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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구역은 구청장·토허제는 국토부…권한 분산이 부를 ‘정책 엇박자’

이수현 기자 (jwdo95@dailian.co.kr)
입력 2026.08.24 16:14
수정 2026.08.25 17:18

500가구 이하 정비구역 지정권 자치구 이양 추진

국토부장관, 동일 시·도 내 토허구역 지정권도 확대

“권한 주체 늘면 정책 충돌 가능성 커져”

한성숙 국무총리(앞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당 대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서울 부동산 정책의 권한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 지정 권한은 자치구로 분산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는 국토교통부의 개입 범위를 넓히면서다.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고 투기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취지지만, 시장에서는 정책 결정에 관여하는 주체가 늘면서 오히려 혼선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와 서울시가 용산공원과 개발제한구역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는 상황에서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3일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서울 내 500가구 이하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대해 기초자치단체장이 정비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자치구청장이 정비계획을 입안해 서울시에 정비구역 지정을 신청하고, 서울시장이 정비계획을 결정해 정비구역을 지정한다. 정비구역 지정 이후 사업시행계획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 등 주요 사업 절차는 자치구가 담당한다.


정부와 여당은 서울시가 가진 권한 일부를 자치구와 더 나누면 정비사업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는 서울시에 많은 업무가 몰리면서 사업이 정체되고 있는 만큼 인허가권자를 늘리면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비구역 권한 이양 주장은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지속 제기됐다. 지난해 11월에는 민주당 소속 서울 구청장들과 국회의원들이 관련 토론회를 열고 소규모 정비사업에 한해 자치구가 인허가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토론회에서 정원오 당시 성동구청장은 “서울시 모든 정비사업은 서울시 도시정비기본계획에 근거해 시행하고 있어 자치구에 인허가 권한이 주어지더라도 멋대로 할 수 없다”며 “인근 자치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소규모 정비사업에 한해 먼저 (자치구 인허가 권한을) 시행하고 여러 자치구에 영향을 줄 사업은 서울시에서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서울시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소규모 정비사업이더라도 자치구가 자체적으로 구역 지정 권한을 가질 경우 지역마다 개발 속도가 달라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거나 난개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동구 서울시 건축기획관은 24일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500가구 이하 사업장 193곳 중 구역 지정 단계인 곳은 16%인 31곳”이라며 “대다수가 이미 자치구 인허가 과정에 올라 순항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사업 속도를 높이는 여러 정책을 하고 있고 통합 심의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신속하게 처리 중인 상황에서 자치구로 권한을 이양하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부분 사업장은 서울시 심의를 통과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처리 기한은 84일, 가결률은 90% 수준이다. 또 통합심의 처리 기한은 32일, 가결률은 97%다.


김 기획관은 “서울시가 권한을 가진 두 심의 소요 기간은 4개월 뿐”이라며 “전체 정비사업 기간을 12년으로 볼 경우 2.7%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동구 서울시 건축기획관이 24일 서울시청에서 500가구 이하 재개발·재건축 사업 정비구역 지정 권한 이양에 대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수현 기자
서울시 권한 축소…갈등 불씨 확산 우려


이에 더해 지난 20일에는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국토부 장관이 같은 시·도 내 일부 지역을 토허구역으로 직접 지정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상 동일 시·도 내 토허구역은 원칙적으로 시·도지사가 지정하고 국가 시행 개발사업 등 일부 경우에만 국토부 장관이 지정할 수 있다. 이에 지난해 10·15대책에서도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동시에 토허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서울시 등 지자체와 정부 사이 갈등을 키우는 요인이 확대된 점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미 용산공원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두고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서울 부동산 정책을 두고 엇박자를 낼 수 있는 요인이 늘어난 탓이다.


국토부장관의 토허구역 지정 권한 확대의 경우 국토부장관이 지정 전 반드시 시도지사와 사전협의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지자체와 정부 사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부동산 정책 과정에서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그린벨트 해제를 두고 갈등이 격화했을 정도로 정부와 지자체 사이 갈등은 정권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비사업이나 토지거래허가구역처럼 정부와 서울시가 각각 판단해야 할 사안에서 권한 주체만 늘어나면 정책 방향을 둘러싼 충돌 가능성도 함께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수현 기자 (jwdo95@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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