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가 바꾼 폭염·폭우, 정책 설계부터 바꿔야
입력 2026.08.06 11:49
수정 2026.08.06 11:49
낮 기온 42.5℃, 122년 관측 이래 최고
폭염 경보 속 일부 지역 ‘폭우’ 주의보
가뭄·홍수 동시 걱정하는 ‘복합재난’ 시대
전문가 “변화하는 특성 맞춰 재설계해야
서울과 경기도 곳곳에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4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도권기상청에서 예보관이 체감온도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 위기가 일생을 위협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낮 최고기온 42.5℃라는 기록적인 폭염과 동시에 시간당 100㎜ 가까운 폭우 상황이 비슷한 시기에 펼쳐질 정도로 ‘이상한’ 날씨가 일상이 되면서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 설계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남 양산은 지난 2일 오후 1시 26분께 최고기온 42.5℃를 기록했다. 1904년 근대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국내 최고 기록이다. 양산에서는 지난달 29일부터 5일 연속 40℃를 웃도는 극한 폭염이 이어졌다.
양산뿐만 아니라 전국이 폭염 상태다. 5일 기준 수도권과 충청권 일대는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됐다.
그런데 폭염중대경보 하루 앞인 지난 4일 오후 9시 35분 기상청은 충남 아산에 호우경보를 발효했다. 호우경보는 3시간 강우량이 90㎜ 또는 12시간 강우량이 18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앞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비가 내릴 수 있다.
사실상 같은 시기 비슷한 위치에서 폭염·폭우 경보가 발령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후 양상이 일시적 현상이 아닐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 때문에 국가 재해 정책도 달라진 기후 환경을 반영, 새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에 “앞으로는 무강수 기간이 길어지는 동시에, 비가 내릴 때는 짧고 강한 집중호우가 나타나는 가뭄과 폭우의 반복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18일 새벽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경기 고양 화전동 벌말마을 주택가가 침수돼 있다. ⓒ뉴시스
따라서 단기예보뿐 아니라 계절 예측과 수십 년 규모의 기후 전망을 바탕으로 지역별 강수량, 강수일수, 호우 강도와 토양 수분 변화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 교수는 “이를 댐·저수지 운영, 농업·산업용수 배분, 도시 배수·저류시설 확충 등 중장기 국가 재해 완화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며 “정책 기준도 과거 기후 평균값이 아니라 변화하는 강수 특성에 맞춰 재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기후변화로 우리나라 여름철 전체 강수량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비가 오는 날수는 줄어드는 반면 집중호우는 늘어나, 강수의 시간적 집중과 간헐성이 심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강수량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가뭄 위험이 함께 커지는, 이른바 ‘더 젖어들면서 동시에 더 말라가는’ 역설이 우리나라 여름철 기후의 특성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 전 원장은 “이제 우리나라에서 가뭄과 홍수는 별개의 재난이 아니다. 홍수 때 물을 빨리 바다로 흘려보내는 데만 집중하면 곧이어 닥칠 가뭄에 취약해지고, 가뭄을 막으려 물을 가둬두기만 하면 돌발 폭우 시 침수 위험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필요한 것은 평균 강수량의 관리가 아니다. 홍수와 가뭄을 하나의 연속된 시스템으로 묶어 다루고, 강수량 '변동의 속도와 폭' 자체에 대응하는 새로운 수자원 패러다임이 요구된다”고 충고했다.
예상욱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현재 남부지방은 가뭄으로 달궈진 지면열이 폭염을 강화하고, 강해진 폭염이 다시 지면 토양 수분을 고갈시키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복합재해로 동반되는 폭염과 가뭄은 단일재해의 폭염, 가뭄의 강도보다 크기 때문에 그 피해도 크다”며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복합재해 발생에 대한 상세한 진단을 통해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복합재해 발생에 대한 위험경보를 새롭게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