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티스 노래에 웬 한로로?…샤라웃도 맥락도 없는 이름 소환 [가요 뷰]
‘통장에 0에 0을 더해 마치 한로로’…돈 자랑 가사에 실명 활용
르브론·아리아나·봉준호는 성취의 상징…‘0+0’은 맥락 사라져
전원 창작 참여 내세운 ‘영 크리에이터 크루’…인용도 창작 태도로 평가
대중음악에서 다른 인물을 언급하는 사례는 흔하다. 이름에 쌓인 명성과 이미지를 빌려 존경을 전하거나 자신의 포부를 드러내는 식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르티스(CORTIS)가 신곡에서 한로로를 불러온 방식은 달랐다.
24일 코르티스는 미니 2집 확장판 ‘그린그린_플레이익스텐디드’(GREENGREEN_playextended)를 발매했다. 기존 음반에 신곡 ‘팩 잇 업’(PACK IT UP)과 ‘머니머니머니’(MONEYMONEYMONEY)를 추가한 앨범이다. 멤버 전원이 두 곡의 작사·작곡에 공동으로 참여했다.
논란이 된 부분은 ‘머니머니머니’의 “난 될래 놀며 돈 버는 사람 뽀로로/통장에 0에 0을 더해 마치 한로로/저능해진다더니 다들 침을 호로록”이라는 가사다. ‘뽀로로-한로로-호로록’으로 운율을 맞추면서 한로로의 이름과 그의 노래 ‘0+0’을 함께 활용했다.
ⓒ애플뮤직
해당 가사는 지난 22일 서울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코르티스의 투어 ‘풋 유어 폰 다운’(PUT YOUR PHONE DOWN) 데뷔 1주년 공연 ‘버스데이 파티’에서 처음 공개됐다. 당시에는 미공개곡이었으나 공연 전광판을 촬영한 영상이 퍼지며 논란이 시작됐다.
일부에서는 이름과 숫자를 활용한 가벼운 언어유희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공연 전광판에 한로로의 이름을 명시한 만큼 비하할 의도는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그러나 한로로의 인지도와 노래 제목을 가져오면서도 원작에 담긴 의미는 지웠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로로는 2022년 3월 ‘입춘’으로 데뷔한 싱어송라이터다. ‘사랑하게 될 거야’와 ‘0+0’ 등이 음원차트에서 역주행했고, 올해 제23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악인’을 수상했다.
‘0+0’은 지난해 8월 발매한 한로로의 세 번째 미니앨범 ‘자몽살구클럽’의 마지막 곡이다. 동명의 소설은 삶의 끝을 생각하던 청소년들이 서로를 만나 살아갈 이유를 찾는 과정을 다룬다. 한로로는 이 곡에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에게 “나는 너를 버리지 않을 테니 너도 같은 생각이냐”고 묻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노래에서 0은 스스로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끼는 존재를 가리킨다. 0과 0이 만나 서로를 버리지 않고 ‘영영’을 꿈꾸는 것이 제목과 가사의 중심이다. “통장에 0에 0을 더한다”는 코르티스의 가사에서는 관계와 생존을 상징했던 숫자가 돈이 불어나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이에 해당 가사의 의도와 사전 협의 여부 등을 빅히트 뮤직에 문의했으나 별도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Mnet TV
유명인의 이름을 가사에 넣는 방식은 기존 대중음악에서도 자주 사용됐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엠넷(Mnet) ‘쇼미더머니10’에서 참가한 릴보이의 경연곡 ‘온 에어’(ON AIR)가 있다. 이 곡의 피쳐링에 참여한 박재범은 “BTS, 봉준호, 손흥민, 제이 팍, 레츠 고”라고 외쳤다. 세계적인 스타들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거론하며 자기 자신까지 샤라웃하는 재치있는 가사로 밈을 생성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방탄소년단(BTS)은 ‘다이너마이트’(Dynamite)에서 “점프 업 투 더 톱, 르브론”(Jump up to the top, LeBron)이라는 구절이 있다. 미국프로농구 정상에 오른 르브론 제임스를 자신들이 향하는 ‘정상’과 연결한 표현이다.
아이들은 ‘퀸카’(Queencard)에서 “섹시 라이크 킴 카다시안/프리티 라이크 아리아나”(sexy like Kim Kardashian/pretty like Ariana)라며 킴 카다시안과 아리아나 그란데를 각각 섹시함과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가사에 넣었다.
힙합에서는 디스와 풍자, 언어유희를 위해 실명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언급하는 대상과 가사의 관계가 의미를 만든다. 그러나 코르티스의 가사에는 한로로를 존경하거나 비판하는 내용이 없다. 한로로라는 세 음절과 ‘0+0’이라는 제목만 돈 자랑과 라임을 위해 남았다.
코르티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코르티스가 의미보다 음가와 반복을 앞세운 것은 처음이 아니다. ‘고!’(GO!)와 ‘영크리에이터크루’(YOUNGCREATORCREW) 등은 흘려 부르는 발음과 반복적인 구절로 중독성을 만들었다. 신선하고 자유롭다는 호평과 무엇을 말하는지 알기 어렵다는 반응도 함께 나왔다. 이번에는 이러한 작법에 타 아티스트까지 거론되면서 취향의 문제를 넘어 태도에 관한 논쟁으로 번졌다.
샤라웃의 효과는 청자가 이미 알고 있는 대상의 이미지에서 나온다. 그 이미지와 의미는 사용하지 않은 채 단어 그 자체만 가져오면 인지도를 이용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창작의 자유를 내세우는 팀일수록 곡의 맥락까지도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로로는 코르티스의 라임을 위해 만들어진 이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