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클래리티법 ‘빨간불’에도 산업은 ‘전진’…한국은?
입력 2026.08.07 07:01
수정 2026.08.07 07:01
상원 휴회 앞두고 의사일정서 제외…연내 통과 가능성 23%
SEC·CFTC 자체 기준 마련…비트코인 영향도 제한적
국내는 ‘기본법’ 지연…신사업 줄줄이 ‘대기모드’
클래리티법이 지연돼도 움직이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기본법 처리가 늦어질수록 디지털자산 신사업도 함께 미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미국 디지털자산 시장구조법안인 ‘클래리티법’의 상원 휴회 전 처리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다만 입법 지연이 미국 디지털자산 산업의 정체로 직결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규제기관과 기업들이 현행 제도 안에서 관련 사업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반면 국내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장기간 표류하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상환 요건과 디파이 허용 범위 등 핵심 규율이 정해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국내 투자와 사업화가 늦어지는 데다, 제도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경우 규제가 상대적으로 유연한 해외로 사업 기반을 옮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오는 10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여름 휴회에 들어간다.
이번 주가 클래리티법의 휴회 전 본회의 처리를 시도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간이지만 법안은 6일까지 상원 의사일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토론종결에 필요한 60표를 확보하려면 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고위 공직자의 가상자산 사업 관여를 제한하는 윤리조항과 이자 지급 문제 등을 두고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휴회 이후에는 예산안 처리와 11월 중간선거가 예정돼 있어 법안이 입법 우선순위에서 다시 밀릴 가능성도 있다.
실제 예측시장도 연내 처리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폴리마켓에서 클래리티법의 연내 통과 가능성은 23%대에 그쳤다.
복진솔 포필러스 리서치리드는 “이번 주가 휴회 전 마지막 처리 기회인 것은 맞지만 이자 지급과 윤리조항 등을 둘러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처리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휴회 이후에는 중간선거가 있어 올해 상원 표결과 통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법안 처리 전망은 어둡지만 입법 지연이 미국 디지털자산 산업의 정체로 직결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의회 입법과 별개로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과 토큰 분류, 거래소 규율 등에 관한 자체 기준 마련을 추진하고 있는 데다 금융회사들도 스테이블코인과 미국 국채 등 실물연계자산(RWA)을 활용한 블록체인 사업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기업들이 법안 통과를 기다리며 사업을 미루기보다 현행 규제 틀 안에서 추진할 수 있는 분야부터 사업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클래리티법 처리와 관계없이 스테이블코인과 RWA 토큰화를 통한 금융권의 블록체인 도입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이 받을 직접적인 영향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트코인은 상품으로서 규제 지위가 비교적 명확해 클래리티법보다 수급과 거시경제 변수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미국은 법안 정국 속에서도 회색지대 내 사업 추진이 가능한 반면, 국내에서는 입법 지연이 신사업 진출을 막아서는 직접적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특정금융정보법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통해 기존 거래소 위주로만 규율될 뿐,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이나 디파이(DeFi) 등 신규 서비스를 포괄할 제도적 틀은 부재한 실정이다.
이로 인한 시장의 여파도 대조적이다.
사업을 먼저 시작한 뒤 규제 당국과 가이드라인을 맞춰가는 미국과 달리, 국내 금융사와 대기업은 명확한 법적 근거나 당국 지침 없이는 사업에 착수할 수 없다.
결국 기본법 처리가 미뤄질수록 기업들의 관련 투자와 인력 배치, 신규 서비스 출시 일정 전체가 밀리는 구조다.
정부·여당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연내 처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부 통합안은 아직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와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등 핵심 쟁점도 남아 있다.
복수의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은 국회에 계류된 다른 안건과 남은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연내 처리가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다른 안건에 밀려 사실상 후순위에 놓인 상황”이라며 “현재 국회에 쌓인 안건과 남은 일정을 고려하면 올해 안에 통과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법과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으면 기업이 투자와 서비스 출시를 결정하기 어렵다”며 “입법 공백이 장기화할수록 국내 기업들이 사업 기회를 놓치고 글로벌 경쟁에서도 뒤처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