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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학술원 "AI 주권, 핵심은 운용...끊겨도 작동하는 AI 필요"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8.23 14:28
수정 2026.08.23 14:28

최종현학술원·서울대 미래전연구센터, 소버린 AI 2.0 전략 제안

특정 AI 모델 차단돼도 핵심 기능 유지하는 접근·운용 주권 강조

美·中 AI 생태계 경쟁 속 선택과 집중…"고부가가치 확보해야"

최종현학술원과 서울대학교 미래전연구센터가 지난 7월 30일 공동 개최한 ‘에이전트 AI 시대 新국가안보: 글로벌 기술 패권과 한국’ 라운드테이블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최종현학술원

국가 AI 주권의 기준을 독자적인 AI 모델의 ‘보유’에서 외부 환경 변화에도 핵심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운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에이전트 AI 시대에는 특정 모델을 확보하는 것보다 필요한 AI 기술과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이용하고, 특정 모델이나 클라우드가 중단돼도 대체 체계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최종현학술원은 2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유에서 운용으로: 에이전트 AI 시대의 국가안보와 소버린 AI 2.0’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달 30일 최종현학술원과 서울대학교 미래전연구센터가 공동 개최한 전문가 라운드테이블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보고서는 소버린 AI를 ‘접근 주권’과 ‘운용 주권’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접근 주권은 필요한 AI 기술과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이용하는 능력, 운용 주권은 특정 모델이나 클라우드가 중단돼도 대체 체계로 핵심 기능을 유지하는 능력이다.


보고서는 “모든 기술을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보유하는 것이 소버린 AI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외부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그 연결 때문에 국가 핵심 기능이 종속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석 최종현학술원 대표는 발간사에서 “기술 역량이 높은 동시에 대외 의존도 역시 큰 한국에서 이러한 변화는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소버린 AI 2.0은 소버린 AI의 개념을 단순한 기술·모델의 보유에서 운용 역량과 규범 설계의 문제로 확장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규범 형성 과정의 관찰자가 아닌 참여자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필요한 역량과 경험을 축적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총괄은 에이전트 AI가 ‘모델+하네스(harness)’의 결합으로 작동한다며, 모델 성능뿐 아니라 실제 업무에서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네스는 도구 연결과 메모리, 권한 관리, 결과 검증, 실패 복구 등을 포괄하는 운용 골격이다.


박세준 티오리 대표는 에이전트 AI가 취약점 탐색을 넘어 여러 취약점을 연결해 침해 과정까지 자동화할 수 있다며 사이버 공격·방어 간 비용 비대칭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개별 방어 기술뿐 아니라 이를 얼마나 많은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지 ‘커버리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봤다.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미·중 AI 경쟁이 개별 기술을 넘어 데이터센터·반도체·클라우드·플랫폼·피지컬 AI 등을 아우르는 ‘풀스택’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AI 기술 자체뿐 아니라 AI 서비스에 대한 ‘접근권’이 새로운 디지털 국경선이 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국제질서의 ‘설계권’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모든 전략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하기보다 강점이 있는 분야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백서인 한양대 ERICA 글로벌문화통상학부 교수는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핵심 기능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태 국가AI전략위원회 보안특별위원장은 기존 소버린 AI를 ‘접근 주권’과 ‘운용 주권’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외부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특정 국가나 공급자에 종속되지 않는 ‘연결하되 종속되지 않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은 메모리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를 한국의 전략적 ‘딜 카드’로 꼽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부품·인프라 공급에 머물지 않고 AI 기술과 서비스의 설계 및 고부가가치 창출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서인 교수는 한국 AI 정책에 대해 “착한 대한민국 천동설”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기술 개발부터 제품·서비스 출시, 시장 평가와 재투자로 이어지는 실행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준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정책의 실행·평가·보완을 반복하는 ‘빠른 피드백 루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소버린 AI 개념 재정의 ▲선택과 집중 ▲국가 차원의 자원 배분 ▲산업 레버리지 확보 ▲AI 외교·국제규범 대응 ▲실행 중심 정책체계 ▲인재·데이터 기반 강화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향후 AI 패권경쟁의 관건은 가장 뛰어난 모델을 만드는 국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어떤 분야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역할을 확보하고, 글로벌 생태계와 연결되면서도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며, 국제질서와 기술규범의 설계 과정에 얼마나 참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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