩컨 셰이크(작곡), 영국 웨스트엔드 연출가 린지 포스너가 합류했다.


고대 로마 황제 네로를 둘러싼 권력과 욕망을 현대적 시각으로 다룬 작품으로, 신시컴퍼니는 런던 트라이아웃을 통해 현지 반응을 검토하고 대본과 음악을 보완한 뒤 국내 공연과 글로벌 유통을 추진할 계획이다.


뮤지컬 '네로' '프란츠 앤 마리' 포스터 ⓒ신시컴퍼니, 에이콤

이어 공연제작사 에이콤도 독일 희곡 ‘보이첵’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프란츠 앤 마리’(Franz&Marie)를 오는 9월 28일부터 11월 14일까지 영국 런던 채링크로스 극장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2005년 기획 단계부터 세계 시장 진출을 목표로 영국 창작진과 8년간 개발해 2014년 국내 초연했던 ‘보이첵’을 전면 재구성한 작품이다. 영국 언더그라운드 밴드 ‘싱잉 로인스’의 음악을 바탕으로, 14명의 배우가 무대 위에서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연기하는 ‘액터-뮤지션’ 형식을 도입해 현지 무대를 공략한다.


이러한 행보는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의 성공 사례와 궤를 같이한다. 신 대표는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아시아 최초 단독 리드 프로듀서로서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에 진출해 상업적 흥행을 거둔 뒤 영국 웨스트엔드와 한국 공연까지 확장했다. 영미권 크리에이터를 직접 고용해 현지에서 오리지널 IP를 개발·제작하고, 이를 다시 글로벌 시장으로 유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시장에 안착시켰다.


한국 뮤지컬의 해외 진출 방식은 구조적 변화를 거쳤다. 과거에는 영미권 라이선스를 들여와 한국어로 번안해 올리는 ‘수입’ 중심이나 국내 창작극을 아시아권에 파는 ‘단순 수출’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한국 제작사가 영미권 본토 무대의 직접적인 기획·제작 주체로 자리 잡았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오디컴퍼니

접근 방식은 다각화되고 있다. 오디컴퍼니의 ‘위대한 개츠비’가 대형 상업 무대 중심의 정면 돌파 전략을 취했다면, 신시컴퍼니의 ‘네로’는 오프-웨스트엔드 인큐베이팅 극장을 거치며 완성도를 높이는 단계적 방식을 택했다. 에이콤의 ‘프란츠 앤 마리’는 20년에 걸친 장기 인큐베이팅과 독창적 형식을 앞세웠다. 세 사례 모두 영미권 시장에서 검증을 거친 뒤 원천 IP의 권리를 한국 제작사가 확보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러한 제작 환경의 변화는 4000억~5000억원 규모에 머무는 국내 뮤지컬 시장의 구조적 한계와 맞닿아 있다. 티켓 가격 인상과 제작비 상승으로 내수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영미권 본토 시장 개척이 불가피해졌다. 30년간 해외 라이선스를 들여와 시장을 키웠던 1세대 제작사들이 이제는 글로벌 원천 IP의 주인으로 거듭나며 K-뮤지컬을 세계 무대로 넓히고 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국내 뮤지컬 시장은 제작비가 높아진 상황에서 수익성을 고려하려면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과거 해외 진출이 ‘시도’ 그쳤다면 이젠 ‘성과’를 내고 있는 시기”라며 “최근 들어 한류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진 만큼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형성되어 있다. 이런 관심을 바탕으로 공동 제작을 통해 경험치를 쌓고, 더 이후에는 국내 제작자들의 독자적 진출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