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 ‘10만 원 벽’ 허물자…“전액 세액공제 한도 높여야”
국회 토론회서 최소 20만 원 상향․법인기부․기금 자율성 확대 제안
올해 상반기 모금액 전년 대비 14.5% 감소… 제도 시행 후 성장세 꺾여
“지역별 차등공제 넘어 10만 원 고착구조 깨는 근본적 제도 개선 필요”
한국지방자치학회 고향사랑기부제특별위원회(위원장 권선필 목원대 교수, 이하 ‘특위’)는 8월 25일(화) 오후 2시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고향사랑기부제 제도 개선과 지방재정 확충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지방자치학회 고향사랑기부제특별위원회
이날 토론회에서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이후 빠르게 성장했지만, 기부가 전액 세액공제 한도인 10만 원 이하에 지나치게 집중되는 ‘10만 원 고착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올해 상반기 전국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액은 298억 1천만 원으로 전년 동기 348억 8천만 원보다 14.5% 감소했다. 1분기만 놓고 보면 153억 원으로 전년 동기 183억 원 대비 16.4% 감소해 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1분기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에 참석자들은 현행 10만 원인 전액 세액공제 한도를 최소 20만 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비롯해 법인기부 도입, 지방정부의 기금사업 자율성 확대, 민간 플랫폼 참여 확대 등 제도의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는 2027년부터 10만 원 초과 기부금에 대해 지역 여건에 따라 세액공제율을 차등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토론회에서는 이러한 개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전체 기부의 대부분이 10만 원 이하에 집중된 현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전액 세액공제 한도 자체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기부의 대부분이 10만 원 구간에 집중되고 연말에 기부가 몰리는 등 제도 운영 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라며 “기부 참여의 저변을 넓히고, 모금된 기부금이 지역에 꼭 필요한 곳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한 단계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문금주 의원은 “기부자의 부담은 줄이고 지방정부의 재정 확충 효과는 높이는 실질적인 물꼬를 터야 고향사랑기부제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가능한 지방재정의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정현 의원은 “고향사랑기부금이 소액 기부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고 세액공제율을 일부 높였음에도 기부 규모와 참여 기반을 확대하는 데 여전히 한계가 있다”라며, “기부가 실제 지역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제도로 성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광희 의원도 “단순한 세제 혜택 조정만으로 기부자의 참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라며, “이번 국회에서 고향사랑기부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관련 법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날 첫 번째 발제는 신두섭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투자사업관리센터 소장이 ‘10만 원 고착 구조와 2026년 1분기 역성장의 의미’를 주제로 진행했다.
신 소장은 “고향사랑기부제가 양적으로 성장해 왔지만 기부가 10만 원 이하에 집중되는 ‘10만 원 절벽’과 지방정부 간 모금 격차 확대는 앞으로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일본 고향납세 사례를 들어 “투명한 모금 데이터 공개와 함께 기부자가 왜 기부하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김희선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청 비서실장(전 고향사랑팀장)은 지방정부 현장에서 나타난 고향사랑기부제의 정책 효과와 한계를 설명했다.
김 실장은 “동구는 재정 여건이 어려운 만큼 고향사랑기부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지정기부가 전체 모금액의 42%를 차지하고, 2년 연속 재기부율이 25.1%에 이르는 등 단순히 건당 기부액을 높이는 방식이 아니라 참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성장을 만들어 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모금 감소에 대해 “현행 체제가 향후 제도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 신호”라며 “전액 세액공제 한도를 최소 20만 원으로 상향하고, 고향사랑기금 집행의 자율성을 확대하며, 답례품을 지역경제의 순환을 만들어내는 장치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관계부처가 함께 참여하는 추진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발제자인 권선필 한국지방자치학회 고향사랑기부제특별위원장은 “고향사랑기부제는 단순히 모금액을 늘리는 제도가 아니라 지방정부가 지역문제를 직접 발굴하고, 국민의 기부를 통해 이를 해결하면서 지역혁신을 만들어가는 제도가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권 위원장은 “제도 도입 이후 기부 규모 자체는 성장했지만 ‘연말 10만 원 기부’에 집중되는 구조는 분명한 한계”라며 “기부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지방정부가 모금과 사업의 성과를 체감하며, 기부금이 실제 지역문제 해결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앙정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대해서도 “지역별 세액공제 차등 확대라는 방향과 함께 실제 현장의 기부행태를 고려한 추가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은 이향수 한국지방자치학회장(건국대 공공인재학부 교수)을 좌장으로 진행됐다.
문경호 재정경제부 소득세제과장은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지역별 여건에 따라 세액공제 혜택을 차등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하고 있다”라며, 전액 세액공제 한도 인상에 대해서는 “제도 활성화 효과와 국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김보영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모금 감소를 곧바로 제도의 위기로 단정하기보다는 기존 성장 방식의 한계를 보여주는 경고 신호로 볼 필요가 있다”라며, “전액 세액공제 한도 상향과 기업 참여를 포함한 제도의 외연 확대, 지방정부의 사업기획·성과관리 역량 강화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박관태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문위원은 “현행 10만 원 전액 세액공제 한도가 추가 기부를 가로막는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전액 세액공제 한도를 50만 원까지 확대하고 기금사업의 활용 범위도 주민 복리 중심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넓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신일 내일신문 기자는 “현재 고향사랑기부제가 제공하는 혜택에 비해 국민의 실제 참여율과 모금 규모는 아직 크지 않다”라며, “일본이 세액공제 한도를 확대하고 국민이 세금의 용처를 선택한다는 관점에서 고향납세를 성장시킨 것처럼 우리 역시 전액 세액공제 한도와 제도 운영 전반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박유정 행정안전부 균형발전진흥과장은 “중앙정부가 세부적인 운영을 일률적으로 규제하기보다 기본 원칙 안에서 지방정부가 지역 특성에 맞게 지정기부와 답례품 등을 설계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중앙정부는 기본 원칙과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지방정부는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설계하며, 민간은 새로운 서비스와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구조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위는 이날 토론회를 통해 고향사랑기부제가 지방재정 확충과 균형발전의 실질적인 수단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행 ‘10만 원 고착구조’를 넘어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전문가와 지방정부 현장의 공감대가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특위는 앞으로 국회와 관계부처를 대상으로 ▲전액 세액공제 한도 상향 ▲법인기부 도입 ▲지방정부 고향사랑기금 사업의 자율성 확대 ▲민간 플랫폼의 참여기회 확대 등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논의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특위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역을 살리고 지방재정을 확충하는 국가적 제도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비롯한 국회와 관계부처가 관련 법·제도 개선 논의를 조속히 진전시켜 줄 것을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