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쌀' 반도체 주춤? 주목받는 AI '혈관'
입력 2026.08.08 07:08
수정 2026.08.08 07:08
코스피 하락장서도 원자재주 우상향
구리 가격 사상 최고치 경신
AI 관련 수요 안정적…美 관세는 변수
한 노동자가 동그랗게 말려지는 구리선을 바라보고 있다(자료사진) ⓒAP/뉴시스
견조한 인공지능(AI) 사이클, 역대급 호실적에도 높아진 눈높이 탓에 반도체주 흐름이 주춤하자 유망한 투자처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AI의 '쌀', 반도체 성장 곡선의 둔화 가능성이 높은 만큼, AI의 '혈관'으로 불리는 원자재 주목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5거래일(7월20일~8월7일) 동안 코스피 지수는 8.24% 하락했다.
반도체, 자동차 등 국내증시를 대표하는 업종들이 대체로 조정을 맞았지만, 비철금속 원자재 관련주는 우상향했다.
구체적으로 풍산이 34.62% 급등했고, 고려아연은 7.48% 올랐다.
방산주 순환매 등의 영향도 있었지만, 구리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구리 가격은 최근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의 3개월물 구리 선물 가격은 6일(현지시각) 장중 톤(t)당 1만4369.50달러까지 올랐다.
사상 최고치(1만4527.50달러)를 기록했던 지난 1월 29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관세 부과 가능성이 제기되는 미국에선 프리미엄까지 형성됐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구리 선물 가격은 장중 6.9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구릿값 상승세는 지난주 칠레 북부 고산 지대에서 발생한 폭우·폭설로 광산 조업이 일시 중단된 영향이 컸다.
다만 구조적 공급 부족이 기상 이변에 대한 시장 민감도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상위 20개 광산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생산 가이던스(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고 짚었다.
지난 2013~2015년 공급 과잉 사태로 투자가 적기에 이뤄지지 못해 노후화 및 기술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설명이다.
대규모로 진행 중인 인공지능(AI) 설비투자도 구리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일례로 송전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초고압 송전 설비에는 일반 전력망보다 5~7배 많은 구리가 투입된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구조적으로 타이트한 광산 공급 여건과 AI·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투자 모멘텀에 편승한 수요 낙관론은 중장기 구리 시장의 여전한 강세 요인"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씨티·JP모간은 올해 말 구리 가격이 톤당 1만50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미국발 관세는 변수가 될 수 있다.
현재 COMEX는 LME 대비 5% 안팎의 구리 프리미엄을 나타내고 있다. 관세 도입 전 구리 물량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영향을 미친 결과로 풀이된다.
황 연구원은 "미 관세 부과가 결정되면 COMEX 구리 가격은 LME 대비 프리미엄을 최소 15%(최대 30%) 확보할 전망"이라면서도 "관세가 다시 보류되면 LME 대비 약 5% 높아진 COMEX 프리미엄의 단기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