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부자만 입주할라…잔금대출 한도 산정 기준 ‘설왕설래’
입력 2026.08.08 07:04
수정 2026.08.08 07:04
가계대출 총량 관리서 예외
은행별 기준 제각각
감정가 대신 분양가로 한도 산정
자금조달 여력 한계, 실수요자 ‘불안’
금융당국이 입주를 앞둔 신축 단지에 대한 잔금대출을 풀어주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구체적인 세부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은행도 시장도 혼란스러운 모습이다.ⓒ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입주를 앞둔 신축 단지에 대한 잔금대출을 사실상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지만, 실수요자들의 혼란은 계속되는 모습이다.
잔금대출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감정가와 분양가 중 어떤 것을 기준으로 대출한도를 산정할지를 두고 은행별 셈법이 엇갈려서다.
당국의 뚜렷한 지침 없이 은행 자율에 맡길 경우, 은행은 물론 실수요자도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8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이달 입주를 앞둔 수원 ‘매교역 팰루시드’를 시작으로 9월 입주 예정인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방배’에도 잔금대출 공급이 이뤄질 예정이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하반기 은행권 집단대출 공급 여력이 줄어들면서 은행들은 입주 단지별로 잔금대출을 달리 취급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통상 은행들은 입주 시점의 감정가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잔금대출을 취급해 왔다.
하지만 분양 시점 대비 시세가 큰 폭으로 뛴 경우, 감정가를 기준으로 한도를 산정하게 되면 가계대출 총량관리 부담이 불어날 우려가 있다.
분양가와 현재 시세를 반영한 감정가 간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은 수원 매교역 팰루시드는 잔금대출을 추가 배정한 은행들 대부분이 ‘감정가’를 기준으로 한도를 산정했다.
2023년 말 분양 당시 이곳 단지의 전용 84㎡ 최고 분양가는 8억9300만원 수준이었다. 현재 같은 평형대 입주권 거래가격은 10억5030만원 정도다.
반면 디에이치방배는 상황이 다르다. 이곳 단지의 84㎡ 최고 분양가는 22억3000만원이다.
높은 금액에도 불구하고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분양 당시에도 인근 단지 시세 대비 저렴한 금액이란 점에서 ‘로또청약’으로 불린 바 있다.
최근 해당 단지의 동일 면적 입주권은 34억~35억원을 호가한다. 39억3000만원에 입주권이 거래된 사례도 있다.
신한은행은 잔금대출 총량 1000억원을 우선 배정하고, 분양가의 60%와 감정가의 50% 중 낮은 금액을 대출한도로 정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감정가 기준 LTV 적용 여부를 확정하기 전이다.
가계대출 총량과 단지별 배정 한도 등을 고려해 입주예정자들에게 골고루 자금이 돌아가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은행들도 난감하단 반응이다. 당국의 명확한 지침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들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와 실수요자의 주거 불안을 동시에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대로 감정가를 기준으로 삼으면 총량이 한정된 만큼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입주민 수가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분양가를 기준으로 하면 총량 관리에는 유리하겠지만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 여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부담으로 작용한다.
은행별로 단지마다 대출 취급 기준이 달라지면 수요자들의 자금 계획도 틀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에선 당국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시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관련 책임과 판단을 은행 자율로 맡기고 있단 지적이다.
결국 현금 동원력이 풍부한 수요자들만 무난히 입주하고, 자금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은 또다시 2금융권 고금리 등으로 눈을 돌려 부족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거란 우려도 있다.
당국은 6·27대책 이전 입주자모집공고가 난 단지의 잔금대출을 가계대출 총량에서 일부 또는 전부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아직 확정된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은 예측 가능성이 중요한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고선 후속 대책이 빠르게 마련되지 않아 시장만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량 규제에서 잔금대출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면 얼마나 풀어줄 수 있는지, 잔금대출은 감정가와 분양가 중 어떤 기준으로 삼을지 등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며 “입주 시점은 점점 다가오는데 당국이 뚜렷한 기준을 세우지 않으니, 은행도 시장도 모두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