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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국도로…‘풍향중’, 가까운 곳에서 찾은 낯선 재미 [방송 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8.05 14:01
수정 2026.08.05 14:01

해외의 이국적 풍경 대신 ‘내비 없는 이동’으로 낯섦 만들어

목적지 아니었던 아산의 명소와 지역민이 채운 첫 회 서사

여행 예능의 후속편은 대개 더 멀리 나아간다. 이미 본 풍경을 넘어서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더 낯선 나라와 더 큰 규모이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출발한 ‘풍향고’ 역시 두 번째 여행에서는 오스트리아와 헝가리까지 활동 반경을 넓혔다. 그러나 다음 선택은 더 먼 나라가 아닌 국내 국도였다. 지도 위 이동 거리는 짧아졌지만, 목적지로 향하다 만난 지역과 사람이 빈자리를 채우면서 오히려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풍향중’ 1회 썸네일 ⓒ유튜브 채널 ‘뜬뜬’

유튜브 채널 ‘뜬뜬’에 따르면 지난 1일 첫 회가 공개된 ‘풍향중’은 4일 만에 조회수 약 550만회를 기록 중이다. ‘풍향중’은 유재석·이성민·지석진·양세찬이 지역명이 적힌 돌림판으로 목적지를 정한 뒤 종이 지도만 들고 국도를 달리는 국내 여행 콘텐츠다. 전작의 ‘노 애플리케이션·노 예약’에 ‘노 내비게이션·노 고속도로’라는 규칙을 더했다. 시리즈 누적 조회수 1억회를 넘기고 제61회 백상예술대상 예능 작품상을 받은 ‘풍향고’의 세계관을 국내로 옮긴 스핀오프다.


국내행에는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했다. ‘풍향고2’ 유럽편을 준비하면서 공개된 왕복 비즈니스석 가격은 1인당 630만원이었다. 출연진이 항공료를 직접 부담했지만, 여행의 반경이 넓어질수록 비용도 함께 커진다는 사실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지난 4월 후일담 영상에서도 유재석은 높아진 항공료와 환율을 언급하며 국내여행 ‘풍향중’을 제안했다. 농담처럼 시작된 아이디어가 실제 콘텐츠로 이어졌다.


해외여행에서는 낯선 언어와 교통수단, 문화 차이가 자연스럽게 변수를 만들었다면, 국내편은 익숙한 공간을 낯설게 이동하도록 규칙을 바꿨다. 목적지를 알고도 길을 찾지 못하고, 지나던 사람에게 방향을 물으며, 창밖에서 눈에 띈 장소에 차를 세우는 과정 자체가 여행이 됐다.


첫 회의 최종 목적지는 전북 익산이었다. 하지만 일행이 실제로 오래 머문 곳은 목적지로 가는 길목의 충남 아산이었다. 이들은 국도를 달리다 공세리성당을 발견해 차를 돌렸고, 온양온천전통시장에서 만난 상인에게 식당을 추천받았다. 식사 중에는 주변 손님으로부터 신정호 이야기를 듣고 떠나는가 하면, 60년 넘게 자리를 지킨 고려제과에도 들렀다. 유명 관광지를 미리 정해 차례로 방문한 것이 아니라, 시민과의 대화가 다음 장소를 불러오는 방식으로 아산의 풍경이 이어졌다.



외암민속마을 ⓒ데일리안DB

아산은 관광 자원이 없는 도시가 아니다. 온양온천과 외암민속마을, 현충사 등 오랜 명소를 품고 있다. 다만 경주·부산·제주처럼 여행 콘텐츠를 통해 전국적으로 반복 소비되며 하나의 이미지가 굳어진 대표 관광도시는 아니다. 공세리성당과 신정호 역시 지역에서는 익숙하지만 전국 시청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장소다. 아직 특정한 이미지로 규정되지 않은 지역이라는 점이 ‘풍향중’에서는 오히려 신선함으로 작용했다.


국도 여행 자체가 새로운 형식은 아니다. KBS2 ‘1박 2일’도 지난달 동해와 포항, 경주, 부산을 잇는 ‘7번 국도 힐링 여행’을 선보였다. 지역민에게 장소를 추천받는 방식 역시 여러 여행 프로그램이 활용해왔다.그러나 ‘풍향중’은 해외에서 성공한 여행 콘텐츠가 통상적인 규모 확장 공식을 거꾸로 돌리고, 해외의 낯섦을 국내의 덜 알려진 지역과 경유지에서 다시 만들어냈다는 데 차별점을 뒀다.


국내 숨은 명소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신선함이 오래갈 수 없다. 어느 장소에 도착했느냐보다 그곳을 어떻게 발견했는지, 그 과정에서 누구를 만났는지가 중요하다. 아직 첫 회만 공개된 만큼 이 방식이 남은 여정에서도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익산으로 향하다 아산에 오래 머문 첫 여행은 멀리 떠나야만 새로운 장면을 얻을 수 있다는 여행 예능의 관성을 흔들었다. 지도 위 반경은 줄었지만, 콘텐츠가 발견할 수 있는 장소는 오히려 늘어났다.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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