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450조 시대의 그늘…‘상폐 공포’ 어쩌나
입력 2026.08.20 07:07
수정 2026.08.20 07:07
올해에만 21종목 퇴출…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
운용사 점유율 경쟁·카피캣 관행에 악순환 반복
투자시 순자산·유동성 고려해야…상폐 리스크↓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450조원을 돌파하는 등 외형을 빠르게 키우고 있으나, 한편에서는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좀비 ETF’가 퇴출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ETF 시장의 화려한 성장 속 거래 부진·자금 이탈로 상장폐지 문턱에 선 좀비 ETF가 늘어나며 시장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1월 2일~8월 19일) 상장 폐지된 ETF는 21종목에 달한다. 월별 건수를 살펴보면 6월과 7월이 각각 5종목으로 가장 많았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순자산 규모 ▲유동성 ▲추적오차 ▲거래가격 괴리율 등이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최근 6개월 일평균 거래액이 500만원 미만인 ETF와 상장일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순자산이 50억원 미만인 ETF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들 ETF는 다음 반기 말까지 유동성·순자산 규모를 개선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지난 18일 기준 순자산이 100억원 미만인 ETF는 167종목으로, 국내 상장된 ETF(1162종목)의 14.37%가 유동성이 미흡한 실정이다.
이 중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하는 순자산 50억원 미만의 ETF는 43종목이다.
최근 5년 동안 상장폐지 ETF는 ▲2022년 6종목 ▲2023년 14종목 ▲2024년 51종목 ▲2025년 50종목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좀비 ETF가 속출하는 배경으로 운용사의 점유율 경쟁과 카피캣(모방) 관행이 지목된다.
연초 이후 국내 ETF 시장에 상장된 ETF는 124개로, 국내 ETF 시장의 몸집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운용사들의 신상품 출시에 속도가 붙었다.
이로 인해 인지도가 낮거나 방치되는 상품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사 상품이 많은 탓에 개별 ETF의 특성을 파악하기 어렵고, 대형사 혹은 인기 상품의 선택으로 이어져 구조적 양극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공급은 ETF 시장의 질적 성장을 방해하는 만큼, 운용사들의 공급 조절과 선별적 상품 출시·차별화 노력 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국내 ETF 시장이 450조원 시대를 맞았지만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좀비 ETF’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TF가 상장 폐지돼도 투자자들이 금전적 손실을 입는 것은 아니다.
운용사가 ETF에 편입된 주식·채권을 매도해 현금화한 뒤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절차를 거치기 때문이다.
다만 상장폐지일까지 ETF를 보유한 투자자에게는 순자산가치에서 운용보수 등의 비용을 차감한 해지 상환금이 추후 지급된다.
이 과정에서 일정 기간 투자금이 묶일 수 있고, 투자자가 원하는 시점에 재투자하기 어려운 점은 부담 요인이다.
업계에서는 ETF 투자 시 수익률뿐 아니라 상품 규모와 거래량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당부한다.
동일 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경우, 운용 규모와 유동성·총보수 등을 비교해 경쟁력이 검증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ETF 몸집이 크고, 거래가 활발할수록 상장폐지 위험이 낮기 때문에 일평균 거래대금이 꾸준히 유지되는 상품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규모가 작은 신생 ETF는 향후 상장폐지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