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가성비 공습'에 할인 전쟁…현대차·기아, 유럽 수익성 '비상'
입력 2026.07.28 06:00
수정 2026.07.28 06:00
상반기 BYD 145%·체리 305% 성장
현대차·기아 유럽 점유율 7.9%→7.4%
가격 차 좁히려 신차 투입·프로모션 확대
미국 보조금 폐지에 유럽 주도권 확보 중요성 커져
위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현대차·기아가 유럽 시장에서 중국 업체로부터 점유율 사수를 위해 가격 경쟁을 불사하고 있다.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로 유럽 전기차 시장 주도권의 중요성이 확대되며 점유율 경쟁이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현대차·기아가 이같은 상황을 인정하면서 당분간 유럽시장에서 출혈 경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럽연합(EU)과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영국의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723만2066대로 전년보다 6.1% 증가했다.
이 가운데 순수전기차는 160만8200대로 35.1% 급증했다.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상반기 17.5%에서 22.2%로 상승했다.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24.8%, HEV(하이브리드)는 12.1% 증가하는 등 유럽 시장의 전동화 전환이 빠르게 진행됐다.
올 상반기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중국 업체들의 성장이다. BYD의 상반기 유럽 판매는 17만4144대로 전년보다 무려 145.5% 증가했고, 체리자동차 역시 15만5800대로 305.8% 급증했다. 립모터는 558.3% 증가한 5만6005대, 상하이자동차(SAIC)는 18.0% 늘어난 18만659대를 기록했다.
급성장의 바탕에는 가격 경쟁력이 자리했다. 중국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을 잇달아 투입하면서 유럽 소비자의 선택지를 빠르게 넓혔다.
실제 독일 시장에서 BYD의 소형 SUV 아토2는 3만1990유로부터 시작하는데, 경쟁 모델인 기아 EV3(3만5990유로) 대비 11% 저렴하다. BYD 돌핀 서프의 경우에도 시작 가격이 2만2990유로로, 2만4650유로부터 시작하는 현대차 인스터보다 약 7% 낮다.
현대차 하반기 유럽시장에 출시하는 유럽 전용모델 '아이오닉 3' ⓒ현대자동차
중국 업체들이 유럽 수요가 높은 저가 소형 전기차 라인업을 빠르게 늘린 탓에 상반기 우리 업체들의 상황도 불리해졌다. 같은 기간 현대차·기아의 유럽 판매는 53만4525대로 0.8% 감소했으며 시장 점유율도 7.9%에서 7.4%로 0.5%p 하락했다. 판매량은 기아가 29만697대로 6.9% 성장했지만, 현대차는 24만3828대로 8.7% 줄었다.
점유율이 0.5%p 하락하는데 그친 것은 가격 경쟁력을 좁히기 위해 가격 할인을 늘렸기 때문이다. 실제 기아가 2분기 유럽에서 집행한 차량 한 대당 인센티브는 전년보다 1000유로 이상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는 지난 24일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유럽에서 중국 업체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가격 조정과 인센티브 지원을 늘렸다”며 “당분간 전기차 수익성을 일정 부분 양보하더라도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기아는 프로모션 확대를 단기적인 시장 대응으로 규정했다. 하반기에는 인센티브가 2분기보다 더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점차 상품성 개선과 원가 경쟁력 강화를 통해 전기차 수익성을 회복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아 관계자는 “가격 차이가 큰 상황에서 인센티브와 가격 조정은 단기적인 대응책”이라며 “상품성 개선과 원가 경쟁력 확보도 추진하고 있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할인 경쟁이 언제 정상화될지는 불투명하다. 중국 업체들이 유럽 현지 생산과 신차 투입을 확대하고 있고 기존 완성차 업체들도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가격 경쟁에 뛰어들고 있어서다. 원가 절감이 현실화되더라도 경쟁이 계속되면 프로모션을 빠르게 줄이기 어려울 수 있다.
실제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2분기 나란히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고환율과 하이브리드·RV 등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가 외형 성장을 이끌었지만 관세와 원자재 가격 상승, 인센티브 확대가 이익을 끌어내렸다.
전기차 자체의 수익성이 내연기관차보다 낮다는 점도 부담이다. 배터리와 모터 등 전동화 부품의 가격이 높은 데다 신차 개발과 품질보증에 들어가는 비용도 크기 때문이다. 판매량을 확보하기 위해 차량 가격까지 낮추면 수익성은 추가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차도 "전기차는 배터리와 전동화 부품의 단가가 높아 내연기관차보다 많은 판매보증충당부채를 설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재제조와 부분 수리, 소프트웨어 개선 등을 통해 품질 비용을 낮추고 있지만 단기간에 내연기관차 수준의 수익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현대차는 하반기 유럽에서 부족했던 소형 전기차 제품군을 보강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가격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개발한 아이오닉3를 투입하고 BC4(프로젝트명) CUV와 신형 투싼 등으로 판매 회복을 추진한다. 기아도 EV2와 EV4의 유럽 현지 생산을 통해 물류비와 생산비를 낮추고 EV5와 PV5 판매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