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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세법개정안] 성장·민생·지방 담았지만…부동산이 삼킨 세제개편

김소희 기자 (hee@dailian.co.kr)
입력 2026.08.03 18:01
수정 2026.08.03 18:02

정부, 성장·민생·지방 지원 세제개편안 공개

부동산 토론회 5차례 뒤 종부세·양도세 손질

“집값 대책 아니다”…다주택자 매물 출회 기대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정부가 성장동력 확충과 민생 안정, 지방 주도 성장을 담은 2026년 세제개편안을 내놨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부동산 대책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정부가 세제개편안 발표 직전까지 부처별 토론회와 대통령·국무총리 주재 토론회를 잇달아 열어 부동산 정책을 공론장의 전면에 올린 데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아우르는 개편 방안까지 내놓으면서다.


재정경제부는 3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올해 세법개편안을 공개했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목표는 ‘대체 불가 대한민국을 위한 경제대도약 지원’이다. 잠재성장률 반등과 민생·지방 지원, 공정과세 확립을 기본 방향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최근 경기 회복세에 따라 세수 여건이 개선되고 있지만 인구구조 변화와 양극화 등에 대응하려면 중장기 세입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에 성장동력을 지원하는 동시에 비과세·감면을 정비하고 조세 부담의 형평성을 높이는 방안을 개편안에 담았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성장·민생 지원보다 부각된 부동산 세제


기업 분야에서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품목의 국내 생산·판매량에 따라 세금을 공제하는 국내생산세액공제를 신설한다. 국가전략기술에는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초소형모듈원자로(MMR) 등 미래형 에너지 분야를 추가한다.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하면 이자·배당소득을 비과세하는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신설한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하고 월세 세액공제 한도는 연간 10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높인다.


지방에 적용되는 국내생산·연구개발(R&D)·통합투자 세액공제 혜택은 수도권의 최대 1.5배로 확대한다. 전체 조세지출 241개 가운데 115개를 종료하거나 재설계하는 비과세·감면 정비도 추진한다.


그러나 정부가 세제개편안 발표에 앞서 부동산 정책을 집중적으로 공론화하면서 정책의 무게중심은 이미 부동산으로 기운 상태였다.


정부는 지난달 14일부터 27일까지 부동산 정책을 주제로 총 다섯 차례 토론회를 열었다. 국토교통부가 14일 주택공급, 금융위원회가 15일 부동산 금융, 재경부가 16일 부동산 세제를 주제로 각각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23일에는 이재명 대통령, 27일에는 한성숙 국무총리가 직접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주재했다.


공급과 금융, 세제를 아우르는 논의가 이어진 상황에서 종부세와 양도세를 포함한 11개 부동산 과제가 세제개편안에 담기자 성장·민생 지원책보다 부동산 정책의 후속 조치라는 인상이 강해진 셈이다.


집값 대책 아니라지만…매물 출회 기대


정부가 세제를 부동산시장 관리 수단으로 활용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7·10 대책을 전후해 다주택자의 취득세율을 최고 12%, 종부세율을 최고 6%로 올렸다. 다주택자에게 적용하는 양도세 중과세율도 기본세율에 20~30%포인트를 더하는 방식으로 강화했다.


당시 정부는 세제 강화를 투기 수요와 주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억제하기 위한 시장 안정 수단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거래를 억누르는 세 부담이 매물 잠김과 ‘똘똘한 한 채’ 선호를 심화했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현 정부는 이번 개편안이 집값을 잡기 위한 대책은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주택 수에 따라 세 부담이 달라지는 문제를 해소하고 비거주·다주택에 제공된 과도한 혜택을 정상화해 과세 형평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고가·비거주 주택의 보유 부담을 높이는 동시에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과 무관하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의를 연이어 이어온 직후 관련 세제 과제를 대거 내놓으면서 성장과 민생, 지방 지원을 포괄한 세제개편안이 부동산 대책처럼 받아들여지는 모습이다.


조만희 재경부 세제실장은 “집값 안정을 위해 세제를 개편한 것은 아니며 다주택이나 비거주 주택에 대한 과도한 혜택을 정상화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면서도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의 매물이 나오면서 부수적으로 집값 안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소희 기자 (h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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