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담배 유해성분 첫 공개…업계, ‘세금·가격’ 파장 촉각
입력 2026.08.12 06:43
수정 2026.08.12 06:43
궐련·궐련형 44종·액상형 20종 유해성분 공개
비연소 시장 성장 속 담배업계 포트폴리오 다각화
제품별 위해도 드러나면 과세 형평성 논의 가능성
세 부담 조정 땐 판매가격 영향…업계 ‘예의주시’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 담배 매대 모습이 보이고 있다.ⓒ뉴시스
담배시장의 무게중심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정부의 유해성 관리 강화가 업계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제품별 유해성 차이가 향후 규제와 과세체계 논의로 확산될 경우 비연소 제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는 담배업계의 사업 전략은 물론 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0월 모든 담배의 유해성분 검사·분석 결과를 처음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시행된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으로, 궐련 및 궐련형 전자담배는 44종, 액상형 전자담배는 20종의 유해성분을 검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유해성분 관리에 나선 것은 그동안 소비자가 담배 제품에 포함된 유해성분 정보를 충분히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판단에서다. 담배에 포함된 유해성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관련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해 흡연으로 인한 건강 위해를 예방·감소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번 제도는 담배 제품별 유해성분을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그 결과를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제조·수입업자가 품목별 검사 결과를 식약처에 제출하면, 식약처가 이를 검토해 공개하는 방식이다.
현재 담배시장은 일반 궐련 판매가 감소하는 동시에 궐련형 전자담배를 비롯한 새로운 제품의 비중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지난해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6억6000만갑으로 전년(6억1000만갑) 대비 8.3% 증가하며 전체 담배 판매량의 18.4%까지 확대됐다.
담배업체들도 일반 궐련에 집중됐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궐련형·액상형 전자담배 등 비연소 제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이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소비자의 제품 선택지가 다양해지면서 새로운 수요를 선점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한국필립모리스는 이달 10일 액상형 전자담배 ‘비브(VEEV)’를 국내에 공식 출시하며 기존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에 액상형 제품군을 추가했다. 같은 날 BAT로스만스도 약 2년 만에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의 신제품 ‘글로 하이퍼 프로 플러스’를 선보였다.
여기에 1위 담배 사업자인 KT&G는 ‘릴’, JTI코리아는 ‘플룸’을 중심으로 궐련형 전자담배 사업을 전개하는 등 주요 담배업체들의 비연소 제품 경쟁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 담배 매대 모습이 보이고 있다.ⓒ뉴시스
업계에서는 비연소 제품을 중심으로 투자를 적극 확대하고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유해성분 공개가 시행된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공개 결과에 따라 제품별 유해성에 대한 소비자 인식과 제품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주요 배경이다.
이는 업계에 마냥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글로벌 담배회사들은 자체 연구를 통해 비연소 제품의 유해성 저감 근거를 축적하고 이를 토대로 일반 궐련에서 비연소 제품으로의 전환을 독려하고 있는데, 정부 정책은 제품 전환보다는 금연 자체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업계와 정부 모두 국민 건강이라는 큰 방향에는 이견이 없지만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며 “업계는 흡연을 지속하는 소비자에게 비연소 제품으로의 전환이라는 선택지를 제시하는 반면, 정부는 금연을 가장 우선적인 방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해성분 공개 자체가 업계에 무조건 악재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제품별 수치가 공개되면서 브랜드·제품 간 직접 비교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특정 제품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가 나타날 경우 소비자 인식이나 판매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유해성분 공개가 향후 담배 규제 정책을 둘러싼 논의의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하는 분위기다. 제품별 유해성 차이가 객관적인 데이터로 드러날 경우 담배 제품 간 과세 형평성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반 궐련과 궐련형·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차이가 확인될 경우 제품별 위해도를 세율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위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제품에는 그에 상응하는 차등 과세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제기하고 있다.
업계가 차등 과세 필요성을 주장하는 배경에는 가격 경쟁력에 대한 우려도 깔려 있다. 세 부담이 늘어나면 제품 가격 인상 압력으로 이어지고, 이는 소비 위축과 판매량 감소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개별 브랜드보다는 일반 궐련과 전자담배 등 제품군을 기준으로 과세체계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며 “제품별 위해도 차이가 과세체계에 반영돼 전자담배의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 운용의 여력이 커지고, 소비자에게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제공할 수 있는 여지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담배 과세체계는 국가마다 차이가 있는 만큼 국내에서 어떤 방향으로 논의가 전개될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며 “정부 역시 해외 주요국의 사례를 참고할 것으로 보이는데,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 발달한 일본에서도 과세체계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져 온 만큼 향후 정책 방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