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도, 학부모도, 생도도 반대…"왜 사관학교 통폐합하는지 이해 안돼"
26일 오후 국방컨벤션에서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 개최
찬성 측 "현행 사관학교에 분명한 문제…개혁 미룰 수 없는 과제"
반대 측 "여러 대안 중 사관학교 통합 왜 결정적인지 입증해야"
26일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가 열린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 앞에서 사관학교 폐지 저지 국민연대 등이 집회를 열고 국군사관학교 창설 및 육·해·공군 사관학교 폐교에 반대하고 있다. ⓒ뉴시스
26일 개최된 '국군사관학교 창설 관련 공청회'는 반대 목소리가 가득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예비역도, 학부모도, 생도까지도 모두 정부의 육·해·공군사관학교 통합 정책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 공청회장 인근에서는 '사관학교 폐지 저지 국민연대' 등이 반대 집회를 열었고, 주변으로 근조화환이 설치됐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국방부 주최로 '국군사관학교 창설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는 사관학교 통합에 찬성하는 패널 3명과 이에 반대하는 패널 3명이 번갈아가면서 토론하고, 이후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질의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찬성 측에서는 사관학교 입학 성적과 임관률 하락을 이유로 들며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육·해·공군사관학교 교육이 상당부분 유사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사관학교 통합'에 힘을 실었다.
국방부 사관학교교육개혁 분과위원장을 맡았던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사관학교 통합으로)10억짜리 설비를 3개 사관학교에 각기 설치하는 것보다 30억짜리 첨단 설비를 구입할 수 있다"며 "첨단 설비 구축과 우수 교수진 확보를 위해서는 사관학교의 통합은 피하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연구센터장은 "입결 수준 저하 및 중도 탈락자 증가, 시대 변화에 뒤쳐진 교육 문화, 등 사관학교 경쟁력과 존립을 위협하는 실존적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며 "최첨단 스마트 캠퍼스 구축, 생도 및 졸업생 처우·복무여건 개선, 우수 교수진 유치 등 입시생이 지원하고 싶은 세계 최고의 K-사관학교로 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진호영 예비역 공군 중장은 "입학 이후 최대 20%가 이탈하고 임관 후 다시 약 10%가 조기전역을 지원하는 상황이라면 현행 사관학교 제도에 분명한 문제가 있다고 보인다"며 "사관학교 개혁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보여주는 명백한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에서 남대연 전 국방부 대변인이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에게 발언권을 요청하고 있다. ⓒ뉴시스
반대 측에서는 이러한 문제 제기들은 현 체제에서도 충분히 개선이 가능하다며, 군 당국이 통합 명분으로 내세운 '합동성 강화'에도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세진 미래생각 사무총장(예비역 육군 소령)은 "미래전의 핵심은 '오케스트라'로 각각의 전문성을 연결하는 것"이라며 "국방부가 하겠다는 건 '반죽'"이라고 비난했다.
