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 출판’ 이어 ‘고전 번역’까지…출판계의 AI 딜레마
입력 2026.08.05 11:14
수정 2026.08.05 11:14
여전히 모호한 사전고지 및 표시의무
사용 여부 정확하게 가리는 것부터 숙제
AI(인공지능)로 수백 권의 책을 ‘딸깍’ 출간하는 출판사부터 AI로 고전문학을 번역해 선보이는 플랫폼까지. 출판계가 AI의 활용을 두고 논란을 거듭 중이다.
그럼에도 반복되는 논란을 막기는 힘들다. AI로 번역했음에도 “”라고 독자들을 속인 책도둑의 사례처럼, 아직 AI의 사용 여부조차 정확하게 가려내는 것이 힘든 현재 AI를 둘러싼 출판계의 진통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책도둑 SNS
책도둑은 자체 번역한 고전문학 700권을 소장한 플랫폼으로, 1만 9800원의 구독료만으로 이를 ‘평생’ 소장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독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방대한 양의 도서들이 빠르게 공개되고, 낮은 번역 수준이 도마에 오르며 AI 사용에 대한 의심이 불거졌다. 결국 운영사는 최근에서야 “AI 번역 쓴다고 대충 안 만든다”라고 AI 번역 사실을 인정하면서 “대신 여러분께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책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명문대생들 집단 지성으로 샅샅이 다듬고 검수해서 최고 수준으로 뽑아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AI 활용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 의혹이 불거진 이후에도 애매한 해명으로 독자들에게 혼란을 준 점 등을 이유로 독자들의 비난은 이어졌다. 결국 책도둑 측은 지난달 27일 이전 결제 이용자에게는 환불 신청 시 전액 환불을 진행하겠다고 공지하며 “앞으로 모든 서비스 채널과 콘텐츠에 AI 활용 여부와 번역 프로세스를 투명하게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책도둑 사태는 AI 활용 여부를 떠나, 이를 제대로 고지하고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에 독자들의 비난이 이어진다.
반면 영미권 출판계에서 AI 사용 의혹만으로 수백만 달러 규모의 출판 계약이 무산되는 사례가 있었다. 미국 맥밀런 산하의 한 출판사가 나이지리아 출신 미국 작가 제리 팔라데의 범죄소설을 200만달러(약 28억원) 규모로 계약했으나, 이후 창작 과정을 입증할 수 없다며 이를 파기한 것이다. 이에 작가는 “AI 활용하지 않았다”고 부인 중이지만, 활용 여부를 완벽하게 입증할 방법이 지금은 없다. 결국 AI가 출판 시장에 성큼 들어온 지금도 활용 여부를 창작자의 ‘양심’에만 맡겨야 한다는 점에서 두 사례는 비슷한 문제를 공유 중이다.
현행 AI 기본법상,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에 대해선 이용자가 결제하기 전에 AI 활용 사실을 알리는 사전 고지의무와 결과물에 이를 표시하는 표시의무가 있다. 다만 의무 적용 범위가 아직도 모호해 이를 출판물에 적용하는 것이 까다롭다. AI를 어느 정도 활용해야 하는지 등의 세부 기준이 필요한 이유다.
또한 번역 과정에서 AI를 사용했는지를 기술적으로 정확하게 가려낼 방법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한 출판사 관계자에 따르면 출판 과정 또는 문학상 개최 과정에서 AI 사용 여부를 확인하거나 혹은 반대로 AI 허용 범위에 대한 문의를 받곤 하지만, 아직은 당사자의 확인 또는 출판사의 자체 기준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는 AI 사용 여부보다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고유 창작물을 완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AI 활용이 점차 당연해질 텐데, 사용 여부를 문제 삼기보다는 AI의 도움을 받더라도, 자신의 문체를 살리거나 독창성을 발휘하는 식으로 자신의 창작성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