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좋은 영향 미쳐야”…도서출판 마티가 사유하는 이유 [출판사 인사이드㊴]
입력 2026.07.29 10:32
수정 2026.07.29 10:32
“좋은 책이 더 많이 세상에 나와야 한다…좋은 책의 기준에 대한 토론도 필요해”
<출판 시장은 위기지만, 출판사의 숫자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랜 출판사들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며 시장을 지탱 중이고, 1인 출판이 활발해져 늘어난 작은 출판사들은 다양성을 무기로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다만 일부 출판사가 공급을 책임지던 전보다는, 출판사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개합니다. 대형 출판사부터 눈에 띄는 작은 출판사까지. 책 뒤, 출판사의 역사와 철학을 알면 책을 더 잘 선택할 수 있습니다.>
도서출판 마티
◆ 에드워드 사이드→모함메드 엘쿠르드, 마티가 전하는 가치
‘마티’는 그리스어로 ‘눈’(eye)을 뜻한다. ‘깨어 있는 이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도서출판 마티는 ‘삶은 소박하게, 사유는 높게’를 모토로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책을 선보이고자 한다.
도서출판 마티의 정희경 대표는 마티만의 기준에 대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어야 한다는 것이 커다란 기준”이라며 “신자유주의에 두드러지게 복무하지 않을 것, 개인의 경쟁력을 지나치게 우선시하지 않을 것, 차별과 불안을 조장하지 않을 것 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여러 학자들의 생각을 독자들에게 부지런히 전달하고 있다. ‘오리엔탈리즘’,‘문화와 제국주의’ 등으로 20세기 지성사에 한 획을 그었던 에드워드 사이드가 대표적이다. 그의 유인작 ‘말년의 양식에 관하여’를 통해선, 예술가들의 노년에 발견되는 비타협, 난국, 풀리지 않는 모순을 드러내는 ‘말년의 양식’을 화두로 아도르노의 베토벤 분석에서 출발해 과거로 퇴행한 작곡가라고 불리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를 거쳐 콘서트 무대를 버리고 스튜디오 속으로 숨어 들어간 글렌 굴드, 요절한 모차르트의 작품까지를 색다른 방식으로 읽어낸 바 있다. 박철수의 ‘한국주택 유전자’에서는 식민지와 한국전쟁, 경제개발계획을 거치며 대량의 주택을 지어온 역사를 풍부한 시각자료와 함께 복원해 의미를 남겼다.
최근에는 ‘우울: 공적 감정’, ‘젊고 아픈 여자들’, ‘자기이론-자기의 삶으로 작업하기’ 등 지금의 독자들이 공감하고, 고민할 수 있는 ‘앳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의 몰입을 끌어내기도 했다.
이 외에도 소설가이자 시인이자 서평가 장정일의 ‘신악서총람’, 번역가이자 에세이스트 노시내의 ‘작가피정’, 요하나 헤드바의 ‘우리가 언제 죽을지 어떻게 들려줄까’, 에드워드 사이드의 정신을 이어가는 모함메드 엘쿠르드의 ‘완벽한 피해자’ , 김지승 작가의 ‘마지네일리아의 거주자’, 안온 작가의 ‘일인칭 가난’ 등 다양하지만, 뚜렷한 주제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분야로 책을 구분하기보다는 마티가 따르고 믿는 학자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차별과 소수자, 대의정치, 젠더 문제, 교육 등에 대해 자주 수다 떨고, 공분하고, 사회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일에 나서는 서로를 격려한다”라고 마티를 관통하는 주제를 설명했다.
이를 통해 독자의 인식을 선한 방향으로 진화시키는데 일조하기를 바라고 있다. 정 대표는 “유명해질수록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저자라고 믿는 연구자와 작업하고자 한다. 책을 고르는 기준도 중하지만, 출판사의 이름으로 유통한다는 것에 책임감을 가지려고 한다. 책을 세상에 자리매김하는 과정과 포장하는 방식도 매우 신중해야 한다 생각하고, 내용을 비롯해 책을 둘러싼 홍보문구들의 가치가 일치하도록 애쓴다”라고 말했다.
◆ “책과 함께하는 일상 …마티가 꿈꾸는 미래
ⓒ도서출판 마티
AI(인공지능)가 출판 시장을 흔들고, 독서 인구는 점차 줄어드는 현재도 마티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뚜렷했다.
정 대표는 “좋은 책이 더 많이 세상에 나와야 한다고 여전히 믿는다. 출판사 운영자가, 출판 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 세상에, 사회에, 구조적 문제에, 더 적극적이 되면 좋겠다”며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우리끼리 질타하고, 불안과 차별을 조장하는 제목과 카피들에 우리 내부에서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좋은 책의 기준도 우리끼리라도 아주아주 상세하게 토론해야 한다. 100만 부가 팔렸는데 10년 후에는 이름조차 남지 않는 저자들과 출판사 이름이 제법 된다”라고 설명했다.
책의 퀄리티를 유지하는 동시에 독자들과 부지런히 소통하기 위한 고민도 이어나간다. “제작도 모두 디지털화됐는데, 우리 일의 분량은 줄지 않는다. 홍보를 위해서 모두 인플루언서가 되어야만 하나 압박을 느끼기도 한다. 여러 채널의 SNS와 아주 작고 섬세한 북토크 행사들, 이외에 독자와의 연결지점을 찾아야만 하는 고민들이 내내 이어진다”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인쇄소들 또한 함께 어려워지면서 일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고민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책을 출판하며 책과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최근 새로운 시도를 하나 하고 있다”고 운을 뗀 정 대표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출판사를 하라고 권한다. 농담 반 진담 반인데, 많은 사람ㄷ르이 출판사를 차리거나 출판사를 차린 친구나 가족을 두고 있거나, 그러면 좋겠다. 예쁘고 쓸모없는 플라스틱 물건들, 실상 필요가 거의 없는 사은품 굿즈들이 범람하는 것보다, 사놓고 안 읽더라도, 심지어 폐기되더라도 책이 넘쳐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더라. 출판사가 지금보다 몇 배 더 많아져서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책들이 나오면, 그때 비로소 ‘책과 사는 일상’이 가능해지려나 싶은 허무맹랑한 꿈을 종종 꾼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