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안 한다더니…정청래, 공세 모드 전환 왜?
입력 2026.08.05 04:10
수정 2026.08.05 04:10
신천지·조직선거 등 金에 송곳 공세
약 1%p 차이에 불과한 경선 결과에
언더독서 네거티브로 전략 수정한 듯
"본경선서 과반 확보하려는 승부수"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정청래 대표 후보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에서 TV토론회 시작 전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네거티브 자제를 약속했던 정청래 후보가 첫 순회경선 이후 경쟁자인 김민석 후보를 향한 공세 수위를 급격히 끌어올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초반 압승을 기대했던 판세가 예상 밖 박빙으로 전개되자, 결선투표를 피하기 위한 '강성 권리당원 결집 전략'으로 선거 기조를 전환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후보는 이날도 김 후보를 겨냥해 날카로운 공세를 퍼부었다. 정 후보는 페이스북에 "신천지 의혹 제기의 근거를 밝히지 못할 거면 사과부터 하라"며 "당을 사지로 몰아넣고 언제까지 나 몰라라 할 것인가. 무책임하게 입을 닫지 말고 당장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곧바로 "조직은 바람을 이길 수 없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인제를 이겼듯 정청래도 김민석을 이기게 해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정 후보 측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특정 종교·인물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언론과 유튜브 등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법적 조치를 했다"며 "반명·분열주의·신천지 3자 비밀연합 주장은 명백한 해당행위다. 허위 사실이 확인되면 중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 정 후보의 메시지는 김 후보를 겨냥한 공세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앞서 그는 김 후보의 '신천지 집단가입 의혹' 제기를 두고 "대표가 되면 윤리감찰을 지시하겠다"(3일 강릉 당원 간담회)고 했고, 김 후보 측이 강조하는 '전당원 100% 투표' 현수막에 대해서도 "조직선거"라고 규정하며 당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치를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정 후보는 전날 강원 토크콘서트에선 김 후보를 향해 "18년 동안 가출했던 사람이 집에 들어와 집문서를 내놓으라고 한다"고 비판했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사례를 거론하며 "배신은 총량이 없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선거 초반과는 확연히 달라진 기류다. 정 후보는 출마 선언 당시 "네거티브를 하지 않고 상대를 헐뜯지 않겠다"고 강조했고, 최근까지도 자신을 향한 공세를 '조직정치'와 '기득권 정치'로 규정하며 언더독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충청권과 부산·울산·경남 순회경선 결과는 정 후보의 전략 변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두 지역 합산 결과 정 후보는 45.51%, 김 후보는 44.52%를 기록했다. 불과 1%p 차이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정 후보의 고향인 충청권과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성향 권리당원이 많은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정 후보가 초반 격차를 크게 벌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승부가 초접전으로 흐르면서 선거 구도 자체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지난 1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CJB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민주당 대표 선거는 본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부터는 결선에서 선호투표제가 도입된 만큼 3위가 유력한 송영길 후보 지지층의 2순위 선택이 중요해졌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2순위로 김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결선을 허용하지 않고 본경선에서 과반을 확보하는 것이 정 후보의 최대 목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정 후보는 최근 "이번 주말 강원에서 압도적으로 이기는 순간 끝난다", "강원에서 이기면 대세가 형성된다"며 강원 경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대세론을 굳혀 결선 없이 과반 승리를 노리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에 따라 정 후보의 전략이 '언더독 프레임'에서 '강성 지지층 결집'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깨끗한 선거", "네거티브 없는 경쟁"을 강조하며 피해자 이미지를 부각했던 것과 달리, 박빙 승부가 펼쳐지자 김 후보를 정면 겨냥하는 공세로 지지층 결집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 후보는 초반부터 크게 앞서며 대세론을 만들려고 했지만 예상보다 접전이 이어지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며 "결선으로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강성 권리당원을 최대한 결집시켜 본경선에서 과반을 확보하려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언더독 전략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남은 승부는 강성 지지층의 투표율과 결집력이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다만 이런 전략이 실제 득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강성 권리당원 결집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중도 성향 당원들에게는 피로감을 줄 수 있다는 시각이 있어서다. 특히 네거티브 공방이 격화될수록 '통합'을 강조하는 김 후보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이번 주로 예정된 강원·대구·경북과 제주·인천 순회경선은 정 후보가 선택한 '네거티브 전략'이 적중했는지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과반을 확보하면 공세가 승부수로 평가받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오히려 네거티브 전략이 역풍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