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1위 흔들리는 현대차…전기차 밀리는데 노조리스크까지
입력 2026.08.04 13:05
수정 2026.08.04 13:05
기아, 4월 이어 7월 또 현대차 추월
현대차 전기차 6306대·기아 1만3366대
생산 차질 반복되며 28년간 지킨 내수 선두 ‘흔들’
현대차 아이오닉 9 ⓒ현대차
현대자동차가 국내 시장에서 ‘동생’ 기아에 선두를 내주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4월 현대차그룹 편입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기아에 월간 내수 1위를 빼앗긴 데 이어 7월에도 다시 뒤처졌다.
기아가 전기차 풀라인업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하는 사이 현대차는 상대적인 전기차 부진에 노조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까지 겹치며 안방 수성에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4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 7월 국내에서 5만4604대를 판매해 현대차의 4만8113대를 6491대 차이로 앞섰다. 기아 판매량은 전년 동월보다 21.3% 증가한 반면 현대차는 14.4% 감소했다.
7월 실적 자체보다 주목되는 것은 내수 선두가 뒤집히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아는 지난 4월 국내에서 특수차를 포함해 5만5108대를 판매하며 현대차의 5만4051대를 약 1000대 차이로 넘어섰다. 기아가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1998년 이후 월간 전체 내수 판매에서 현대차를 꺾은 것은 28년 만에 처음이었다.
당시에는 현대차 협력사 안전공업 화재에 따른 부품 수급 차질과 신차 대기 수요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혔다. 일시적인 공급 문제에 따른 이례적인 역전이라는 시각이 많았지만 불과 석 달 만에 같은 상황이 재현됐다.
이번에는 전기차 경쟁력과 노조 리스크가 겹쳤다. 현대차의 7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6306대로 전년 동월보다 12.7% 증가했다. 절대 판매량은 늘었지만 기아와 비교하면 성장세가 크게 뒤처졌다.
기아는 같은 기간 전기차 1만3366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월 대비 93% 급증한 규모로 현대차보다 7060대 많았다. 기아가 현대차를 앞선 전체 내수 판매 격차 6491대보다 전기차 판매 차이가 더 컸다. 사실상 전기차에서 벌어진 격차가 두 회사의 내수 순위를 갈랐다는 의미다.
기아의 강점은 차급과 가격대, 용도를 촘촘하게 채운 전기차 라인업이다. EV3·EV4·EV5를 중심으로 EV6와 EV9까지 전기차 전용 모델을 갖췄다. 여기에 경형 전기차 레이 EV, 전기 상용차 봉고 EV, 전동화 전용 목적기반차량(PBV) PV5까지 더해졌다.
특히 PV5는 지난달 국내에서 2472대가 팔리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기아는 소형 승용차부터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경상용차까지 전기차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풀라인업을 구축했다. 특정 모델의 판매가 흔들려도 다른 전기차가 이를 메울 수 있는 구조다.
현대차도 아이오닉 5·6·9와 코나 일렉트릭, 캐스퍼 일렉트릭 등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는 출시 이후 시간이 상당 기간 지났고, 아이오닉 9은 대형 고가 모델이어서 판매량 확대에 한계가 있다. 기아의 EV3·EV4·EV5처럼 대중적인 가격대에서 연이어 투입된 전기차 신차가 부족한 상황이다.
하이브리드차에서도 흐름이 엇갈렸다. 현대차는 지난달 하이브리드차 1만4297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보다 7.6% 감소했다. 기아는 22.3% 증가한 1만8329대를 기록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합친 기아의 친환경차 판매량은 3만1695대로 전체 내수 판매의 58%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2만603대로 전체의 42.8%였다. 친환경차에서만 기아가 현대차보다 1만1092대를 더 판매했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울산공장에서 상견례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전기차 제품 경쟁력 차이에 노조 리스크도 더해졌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세 차례에 걸쳐 총 9일간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13일부터 15일까지는 근무조별로 매일 2시간, 20일부터 22일과 29일부터 31일까지는 근무조별로 매일 4시간씩 생산을 중단했다.
부분파업이 한 달 내내 이어지면서 생산과 출고 차질이 누적됐다. 현대차 역시 7월 실적 감소 배경으로 산업 수요 위축과 함께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신차 대기 수요를 직접 지목했다.
반면 기아는 노조 교섭 일정이 현대차보다 늦어 7월까지 실제 생산 차질을 피했다. 기아 노조는 지난달 23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재적 조합원 대비 82%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고, 27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했다. 아직 실제 파업에는 돌입하지 않았다.
기아 노사는 여름휴가 이후 본교섭과 실무협의를 재개해 본격적인 담판을 벌일 예정이다.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주 4.5일제 도입, 정년 65세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교섭이 결렬되면 기아에도 생산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기아 노사는 2021년 이후 5년 연속 파업 없이 교섭을 마무리했다. 휴가 이후에도 무분규 타결 기조를 이어간다면 현대차와의 생산 안정성 차이가 하반기 판매 경쟁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연간 누적 판매와 글로벌 규모에서는 여전히 기아를 앞서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 과거와 같은 압도적인 우위를 장담하기는 어려워졌다고 보고 있다.
기아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라인업을 빠르게 넓히면서 현대차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때마다 내수 선두가 뒤집힐 수 있는 구조가 됐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아가 주요 차급별로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면서 국내 판매의 기초체력이 과거보다 강해졌다”며 “현대차는 대중형 전기차 신차가 투입되기 전까지 생산 안정성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기아 역시 여름휴가 이후 노사 교섭 결과에 따라 하반기 판매 흐름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