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달라진 제조현장…휴식 늘리고 AI까지 동원
입력 2026.08.03 13:20
수정 2026.08.03 13:20
조선·철강은 휴식 늘리고 냉방설비 확충
반도체·석화는 개인별 건강관리 고도화
ⓒ데일리안 AI 이미지
연일 이어지는 기록적인 폭염에 산업계가 작업 방식을 바꾸고 있다. 공정을 쉽게 멈출 수 없는 건 어느 업종이나 마찬가지지만 대응 방식은 업종별 작업환경에 맞춰 세분화되는 추세다.
조선·철강업계는 휴식시간을 늘리고 냉방설비와 이동식 쉼터를 확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반도체업계는 생체·환경 데이터를 활용한 위험 예측을 시도하고, 석유화학업계는 고령자 등 민감군을 별도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3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이날부터 14일까지 건설·조선·물류·제조업 등 폭염 취약사업장 1000곳을 집중 점검한다. 산업안전보건법·안전보건규칙 개정으로 체감온도 33도 이상 작업장에는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이 원칙적으로 의무화됐다.(개인용 냉방·보냉장구를 갖추면 예외 인정) 여기에 올해 기상청이 '폭염중대경보'를 신설하면서 35도 이상은 오후 2~5시 옥외작업 중지, 38도 이상은 긴급조치 외 전면 중지로 권고 기준도 강화됐다.
폭염 대응은 근로자 복지를 넘어 생산 차질과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현장 운영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조선업계, 온도 관계없이 추가 휴식
한화오션은 지난해부터 7~9월 하계 기간 작업자들의 땀을 식히기 위해 냉방버스를 새롭게 운영하고 있다.ⓒ한화오션
옥외작업이 많고 달궈진 철제 구조물의 복사열과 밀폐된 선실의 용접열까지 견뎌야 하는 조선업계는 휴식시간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한화오션은 지난 2월 노사 합동 온열질환 예방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매주 실무회의를 진행해왔다. 지난달 넷째 주부터 이달 말까지는 체감온도와 관계없이 오전과 오후에 각각 10분의 추가 휴식시간을 부여하고 있다. 체감온도 기준에 미치지 않더라도 정기적으로 추가 휴식을 보장하는 건 조선업계 최초다. 기온이 28도 이상이면 점심시간을 30분, 31.5도 이상이면 60분 연장하며, 에어컨·정수기를 갖춘 임시 휴게실 103곳과 냉방버스, 쿨링포그를 운영한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도입한 폭염 작업 휴식시간 확대 제도를 올해 더 강화했다. 체감온도 33도 이상일 때 오전·오후 휴식시간을 기존 10분에서 20분으로 늘렸고,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말까지는 점심시간도 30분 연장했다. 이와 함께 선상·선실·이동식 버스 등에 270여개의 휴게시설도 마련했다. 삼성중공업은 폭염 대응 TF를 가동해 현장을 모니터링하며 8톤(t) 규모 살수차를 하루 5차례 운행해 작업장 바닥의 복사열을 낮추고 있다.
철강업계, 고로 복사열에 맞춤 대응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포스코 포항제철소
1500도 안팎의 고로와 가열로가 24시간 가동되는 철강업계는 휴게시설 확대와 작업자 상태 모니터링을 병행한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공장별 실측 체감온도가 31도를 넘으면 50분 작업 후 10분을 쉬도록 하고, 35도 이상이면 옥외작업을 중단하거나 시간대를 조정한다. 5월부터 생수·얼음·쿨토시 등 예방물품을 지급한 데 이어 정비 자회사와 협력사 6곳에는 땀방지 헤어밴드 25만 개를 조기 배포했다. 광양제철소는 지난달 얼음물·아이스박스·휴게용 텐트 등의 신청부터 배송까지 자동화한 AI 기반 시스템을 도입했다.
현대제철은 지난 6월 30일 당진제철소에서 노사 공동 온열질환 예방 협약을 맺고 인천·포항·순천공장으로 확대하고 있다. 5월부터는 계열사·협력사 근로자에게까지 하루 두 차례 사업장별 기온·체감온도 정보를 제공하고, 냉장고·혈압계·자동심장충격기(AED)를 갖춘 버스를 이동형 안전쉼터로 활용해 작업자의 체온·혈압을 매일 확인한다.
반도체·석화, 개인별 건강관리로 세분화
삼성전자는 고용노동부와 협력해 옥외 노동자 등의 온열질환 예방을 지원하는 ‘열 스트레스 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했다.ⓒ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공장이 아닌 평택캠퍼스 신규 라인 건설현장에서 고용노동부와 함께 갤럭시 워치 기반 '열 스트레스 관리 시스템'을 일부 근로자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고 있다. 현장 온도·습도에 근로자의 심박수·활동량 등 생체 데이터를 결합해 개인별 온열질환 위험도를 분석한 뒤 위험 수준이 높아지면 갤럭시 워치로 휴식 권고 알림을 보낸다.
SK하이닉스는 6월 초부터 내달 말까지를 '혹서기 특별관리 기간'으로 정해 체감온도에 따라 휴식을 부여하거나 작업을 중단하고, 협력사 근로자를 위한 부스형 휴게공간 '스마트 쉼터'도 운영한다.
고온·고압 설비가 24시간 가동되는 석유화학업계는 작업 중단보다 근로자별 위험 관리에 무게를 둔다. 롯데케미칼은 5월부터 고령자 등 온열질환 민감군을 사전에 분류해 집중 관찰하는 한편, 전문 간호인력이 상주하는 건강관리실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의 폭염 대응은 일률적인 물품 지급에서 벗어나 업종별 작업환경과 근로자별 건강 상태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다만 대기업 중심의 대응이 협력사와 중소사업장까지 확산될 수 있을지가 향후 과제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