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 부족엔 공감했지만…정부·서울시, 주택 공급 해법 ‘평행선’
입력 2026.07.28 08:16
수정 2026.07.28 08:29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 강조…정부는 공급 효과에 신중론
공급 주체 간 엇박자 지속…주택난 심화 우려
23일 열린 ‘대국민 부동산 토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는 모습.ⓒ뉴시스
주택 공급 방식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엇박자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도시정비사업 활성화를 핵심 해법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부는 정비사업의 실질적인 공급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양측의 이견으로 정책 조율이 늦어질 경우 서울의 주택난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는) 민간 차원에서 주택 공급이 되지 않으면 상당한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인허가 지원센터와 절차 단축, 도시형생활주택 등 다양한 주택 형태의 혁신을 통해 민간 공급을 활성화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비아파트 활성화 대책을 준비 중”이라며 “비아파트 공급이 활성화되고 임대주체도 다양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날까지 총 5차례 토론회를 개최하며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모색했다. 또 비주거 용도 주택 전환, 3기 신도시 조기 완공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서울시가 제안한 민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요청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정부에 전달한 바 있다.
정부는 정비사업 과정에서 기존 주택 멸실이 늘어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살피고 있다.
김 장관은 “정비사업을 위해 집을 없애면 오히려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의견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3일 열린 토론회에서 “재건축은 가구 수가 늘어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가구당 평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많이 늘어나는 것 같지 않다”며 “재개발은 총 입주 가구 수가 줄어드는 게 통상인 것 같다”고 말하며 재개발·재건축의 공급 효과에 의문을 나타냈다.
이어 “재개발의 경우 주거 환경은 개선되고 품질 높은 주택이 공급되긴 하지만, 기존 주민의 상당수가 떠나야 해 총가구 수는 오히려 줄어드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서울시 모두 서울에 새로 개발할 수 있는 택지가 부족하고 신규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공급 방식에서는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하며 입장 차만 재확인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 정비사업 정책을 주도해 온 오 시장의 정치적 불확실성도 변수로 떠올랐다.
오 시장은 지난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1심에서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해당 형이 확정되면 시장직을 잃게 되는 만큼 향후 재판 결과가 서울시 정비사업 정책의 연속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신동아 아파트 단지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데일리안 이수현 기자
공급 방식을 둘러싼 혼선이 장기화할 경우 중장기 공급 계획의 불확실성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서울의 입주 물량 감소가 예고된 상황에서 정책 조율까지 늦어지면 공급 부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가 지난 2월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7197가구로, 올해 2만7158가구보다 약 1만 가구 적다. 해당 물량에는 청년안심주택과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등 임대주택도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신규 택지가 부족한 서울에서는 정비사업을 주요 공급 수단에서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재개발·재건축 뿐 아니라 유휴부지와 수도권 신규 택지 개발 등 활용 가능한 공급 방안을 폭넓게 검토하고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에서는 정비사업 외에 대규모 주택을 추가로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이 많지 않다”며 “주민들이 사업을 원하는 지역까지 정비사업을 억제한다면 과거처럼 공급이 늦어지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도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강조한 ‘닥치고 공급’을 실현하려면 재개발·재건축과 도심 유휴부지 개발, 신규 택지 조성 등 가능한 수단을 모두 활용해야 한다”며 “정비사업의 순증 물량이 많지 않다는 이유 만으로 이를 배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