조기홍 예비역 해군 대령은 "합동군사대학교 사례에서 보듯, 합동성 교육은 각 군의 전문성 교육이 보장하는 가운데 합동성 교육을 병행 실시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미"라며 "합동성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굳이 통합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강병철 예비역 공군 준장은 "학령 인구가 감소한다는 사실만으로 사관학교 통합이라는 결론이 자동적으로 도출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여러 대안 중에서 사관학교 통합이라는 대안이 왜 가장 결정적이고 좋다고 생각하는지 (국방부가) 입증해야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문가 토론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현장에서는 사관학교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들이 홍수처럼 쏟아졌다. 가장 먼저 발언 기회를 얻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국방부가 만든 정책에 대해 찬성·반대를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다. 현역이라고 왜 못한다는 건가"라며 "사관생도는 '내 일'인데 왜 의견을 못내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찬가지로 국방위 소속인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토론을 들었는데, 왜 통폐합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당장 들어가는 비용이 2조3000억원이 들고, 자운대의 여러 부대들 옮기는데 더 많은 비용이 든다면 이 돈을 가지고 합동성 훈련에 투자하면 우리 대한민국군이 세계 최고의 합동성을 가진 군대가 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에서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이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윤광웅 전 국방부 장관은 "사관학교 통합은 너무 과도한 문민통제 작용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합동성 강화는 최소한 작전 및 전략제대의 지휘관과 참모들이 터득해야 할 능력으로, 사관학교 통합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많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질의응답에서는 예비역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조병선 육군 예비역 대령은 "세계에서 병력 20만 이상 국가가 30개인데, 통합 또는 혼합형 사관학교를 가진 건 7개뿐"이라며 "7개 나라 대부분이 후진국인데 45만 대군인 우리나라가 왜 통합형 사관학교를 선택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오상봉 육군 예비역 대령은 "첨단기술의 발달로 각 군의 경계가 낡은 칸막이가 됐고, 합동 다영역 통합 작전을 언급하며 사관학교도 합쳐야 된다는 건 국민을 호도하는 이야기"라며 "각 군의 경계가 첨단무기가 등장할수록 분업화되고 세분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기식 전 병무청장(예비역 해군 중장)은 "우리 국방예산의 제일 후순위가 교육 예산"이라며 "그런 것들을 단절해야지, '지금까지 교육혁신이 안됐으니 교육혁신을 해야겠다'는 굉장히 잘못된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예비역 육군 준장)은 "사관 생도들의 75%는 여러 절차에 의해 수능을 안보고 합격을 시킨다"며 "15~20% 증도의 사관 생도들은 수능 성적을 갖고 분별을 하는데, 이 성적을 갖고 전체 사관생도들의 수능 성적이 저하됐다는 건 모독"이라고 반발했다.
26일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가 열린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 앞에 육·해·공군 사관학교 폐교에 반대하는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뉴시스
이성열 전 해군사관학교장(예비역 해군 중장)은 "사관생도들은 전쟁을 하지 않기 위해 전쟁을 준비해야 되는 모순적인 존재가 되고자 오신 분들"이라며 "그런 삶을 살겠다고 들어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교육과정이 민간대학보다 거칠고, 만족도가 낮을 수밖에 없을 거"라고 설명했다.
이날 사관학교 생도들도 직접 공청회에 참석해 정부의 사관학교 통합 추진 정책에 의문을 표했다. 육사 85기 생도는 "2+2 통합 교육이 국군장교로서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것이라면 현행 사관학교 교육이 그 정체성을 충분히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객관적인 근거가 궁금하다"며 "통합하지 않고 합동교육을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왜 해결할 수 없나"라고 말했다.
육사 1학년 생도는 "학교 건물이 노후화된 건 사실"이라면서도 "학교 시설이 노후화되고 낙후됐다고 학교에 다니기 싫고, 학교가 통합돼야 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자신을 육사 생도 학부모라고 밝힌 한 남성은 "운영 효율성이라는 부분 때문에 통합을 해야 된다고 했는데 의문"이라며 "그러면 서울에 있는 모든 학교를 다 서울대학교로 통합을 해야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지역 민심도 거들었다. 박동철 경남도의회 의원은 "경남 진해에서는 해군사관학교가 따너가는 것은 심장이 뜯겨져 나가는 것과 같다"며 "소멸하고 있는 경남 진해에서 해군사관학교를 대전광역시로 옮겨간다는 건 지역균형발전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한용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는 "미국의 '골드워터-니콜스법'은 40년까지 유지되면서 합동성 강화의 대표적으로 성공적인 법안인데, 공화당과 민주당이 여야가 초당적으로 합의를 했던 법안"이라며 "더불어민주당에서 (사관학교 통합을) 무조건 힘으로 밀어붙이면 반드시 중간에 좌절이 있을 거라는 걸 경고한다"고 밝혔다.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은 "학령 인구도 하나지만 예비 징집인력과 군 구조 개편, 미래전, 전작권 전환 이런 부분을 다 고려해 통합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며 "생도들에게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책 방안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