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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골목경제②] "권리금도 옛말"…폐업 점주 덮친 마지막 손실 계산서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6.08.05 07:00
수정 2026.08.05 07:00

권리금 회수는커녕 돈 나갈 곳들만 수두룩

원복 철거비·대출 상환 부담까지 첩첩산중

공제금 깨고 생계형 일자리 찾아 나서기도

"처음과 끝 모두 중요…출구전략 마련 시급"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음식점 거리의 모습. 사진에 나온 일대의 1층 점포 세 곳 모두 '임대' 문구가 붙어있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고물가와 경기 침체 장기화로 폐업을 선택하는 자영업자가 늘면서, 폐업 이후 감당해야 할 비용 부담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폐업 점주들은 권리금 회수는커녕 점포 원상복구를 위한 철거 비용과 대출 상환 부담까지 떠안으며 또 다른 손실 계산서를 받아 드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국세청 통계를 분석한 결과 폐업 사업자는 ▲2023년 98만6000개 ▲2024년 100만8000개 ▲2025년 97만6000개로 최근 3년간 연평균 약 99만 개에 달했다.


국세청 국세통계에서도 지난해 전체 사업자 폐업률 8.64% 가운데 소매업·음식업 등 소상공인 비중이 높은 주요 6대 업종 폐업률은 11.08%로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소비 위축과 원재료비, 인건비, 임차료 등 비용 부담의 충격이 자영업자에게 쏠리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폐업 결단 이후부터 시작되는 '손실 청구서'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 상권 내 한 점포 앞에 '권리금 없는 임대' 문구가 붙어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그중에서도 가장 큰 부담으로 꼽히는 것이 권리금이다.


과거에는 권리금을 통해 일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지만, 최근 상권 침체로 권리금 시장이 위축되면서 초기 투자 비용이 고스란히 손실로 남고 있다.


계약 상 '공간 원상복구'에 드는 철거도 비용 항목 중 하나다.


최근 서울 주요 상권인 신촌 등지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에 따르면 철거 비용은 3.3㎡(1평)당 최소 30만원에서 평균 50만원 선에 이른다.


특히 계약서 상에 기재된 원상복구의 범위와 기준을 놓고 임대인과 임차인 간 이어지는 갈등도 폐업 점주 입장에선 골칫거리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폐업하더라도 권리금을 받고 나가면서 다음 사업자에게 일부 투자금을 넘길 수 있었다"며 "지금은 권리금을 받기는커녕 철거 비용까지 추가로 내야 해 폐업 자체가 또 다른 비용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AI 이미지 삽화

대출 상환도 폐업 점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손꼽힌다.


창업 과정에서 받은 대출은 폐업과 함께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매출이라는 상환 재원이 사라진 뒤에도 원리금(원금+이자) 부담은 개인 채무로 남는다.


실제 한국신용데이터(KCD)가 발간한 '2026년 1분기 소상공인 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금은 14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 대비 1조6000억원(12.6%) 증가했다.


중기부가 최근 1년간 폐업을 경험한 소상공인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평균 부채는 8531만원이었으며, 폐업 과정에서 겪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45.5%가 대출금 상환을 꼽았다.


결국 폐업이 영업 종료에 그치는 게 아닌, 기존 부채를 떠안은 채 새로운 생계를 찾아야 하는 과정인 셈이다.


폐업 이후에도 손실 청구서가 지속되면서 자영업자들의 발길은 중소기업중앙회 노란우산 폐업공제금으로 향하고 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폐업공제금 지급액은 1조3864억원(9만8600건)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1조3019억원, 10만2940건) 대비 6.49% 증가한 수치로, 퇴직금에 손 댈 만큼 버티기 어려운 수준에 다다랐다는 의미다.


서울 시내 식당가에서 배달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뉴시스

재취업을 위해 근로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폐업 점주들의 사례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폐업 이후 쿠팡 일용직이나 배달 등 생계형 일자리 취업을 고민하는 게시글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한때 사업장을 운영했던 자영업자들이 안정적인 재취업 대신 단기 노동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자영업 위기의 원인으로 낮은 진입장벽 탓에 준비되지 않은 창업이 계속되는 반면, 폐업 과정에서 손실을 줄이고 재기를 지원할 출구는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업을 시작하는 것만큼 정리하는 과정도 중요하다"며 "일정 부분 채무 조정, 기존 점포 승계, 업종 전환 등을 통해 폐업 점주가 손실을 최소화하고 신규 창업자는 새 기회를 모색할 체계적인 'Exit Market(엑시트 마켓)'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너지는 골목경제 ③] 외식 불황이 상가 미분양으로…'공실 경고등' >에서 이어집니다.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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