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행 티켓 대신 63빌딩…‘피에르 에르메’가 완성한 프랑스 [임유정의 체크인 로그]
입력 2026.08.06 07:29
수정 2026.08.06 07:29
퐁피두센터 이어 국내 첫 카페형 플래그십 오픈
디저트 넘어 공간·문화까지 담은 프랑스 미식 경험
피에르 에르메 파리 63빌딩 플래그십ⓒ피에르 에르메 파리
휴식이 필요한 날. 프랑스 거장 피카소의 작품을 감상하고, 제과계의 피카소라 불리는 ‘피에르 에르메’의 디저트를 맛보는 하루는 어떨까. 이제 프랑스 파리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아도 서울 한복판에서 프랑스가 쌓아온 예술과 미식 문화를 오롯이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여의도 63빌딩이 그 주인공이다. 이곳의 상징이었던 아쿠아리움이 지난해 문을 닫은 자리에 올해 6월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관 ‘퐁피두센터 한화’가 들어섰고, 전시의 여운을 이어갈 공간으로 이달 국내 첫 카페형 ‘피에르 에르메 파리’가 새롭게 채우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퐁피두센터 한화는 향후 4년 동안 총 8회의 기획전을 통해 피카소와 브라크, 샤갈, 칸딘스키, 마티스 등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이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프랑스 현대미술을 만날 수 있는 문화 거점으로 자리매김한다.
퐁피두센터가 프랑스 현대미술을 보여준다면, 피에르 에르메는 현대 프랑스 디저트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프랑스 알자스의 제과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14세부터 제과를 배우기 시작했고, 이후 포숑과 라뒤레 등 프랑스 대표 디저트 브랜드를 거치며 세계적인 파티시에로 성장했다.
이어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피에르 에르메 파리’를 설립해 세계적인 럭셔리 디저트 브랜드로 키워냈다. 첫 매장을 연 곳도 파리가 아닌 일본 도쿄였다. 1998년 당시 프랑스 정통 파티시에가 아시아를 첫 진출지로 선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그렇게 도쿄에서 시작된 브랜드는 파리를 거쳐 세계 주요 도시로 확장했고, 2026년 국내 첫 카페형 플래그십의 무대로 서울 여의도 63빌딩을 선택했다. 기존 백화점 매장이 제품을 구매하는 공간이었다면, 이곳에서는 브랜드가 제안하는 미식 경험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더현대 서울 팝업을 시작으로 갤러리아 명품관과 파크 하얏트 서울 등 백화점과 호텔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선보여 왔지만, 이번 플래그십은 제품 판매를 넘어 브랜드가 추구하는 미식 경험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첫 카페형 매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저스틴 그라이 피에르 에르메 파리 인터내셔널 프랜차이즈 운영 총괄은 “이번 카페는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예술성과 프랑스식 삶의 방식, 현대 문화가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기획됐다”며 “진정한 럭셔리는 제품 자체뿐 아니라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피니망 바닐라 타르트ⓒ피에르 에르메 파리
지난 5일 오후 2시께 기자는 프리 오프닝 행사에 참석했다. 피에르 에르메 파리는 6일 정식 오픈한다.
매장 중심에는 원형 카운터가 자리했고, 쇼케이스와 좌석은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브라스와 월넛 소재를 활용한 인테리어는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마카롱과 케이크는 빼곡히 진열하기보다 하나의 컬렉션을 감상하듯 여유 있게 배치해 제품 하나하나에 시선이 머물도록 했다.
공간 곳곳에는 프랑스식 티살롱의 분위기를 담았다. 곡선형 카운터와 은은한 조명, 오렌지 톤의 좌석이 어우러져 오래 머물고 싶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제품을 구매하고 떠나는 매장이 아닌, 천천히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라는 점이 기존 매장과 가장 큰 차이다.
피에르 에르메 파리 관계자는 “매장 디자인과 메시지는 프랑스 본사의 콘셉트를 거의 그대로 구현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했다”며 “제품 제작 과정도 본사 기준에 맞춰 철저하게 관리하며, 제조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할 정도로 품질 관리가 엄격하다”고 설명했다.
메뉴는 디저트와 음료의 조화에 중점을 뒀다. 국내 파트너와 협업해 엄선한 커피와 티는 각 디저트가 지닌 고유한 풍미와 아로마를 보완하고 더욱 섬세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큐레이션했다. 마카롱과 파티세리, 음료가 하나로 이어지는 완성도 높은 미식 경험을 제안한다.
이날 기자는 피에르 에르메 파리를 대표하는 ▲모가도르 마카롱 ▲인피니망 바닐라 타르트 ▲플레지르 수크레 ▲인피니망 이스파한 마들렌을 차례로 맛봤다.
이 가운데 인피니망은 하나의 재료를 깊이 탐구해 향과 풍미를 극대화하는 컬렉션이다. 대표 메뉴인 ‘인피니망 바닐라’는 타히티와 멕시코,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를 조합해 하나의 풍미를 완성했으며, 가나슈와 크림, 바삭한 식감이 어우러져 바닐라의 향이 여러 층으로 펼쳐진다.
카페에서만 판매하는 아이스크림은 ‘인피니망 바닐라’, ‘인피니망 쇼콜라’, 두 가지 맛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얼팀’ 등으로 구성된다. 얼팀은 바닐라와 초콜릿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트위스트 형태로 담아낸 시그니처 메뉴다. 유럽에서 사용한 재료 그대로 한국에서도 쓰인다.
업계는 이번 카페형 플래그십이 국내 하이엔드 디저트 시장의 경쟁을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국내 디저트 시장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공간과 체험을 결합한 ‘브랜드 경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며 반경을 넓히고 있어서다.
실제로 피에르 에르메 파리는 이번 카페형 플래그십을 시작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프랑스식 디저트 문화와 미식 경험을 더욱 폭넓게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매장 확대와 함께 브랜드 철학을 담은 공간 경험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국내 접점을 넓혀나간다는 방침이다.
장구현 피에르 에르메 파리 한국 총괄 페이스트리 셰프는 “현재 피에르 에르메 파리는 국내에서 호텔을 포함해 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향후 영남권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며 “부산 시장을 검토하기 위해 피에르 에르메 본사 관계자가 지난 6월 직접 부산을 방문해 시장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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