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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부터 10만대"…삼성이 제주 히트펌프 시장에 먼저 깐 큰판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8.24 12:36
수정 2026.08.25 10:44

제주 연간 보급 2460가구...초기 시장 규모의 40배 생산능력 선제 확보

보조금으로 수요 키우고 공동주택까지 확장...규모의 경제 선점 노린다

삼성전자가 정부의 난방 전기화 보급사업에 발맞춰 'EHS 히트펌프 보일러'를 국내에서 생산한다ⓒ삼성전자

정부 보급사업을 중심으로 막 태동한 국내 히트펌프 시장이 실증을 넘어 제조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제주 가정집에서 히트펌프 보일러 보급에 나선 삼성전자가 광주 가전공장에 연 10만대 규모의 생산라인을 구축하면서다. 아직 국내 수요가 초기 단계인 상황에서 대규모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것은 향후 난방 전기화가 전국 단위 시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회사는 광주사업장 제2캠퍼스에 2132㎡ 규모의 'EHS 히트펌프 보일러'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지난 19일부터 시험생산에 돌입했다. 공정과 설비 안정성, 완제품 성능과 품질을 검증한 뒤 오는 9월 말부터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들어갈 예정이다.


신규 라인의 연간 생산능력은 10만대 이상이다. 생산되는 제품은 전량 국내 시장에 공급된다. 국내 난방 전기화 사업에 참여하는 히트펌프 제조사 가운데 해외 생산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도록 전환한 것은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제주 2460가구인데 연 10만대...초기 시장에 선제 투자

현재 국내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적지 않은 생산능력이다. 올해 제주에서 추진되는 히트펌프 보급 규모는 상반기 1042가구와 하반기 1418가구를 합쳐 총 2460가구다. 삼성전자가 광주에 확보한 연간 생산능력은 제주 한 해 보급 목표의 40배를 웃돈다.


특히 생산라인이 들어선 광주사업장은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 삼성전자의 주요 가전을 생산해온 핵심 거점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가전 생산 과정에서 축적한 제조기술과 품질관리 역량을 히트펌프에도 적용하고 완제품뿐 아니라 핵심 부품과 제조공정의 국내 투입 비중도 확대할 계획이다.


히트펌프는 외부 공기의 열을 냉매를 통해 실내로 옮겨 난방과 온수를 공급한다. 삼성 EHS 히트펌프 보일러는 35도 출수 조건에서 계절성능계수(SCOP) 4.9를 구현해 소비 전력 대비 약 5배의 열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국내 가전업계도 난방 전기화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LG전자 역시 올해 국내용 히트펌프 시스템 보일러를 출시하고 제주 보급사업에 참여하는 등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냉난방공조(HVAC) 시장에서 경쟁해온 국내 가전업체들의 무대가 국내 난방시장으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정부의 난방 전기화 보급사업에 발맞춰 'EHS 히트펌프 보일러'를 국내에서 생산한다ⓒ삼성전자
단독주택 넘어 아파트까지...'규모의 경제'가 관건

삼성전자는 국내 생산과 함께 실제 주거환경에서의 실증도 확대하고 있다. 제주뿐 아니라 양평과 충주, 남해 등 지역별 기후와 주거환경이 다른 곳에서 난방·온수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검증 중이다. 삼성물산과는 공동주택 시장도 겨냥한다. 제주와 경기 용인 삼성물산 주거연구소에서 냉방과 난방, 온수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제공하는 'EHS 올인원' 솔루션을 실증하며 단독주택뿐 아니라 아파트 적용 가능성까지 살피고 있다.


아파트 비중이 높은 국내 주거환경을 감안하면 공동주택 적용 여부는 향후 시장 확대를 좌우할 핵심 변수다. 기존 배관 구조와 설치 공간, 난방수 온도 등 한국 특유의 주거환경에 맞는 해법을 확보해야 정부 보급사업을 넘어 대중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다. 초기 보급 단계에서는 정부 지원도 시장을 키우는 마중물 역할을 할 전망이다. 제품 보급량이 늘면서 생산과 부품 조달, 설치·서비스 전반에서 규모의 경제가 형성되고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제주 보급사업은 높은 초기 설치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비용의 상당 부분을 지원하고 있다. 향후 보급 대상이 전국으로 확대되고 아파트 등 공동주택까지 수요가 넓어질수록 제조사 입장에서도 생산량 증가에 따른 원가 절감과 설치·서비스 효율화 여지가 커진다.


삼성전자가 연 10만대 생산능력을 먼저 확보한 것도 결국 이 같은 시장 확대 가능성에 대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제주에서 시작된 난방 전기화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수요가 형성되면 광주 생산라인의 가동률을 높이는 동시에 국내 부품 조달과 서비스망을 활용해 비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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