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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면 손해”…건설사, 정비사업 ‘나홀로 입찰’ 왜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입력 2026.08.12 06:33
수정 2026.08.12 06:33

목동10단지 '현대'·성수3지구 '삼성물산' 단독 참여

여의도 재건축 시장도 마찬가지…"선별 수주 기조 강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목화아파트 단지 전경.ⓒ데일리안 이수현 기자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 건설사들의 ‘무혈입성’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과거 수조원대 정비사업을 놓고 주요 건설사들이 치열한 수주전을 벌였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한 건설사만 입찰에 참여해 유찰된 뒤 수의계약을 통해 시공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공사비와 금융비용 상승으로 수익성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건설사들이 선별 수주 기조를 강화한 데다 경쟁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부담까지 줄이려는 움직임이 맞물린 데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마감한 서울 양천구 목동10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 1차 입찰에 현대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목동10단지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신탁은 조만간 2차 입찰에 나설 예정이다. 2차 입찰에서도 현대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해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 전환이 가능해진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두 차례 이상 유찰될 경우 단독 입찰한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


같은 날 마감된 서울 성동구 성수3지구 재개발 시공사 재입찰에도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이 단독 참여했다.


1차 입찰에 이어 이번 입찰도 삼성물산만 단독 참여하면서 수주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의도 재건축 시장도 비슷한 분위기다.


여의도 목화아파트 재건축조합이 진행한 시공사 선정 1차 입찰에는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내달 4일로 예정된 2차 입찰에서도 삼성물산이 단독 응찰할 경우 두 차례 유찰에 따라 수의계약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공작아파트는 대우건설이 단독으로 응찰한 뒤 수의계약을 통해 시공권을 확보했고, 광장아파트 38-1구역도 현대건설이 단독 입찰에 나서면서 수의계약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단독 입찰이 잇따르는 건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 기조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공사비와 금융비용 부담까지 커지면서 외형 확대보다는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강해진 것이다.


경쟁입찰에 따른 출혈 경쟁을 피하려는 움직임도 한 몫 한다.


여러 건설사가 경쟁할 경우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공사비와 금융조건, 특화설계 등에서 경쟁사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야 하는 데다 수주전에 투입되는 비용과 인력 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에 건설사들이 사업성과 수익성을 따져 수주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반면 조합원 입장에서는 단독 입찰이 마냥 반가운 것 만은 아니다. 여러 건설사가 뛰어들면 공사비 뿐 아니라 금융조건, 특화설계 등을 비교해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단독 입찰에서는 이 같은 경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사가 없는 만큼 조합이 시공사를 상대로 더 나은 조건을 끌어내기 어려워져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장점도 있다. 과열된 수주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조합원 간 의견 충돌이나 내부 갈등을 줄이고 시공사 선정을 둘러싼 사업 불확실성도 낮출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특정 건설사가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장에는 굳이 다른 건설사들이 뛰어들려고 하지 않는다”며 “건설사들이 무리하게 경쟁하기보다 사업성이 확보되는 곳을 선별해 수주하려는 경향이 점점 짙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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