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 1호 승인됐지만…공급 제한에 석화 재편 효과 희석되나
입력 2026.08.21 15:40
수정 2026.08.21 16:20
대산 1호 조건부 승인…LDPE·EVA 5년간 가격·공급 제한
"범용제품 생산·공급 축소도 사업재편 한 축"…효율화 효과 희석 우려
첫 기업결합 통과로 구조조정 본격화…"실제 영향은 선례 없어"
여수 1호 등 후속 사업재편…전략 품목별 공정위 조건 주목
롯데케미칼 대산산단 NCC설비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대산 1호 기업결합이 조건부 승인을 받으면서 석유화학업계의 사업재편이 첫 기업결합 단계에 들어섰다. 다만 경쟁 제한 우려가 큰 범용제품에 가격과 공급 제한이 붙으면서 공급과잉 해소와 수익성 개선을 위한 사업재편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전날 롯데케미칼·롯데대산석화·HD현대오일뱅크·HD현대케미칼이 추진하는 대산 1호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결합이 완료되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HD현대케미칼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해 공동 지배하고 충남 대산산업단지 내 양사의 나프타분해설비(NCC)와 석유화학 생산시설을 통합 운영한다.
대산 1호는 중국발 공급과잉과 수익성 악화에 대응해 국내 석화업계가 추진하는 사업재편의 첫 기업결합 사례다. 양사의 설비 통합을 통해 중복 설비를 효율화하고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사업재편의 주요 목적이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으로 경쟁 제한 우려가 있는 범용제품 시장에서 경쟁사업자 수가 줄고 시장 집중도가 높아지는 점에 주목했다. 결합 이후 관련 시장의 사업자는 4곳에서 3곳으로 줄어들며 판매량 기준 3사 합산 점유율은 LDPE 82%, EVA 95%에 달한다.
공정위는 통합법인이 사업재편 과정에서 저수익·저가 그레이드의 생산·공급을 중단할 경우 국내 수요자의 대체 공급처가 제한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향후 5년간 LDPE·EVA의 국내가격 변동률을 수출가격 변동률과 연동하고 결합 당시 생산하던 모든 그레이드에 대해 국내 수요자가 요청하는 물량을 공급하도록 했다. 가격·수량·원가·재고량 등 경쟁민감정보 공유와 임직원 겸임도 제한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시정조치가 석화업계가 추진하는 사업재편에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설비 통합뿐 아니라 수익성이 낮은 범용제품의 생산·공급을 조정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것도 사업재편의 주요 과제로 꼽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범용제품을 줄이는 게 사업재편의 골자 중 하나인데 5년이나 가격과 공급에 제약을 걸면 사업재편을 추진하는 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수요자 보호라는 시정조치의 취지와 대상 품목을 일정 부분으로 한정한 점에 대해서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여수 1호 등 후속 사업재편에 대한 부담도 거론된다. 대산 1호가 첫 사례인 만큼 이번 시정조치가 향후 기업결합 심사의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여수 1호는 대산 1호보다 관련 품목이 많아 경쟁제한 우려가 적용되는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산 1호가 첫 사례여서 이번 시정조치가 사업재편 효과에 미칠 영향을 판단할 만한 선례가 없다고 봤다. 공정위가 어떤 기준으로 후속 사업재편을 심사할지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은 각자 전략 품목이 있을 텐데 어떤 조치가 붙느냐에 따라 통합 과정에서 부담이 생길 수 있다"며 "결국 통합 과정이 더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경쟁 제한 방지와 석화산업 구조조정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독과점을 해소해야 된다는 원칙에는 아무도 불만이 없지만 지금 석화 산업계가 처한 현실을 충분히 고려해서 해야 한다"며 "너무 규제에만 매달리게 되면 여태까지 산업계와 정부가 노력한 효과가 떨어지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산 1호 자체가 신속하게 승인돼 사업재편을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게 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이 관계자는 "공정위가 신속하게 승인해준 것에 대해서는 유의미하다"며 "빨리 승인됐고 계획한 절차대로 통합을 추진할 수 있게 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석유화학 제품은 해외에서 대체 공급이 가능해 이번 시정조치가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진 단국대 교수는 "가격 인상·인하율 제한이나 정보 교환 금지 같은 조치는 시장 과점이 심화되는 기업결합에서 당연히 나오는 것"이라며 "LDPE 같은 범용제품은 국내 공급이 부족해지면 수입하면 되기 때문에 이번 시정조치의 효과가 그렇게 걱정할 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